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入冬)

입력 2009-11-06 10:06 수정 2013-03-26 02:07
11월 7일이 입동입니다.
겨울 동(冬)은 끈을 묶은 형상으로 계절의 마지막인 겨울과 추위를 상징하는 얼음(氷)이 합해져 형성된 글자라 하네요.
겨울이 상징하는 의미는 죽음과 암흑이면서도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요.
조상님들은 그해 겨울 추위의 정도로 다음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하는데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순조롭게 이어지면 풍년 이상 난동(煖冬)이면 흉년을 예견했다고 합니다.
겨울은 五行 중의 水에 해당하고 방위로는 北이요 五色 중의 黑에 해당된다는군요.

입동은 상강과 소설 사이에 있는 음력 10월(올해는 윤달이 들어 9월) 절기로 태양이 황경 225도에 위치한 때이고 양력으로는 11월 7일경입니다.
입동 이후 3개월간이 겨울로 구분되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입동을 전후한 1주일간이 김장철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구의 온난화로 김장의 시기는 한참 늦어져 11월 말부터 12월 초순이 알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치의 저장법도 김치냉장고의 출현으로 간편해졌으니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님들에게는 이 아니 고마운 일입니까.

예전의 어머님들은 보통 100 포기 이상의 배추김치를 담가 다음 해 가을까지 저장을 해야 하셨으니 그 노고는 이즈음의 주부님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일이었지요.
그 많은 양의 김치거리를 다듬고 간하고 씻어 양념에 버무리셨으니 그것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뒷마당 그늘진 곳을 깊이 파서 장독을 묻고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짚으로 이엉을 엮어 항아리 둘레를 감싸는 일까지 감당해야 김장이 마무리 되었으니 오죽 힘이 드셨겠습니까.

다음 해 여름 열무나 얼가리로 담근 풋김치를 먹다가도 후원의 김치독에서 골마지 낀 우거지를 헤치고 꺼낸 묵은지의 깊은 맛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
문명의 이기가 아무리 좋다한들 자연의 상태에서 숙성 된 맛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솜씨 좋은 절간의 공양주보살님이나 어머님들이 옛날 방식 대로 땅 속에 묻어 보관하신 묵은지를 맛볼 수 있는데 그 즐거움은 하찮하지 않습니다.

묵은지는 우리가 평소 먹는 김장김치와는 다르게 양념 되어야 제대로 된  발효의 맛을 냅니다.
배추의 선택도 갓이 얇고 작은 재래종이 알맞으며 배추 사이사이에 넣는 소는 생략해야 합니다.
배추의 절임도 긴 시간을 요하니 염도가 높아지고 물기가 없는 상태에서 양념에 비비는데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맑은 젓국물만 사용하고 부재료를 없애야 산패를 막을 수 있어요.
김치국물이 거의 없는 꼬들꼬들한 묵은지에 돼지고기 편육 그리고 흑산홍어와 어우러진 삼합의 맛을 어디다 견줄 수 있으리요.
예전 같으면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던 흑산홍어가 이젠 그림의 떡이 되어 버렸으니 세상 변해가는 속도가 아찔할 지경입니다.

그렇게 귀하다는 흑산홍어가 금년에는 아주 풍어라 하네요.
어획량이 많으니 가격도 예년의 반 값이면 살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옵니다.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흑산홍어 한 점과 돼지고기 편육을 잘 삭은 묵은지에 돌돌 말아 오물거리면 그게 세상 사는 재미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하얗게 피어버린 억새가 찬바람에 나부끼고 색색으로 물든 낙엽들이 하나 둘 떨어지니 가을은 이제 우리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에 돋아나는 파란 보리순들이 황량한 들판에 생명력을 불어 넣습니다.
신종플루로 세상이 어수선하지만 섭생과 위생에 마음 놓지 않는다면, 탈 없이 이 겨울을 보내실 수 있지 싶습니다. 주꾸미, 새우, 꽃게, 조개와 야채 듬북 넣고 얼큰한 해물탕 끓이시면 오늘 저녁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 되시겠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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