떠나가는 가을

입력 2009-11-13 04:03 수정 2012-11-09 00:38
우리나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저마다의 색깔과 특색이 뚜렷합니다.
저는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여름은 더위로 사람을 지치게 하고 겨울은  추위가 사람을 웅크려들게 하지만 가을은 정신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여주기 때문입니다. 붉게 물든 잎들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지나 온 날들에 대해서도 되돌아 봅니다.

얼마 전 가을의 서정을 주옥같은 가곡(이별의 노래)으로 만드신 작곡가 김성태 님의 100수 기념음악회가 열렸습니다. 100세라는 높으신 연치만으로도 선생을 기리울 일이지만, 올해는 친일파라는 오명이 벗겨진 해이기도 하여서 더욱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음악회는 스승을 기리는 제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된 행사였다는군요. 그 가락만큼이나 아름답고 훈훈한 소식이라서 가슴 뿌듯합니다.

박목월님의 노랫말에 곡을 붙인 <이별의 노래>를 깊어 가는 가을에 불러봅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메주를 쑤어 매달고 청국장을 띄우기 위해 필요한 짚을 구하려고 시골마을로 향하는 길가의 가을산은 노랗고 빨간 단풍들로 마지막 아름다움을 품어내고 있더군요.
가지에 붙어 있는 잎새의 모양새가 많이 성기어 있어 가을이 떠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더군요.
이번 가을은 유난히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 제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시기가 될 것 같아  더욱 아쉽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늘 단명하고 그리운 것들은 너무나 멀리 있는 게 우리네 삶의 징후라는 생각을 돌이키면서 섭섭함을 달래봅니다.

여름에 담가 먹는 별미 장류라서 시기는 좀 지났지만 가을의 끝물에 딴 고춧잎과 고추, 그리고 무우와 가지 절임을 메주가루와 흰찰밥에 버무려 담그는 집장을 소개합니다.
원래 집장은 한 여름에 담가 두엄을 썩힐 때에 퇴비 한 가운데에 묻어 삭히기도 하여서 두엄장이라고도 불렸다 합니다.

찹쌀을 하루 저녁 물에 담가 물직하게 죽을 쑵니다.
엿기름을 물에 불려 고운 체에 내려 죽정이는 버리고 가라앉힌 엿기름물을 준비합니다.
고춧잎과 무우채(손가락만큼의 굵기) 가지를 썰어 소금물(간장)에 절였다가 건져 물기를 꼭 짜고 그늘에서 새득새득하게 말립니다.

뜨거운 찹쌀죽(밥)에 메주가루와 엿기름물을 붓고 잘 저어줍니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물엿 그리고 준비된 야채 건더기를 넣고  버무려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항아리에 담고 따뜻한 데에서 일주일 정도 삭히면 완성됩니다. 건더기에 양지머리 수육을 저며 넣기도 하고 보리밥을 넣기도 하는데 맛은 된장보다 가볍고 구수하여 쌈장으로도 드실 수 있습니다.

집장 담그는 법도 지방이나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고추장도 아니고 된장도 아닌 발효음식으로서 건더기를 씹는 맛이 즐겁고 감칠맛이 도는 우리의 전통음식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71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526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