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제

입력 2008-12-01 09:03 수정 2009-01-07 15:35










달력이 한 장 남았습니다.
이맘 때면 마음이 늘 무겁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지 못했다는 자책과 회오가 자신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순간을 참으면 십년이 편안하다는 어머니의 가르침도 수 없이 어기고 말았습니다.
화를 내버리고나면, 몇 시간도 채 안되어 금세 후회할 일을, 올 
해도  어김 없이 반복하고 말았으니 자괴감에 잦아들밖에요.
소인배에게 변화란 이리 더디고 어려운 일이나 봅니다.

변화를 명쾌하게 설명해놓은 고전 명구가 <주역>의 49 괘입니다.
그 첫 문장이 '革已日 乃孚 元亨利貞 悔亡'이지요.
'개혁은 이미 때를 넘긴 것들에 대하여 믿음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후회를 없게 만드는 것'
또는 '개혁은 시일이 지나야 이에 믿어지는 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후회가 없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草阿 서대원 선생님의 <새로 풀어 다시 읽는 주역> 참고)

개혁은 개인의 경우, 변화를 의미합니다.
짐승의 갓 벗겨낸 가죽을 皮라하고, 이것을 가공하여 쓸모 있게 만든 것이 革입니다.
불만족스러운 과거의 나에서 되어보고 싶은 새로운 나로 거듭 나는 게 변화입니다.

자신의 舊態와 廢習에서 온전히 벗어나 새롭고 바른 습성을 갖기 위해서는, 짐승의 갓 벗겨낸 껍질에서 털이나 기름을 발라내는 무두질을 거쳐서 쓸모 있는 가죽을  만들어내듯, 자신을  혹독하게 담금질 하여, 이를 굳센 의지로 지속시켜야 비로소 아름다운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한 해가 이우는 세모의 길목에서, 火를 다스리는 지혜 하나를 체득하여 누습(陋習)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해를 잘못 살아버린 것만은 아니리라 자위해 봅니다.

변화를 기원하는 간절함의 한 의식으로 조촐한 추수감사제를 지내리라 계획했는데, 지난 주말 소소한 제물을 마련하여 재를 올렸습니다. 그 중 2 가지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제육보쌈>(5-6인분)

1,제육수육
  재료-돼지고기 목살 1.2Kg, 마늘 10개, 대파 2뿌리, 된장 2큰술, 맛술 반컵, 양파 1개, 사과 1개, 생강 2개,

만드는 법
 고기는 찬물에 담가 물을 갈아주면서 핏물을 뺀다. 
 위의 재료를 곰솥에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붓고 센불에서 끓인다.
 20분 정도 지나 세게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30 여분을 
 더 끓인 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잘 익은 
 것이니 불을 끈다.
 수육을  건져서 식히면 겉이 말라 뻣뻣해져 맛이 없게 되니 삶은 물에 잠긴 채로 한 김 나가도록 기다렸다가, 잘 드는 칼로 썰어 
 커다란 접시에 보기좋게 담는다.

2,무우 생채 만들기
 재료-무우 1개, 배채 1컵, 밤채 1큰술, 멸치 액젓 2큰술, 볶은  소금 약간, 통깨 1큰술, 쪽파 썰은 것 1큰술, 양파 갈은 것 1큰술, 사과 갈은 것 1큰술, 생굴 1컵

무우 1개는 생채보다 조금 도톰하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꼭 짠 다음 채반에다 편 후, 하룻밤 정도 그늘에서 수분을 말린다.
그래야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느낌이 좋다.
굴은 소금을 풀은 물에 깨끗이 씻어서 굴무침 양념에 무쳐둔다.

만드는 법
고춧가루 4큰술에 액젓 2큰술과 볶은 소금을 넣고 혼합하여 무우채를 넣고 버무려 빨간 고추물을 들인다.
나머지 양념을 모두 넣고 다시 조물조물 무치다 맨 마지막에 생굴무침을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
단 맛을 내려면 홍시를 이용한다.

3,절인 쌈 배추
겉 껍질이 얇은 알배추를 약한 소금물에 서너 시간 절여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꼭 짠 다음, 잘 정리하여 보기좋게 접시에 담는다.

<토하젓>
재료-민물새우 1kg, 소금 200g, 참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밥 400g, 마른 고추 300g
민물 생새우를 소금물에 깨끗하게 씻은 다음 소금에 절여 일주일쯤 냉장 숙성시키면 검은색의 새우가 빨갛게 변한다.
이것을 위의 양념과 혼합하여 믹서에 갈아 다시 냉장 숙성하면 깊고 감칠맛 나는 토하젓이 된다.  
토하젓은 특히 제육의 소화를 잘 시키는 기능이 있고,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넣어 먹으면 토속적인 맛을 낸다.
     
 * 민물 새우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무잡잡하고 작으나 흐르는 1급수에서만 사는 새뱅이( 또랑새우)가 있고, 저수지 같은 고인 물에서 사는 새뱅이 보다 큰 줄 무늬 새우가  있는데 새뱅이가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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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미지는 친구 조현숙 님의 작품입니다.
눈오는 날 산행을 하고 하산하는 길에 보았던 집 마당의 까치밥에 눈이 쌓이고 있는  장면을 담은 것이라 합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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