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입력 2008-12-05 01:25 수정 2013-04-09 06:02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겨울이 겨울다우려면 추워야한다고 하지만 매서운 추위는 징하게 반갑지 않습니다.
혹한은 사람의 몸을 한없이 움츠려들게하여 굼벵이처럼 게으름에 빠지게도 합니다.
경기침체로 빠듯해진 겨울나기를 하셔야 하는 노인분들이나 서민 대중에게 추위는 버거운 고통입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큰 추위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라 생각하면 문제이나 겨울 나기가 어려우신 분들에겐 오히려 다행입니다.

5,60대 주부가 곰국 한 통을 끓여 놓고 집을 나서면, 남편 유기의 신호탄인 줄 알고 힘 없으신 은퇴 가장들이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는 말이 항간에 떠돈 지 오랩니다.
일(직장 or 사업)이 지상의 목표라 여기고 죽도록 땀 흘려서 가족 편히 부양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믿고 살아오신 것이 그 분들의 자화상입니다.

하지만 자녀나 아내는, 돈 못지 않게 가장과 함께하는 단란한 시간 갖기를 절실하게 원했던 것입니다.
과도한 일에 파묻혀 늘 파김치 신세가 되신 가장은 가족들과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하고 보니 가족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고 불화의 불씨는 세월의 무게까지 더해져 더께는 두꺼워질대로 두꺼워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아직은 전통적인 가족윤리가 건재하는 가정이 대부분이어서 우려 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소통 불능의 난기류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기에, 은퇴하신 가장들께서는 이제부터라도  유연하게 대처하셔야  여생이 편안해지실 것 같습니다.

일만 아시던 가장들이 은퇴하면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시간만 축내신다고  할머니들은 아우성입니다.
'가장과 함께'는 진즉 포기하고 따로 지내는 데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자녀나 아내는, 가족  부양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나 남편을  성가신 존재로 내몰면서 노골적으로 따돌리는 가정을 심심찮게 봅니다.

이제라도 기회를 만들어 아내나 자녀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면서 그간의 고충을  서로 들어주는 기회를 자주 가지신다면, 오해는 풀리고 관계는 복원되어, 곰국  한 통 이야기는 괴소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는지라 가족간이라도  화합을 위해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소원함이나 오해가 쌓이게 마련이고, 그런 상태가 오래 가면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실리적인 이해득실의 타산적인 관계로 전락해 가는 가족들이 야속하기 짝이 없다 싶으시겠지만, 무조건적인 의리만을 기대하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인 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국이고 보면, 은퇴하신 가장들께선 침묵으로만 일관하실 일이 전혀 아닌,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지 싶습니다.

가족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구수하고 따끈한 곰국물에 밥 말아서 김치 깍두기 얹어 먹으면, 든든한 포만감에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게 우리집인데 무슨 입맛 초치는 헛소리 하느냐고 저를 나무라시는 분들이 절대 다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염려가 잠깐 스치는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화목한 가정 하나를 이루는 일이 세상살이의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듬직한 가장, 현숙한 아내, 사랑스런 자녀들로 가득하다고 저는 믿고 있으니까요.

<곰국>
재료 -소 잡뼈 800g , 양지머리 300g 사태 300g ,대파 송송 썬 것 1컵, 다진 마늘 2큰술, 후추가루, 소금

만드는 법
고기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뼈와 함께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고기와 뼈가 물에 푹 잠기도록 곰솥에 충분한 물을 붓고 센 불에 두어 시간 정도 끓인다.
고기를 꼬챙이로 찔러보아 핏물이 나지 않으면 잘 익은 것이니 
건져내어 결과 반대 방향으로 썰어서 마르지 않도록 용기에 담아 놓는다.
중간중간 위에 뜬 기름을 국자로 건져낸다.
뼈는 중불에서 두어시간 더 고운 다음 육수를 따라내 빈 냄비에 담아놓은 다음 다시 물을 붓고 끓이기를  두번 더 반복하여 육수를 모두 혼합한 다음 다시 한번 더 끓인다.
썰어 놓은 고기를 뜨거운 국물에 적셨다 뚝배기에 담고, 뜨거운 국물울 부어 다진 마늘과 파, 소금, 후추로 양념하여 상에 낸다.


*고기를 더 넉넉하게 삶으시면 소고기 수육으로 드실 수도 있고, 
 잣즙에 배 야채와 함께 새콤달콤 버무리면 상큼한 냉채가 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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