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콩나물 해장국

입력 2008-10-24 22:33 수정 2009-05-30 11:59



















맑은 가을 하늘- 인천 대공원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갈아 치우고, 농사는 대풍을 이루었지만 가격폭락으로 인해 농심(農心)은 시름만 깊어진다 하네요.
어찌해야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는지요.
병든 경제는 죽어야 다시 살아난다는 말에 가슴 서늘해집니다.

이럴 땐 절약이 최고입니다.
물건 구매는 가능하면 삼가하여 헌 것을 재활용하고, 매식은 최대한 줄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더라고, 안 되는 큰 가닥은 제껴둬버리고 밖으로만 향하여 있는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볼만한 구석은 있습니다.

'세상이 뭐 이래' 하시던 분들이, '그래도, 세상은 살아 볼만한 구석이 아직도 많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지고 볶는 가족이 옆에 있고, 이쁘게 물든 가을 단풍이 우리를 반깁니다.
늦은 밤하늘을 쳐다 보면 별들이 총총히 빛납니다.
달빛도 은은하고요.
지금은 기억에서도 거의 사라져 실루엣으로만 남아 있는, 알퐁스 도데의 <별>을 다시 읽습니다.

"어머나!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 중략.......

싸늘하고 보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에 눌리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아가씨가 졸음에 겨워 무거운 머리를,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스럽게 비비대며, 가만히 기대온 것이었습니다.

.......중략......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빡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렘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 생각하게 해주는 그 맑은 밤하늘의 비호를 받아,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순결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움은 피폐된 정서 속에 함몰되고 파괴된 인간을 구원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극치,
이러한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을 많이 할 수록 인간의 자아가 실현된다 하네요.(인본주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마슬로우의 말)

별을  읽으니 마음은 고3 국어 시간으로 되돌아  갑니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아 수업 중에도 자주 얼굴이 발그레해지시던 국어 선생님은 소설 속의 목동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 師道가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행동으로 보여 주셨던 김경 선생님의 마알간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사람의 향기란 생물같은 것이어서 이리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스러져버리지 않고 살아 있었나 봅니다.

좀 생뚱맞다 여겨지지만, 저는  삶의 현장이  암울해질 때나 관계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쳐 불면의 시간을 보내게 될 때면, 황당하다 싶게 주정적(主精的)인 시나 소설을 읽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문학적 상상력의 세계에 흠씬 빠져들고 나면, '아름다움은 영원한 즐거움 일러라'(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ever)라 노래한 죤 키츠의 싯귀처럼, 불만은 긍정으로 치환되고 세상은 다시 살아 볼만한 곳으로 바뀝니다.
평론가 김치수 님은, '문학은 생명을 보호하는 주문('呪文)이랬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어느 분은 <별>을 두고, 시대 착오적인 얘기라며 코웃음을 치실지도 모르지만, 액면 그대로의 맑은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새롭게 열리고 자신의 세계도 그만큼 향기로워지리라 여겨집니다.


오늘은 시원하고 얼큰한 <콩나물 해장국>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능하면 국산 콩으로 기른 콩나물을 구하여 깨끗하게 씻어 끓는 물에 삶아 얼른 건져 내어 찬물을 끼얹어 콩나물이 아삭거리게 합니다.
다시 멸치와 마른 새우를 반반 씩 넣고 육수를 우려 냅니다.
우려 낸 육수에 묵은지나 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끓입니다.
김치가 익으면 콩나물을 넣고 다시 한번 끓여 국간장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고춧가루, 다진 파 마늘과 청양 고추 잘게 썰은 것을 넣고, 달걀 노른자와 김 가루는 식성에 따라 가감하셔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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