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친구

입력 2009-03-14 07:40 수정 2009-05-17 08:43



 


<오순옥 님의 산동 마을에 핀 산수유>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마음은 이미 봄빛으로 가득하지만 절후는 온전한 봄을 아직 내어놓질 않는군요.
무릇 세상 일이라는 게 쉬 이루어지는 게 없듯, 올 봄도 여느 때처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몇 차례 더 겪어야  완연한 봄을 맞이할려나 봅니다.

지난 2월 한 달은 30여년만에 만난 죽마고우와의 해후로 마냥 즐거웠습니다.
가장 감수성 예민한 중.고등학교 6년을 함께 지낸 우리들의 우의는 긴 세월의 공백에도 끄떡하지 않고 푸른 빛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친구는 이 풍진 세상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걸 새록새록 깨우친 날들이었습니다.
유난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K(함부르크 거주)가 한 달여의 휴가를 마치고 독일로 떠나기 하루 전, 의기 투합한 친구끼리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번개를 친 지 한 시간만에 벼락같이 집결하여 퇴촌 친구네 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울에서는 맘 놓고 노래 부를만한 장소가 마당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한강변을 달리는 차 속에서 K가 맨 먼저 부른 노래가 <고향의 봄>이었습니다.
<봄이 오면> <봄처녀><봄이 왔네> 우리 가곡부터 시작하여 동요 흘러간 옛노래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 그리고 <가고파 >까지.
마지막 가고파를 부를 때 k는 참았던 눈물을 기어이 흘리고 말았습니다.

퇴촌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친구네와 마을 어귀의 밥집에서 맛난 청국장찌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친구네 집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해가 저물고 밤이 이슥하여 별이 총총해질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침 친구의 신랑 S사장님도 우리들의 신바람 나는 놀이에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흥은 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밤 8시가 넘어서야  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로 내려와 닭죽으로 저녁을 함께 하고 K와 아쉬운 작별의 손을 나눈 뒤, 서울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지났데요.

K는 다음 날 아침 7시에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전혀 서두르지 않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흡족해 하더군요.
오랜동안 그곳에서의 삶에 열중하다보니 옛친구들을 한참 동안 잊고 지내다가 나이가 듦에 불현듯 친구들이 그리워져 한달음에 달려 온 것입니다.

k는 독일에 잘 도착하여 다시 일상으로 복귀 했지만 꿈같은 친구들과의 지난 일들이 아른거려 생활이 많이 혼란스러워졌다고 전화로 알려 왔습니다.
거의 독일인이 되었다싶게 현지에 잘 적응하고 행복해 하던 K가 이렇게 흔들리는 걸 보면서 오랜 친구는 우리네 팍팍한 인생행로에 있어 옹달샘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고국에서 먹었던 맛난 한식이 구석구석 떠올라 빵과 고기가 꼴도 보기 싫어졌다는 K와 함께 이 봄에 먹었으면 좋겠다 싶은 음식들이 줄줄이 떠오릅니다.

지금 막 돋아오르기 시작하는 햇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불린 쌀에 밤과 서리태를 넣고 밥을 지어 뜸을 들이면서 준비된 쑥을 얹어 살짝 익힌 쑥밥에 달래 양념장 만들어 슥슥 비비고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 미나리도 살짝 데쳐 액젓으로 버무린 햇김치와 삼겹살 소금구이 몇 점  곁들이면 한 끼의 봄철 식사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아주 다양합니다.
쑥수제비, 쑥죽, 쑥완자탕, 쑥나물, 쑥갠떡, 쑥버무리, 쑥국, 쑥떡국, 쑥송편, 쑥차, 쑥미숫가루, 쑥전, 쑥인절미, 쑥즙...
때 아닌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다시 따사로운 햇살에 화사한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겠지요.
향긋한 햇쑥으로 맛난 음식 마련하시어 가족과 함께 오붓한 주말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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