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칼국수

입력 2008-09-30 12:03 수정 2009-07-30 23:41


                                             


 <오순옥 님의 봉평 메밀밭>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인 듯싶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고향 마을의 고샅길이 떠오르기도 하고 멀리 계신 노부모님 생각에 젖어들기도 합니다.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끝 모를 불황의 늪에서 얼마를 헤매게 될지 가늠하기도 힘든 이즈음, 움츠려들고 헛헛해진 우리네 마음을 다독여줄 그 무엇이 절절하게 그리워집니다.
현실에서 맺힌 한을 풀기 위한 위로와 휴식이 절실해진 지금, 밀려드는 향수를 달래보고 고단해진 마음도 가라 앉혀줄 수 있는 토속음식을 찾다보니 팥 칼국수가 금세 떠오르는군요.

한식은 단순히 허기만을 채워주는 먹을거리가 아닙니다.
거기엔 아름다운 옛날의 추억이 서려 있기도 하고, 먼저 가신 선인들의 사랑과 지혜가 깃들어 있기도 합니다.
하기에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그리운 옛날과 조우(遭遇)하여 상처받은 마음에 위안을 얻고, 나아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일조(一助)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팥 칼국수는 전라도 순천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지만,  여느 지방의 가정에서나  두루 즐겨 드셨던 우리네 서민 대중의 전통음식입니다.
붉은 색의 팥은 잡귀를 쫓고 재앙을 물리친다 하여 우리네 조상님들은 팥이 들어가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 드셨습니다.

어머니는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놓으시고 넉넉하게 팥 칼국수를 쑤셔서 고향집 장독대에 먼저  한 그릇을 올리신 후, 이웃과도 의좋게 나눠 잡수셨지요.
그 때의 풋풋했던 정경들이 어제런듯 눈 앞에 선합니다.

팥 칼국수는 사실 뜨거운 여름철이나 비 오는 날에 드시는 게 제격이지요.
하지만 잘 풀리던 지난 날의 호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하고, 남루해져버린 현실 앞에서 밥맛조차 다 달아나버린 오늘 같은 날에, 별식으로 마땅한 음식이라 여겨져 올려 봅니다.

(재료)
팥 2컵
칼국수 생면 400 그램
물 7컵(팥 거른 물)
천일염 1.5큰술

(만들기)
팥은 미리 물에 푹 담궈 하루 밤을 불립니다.
불린 팥을 냄비에 붓고 한소큼 끓여 우러난 물은 쓴맛이 나므로  따라버립니다.
압력솥에 새  물을 넉넉히 붓고 팥을 삶습니다.
불을 켠지 약 10분 정도 지나면  증기 배출구의 핀이 요란하게 돌기 시작하는데 이런 상태로 오분쯤을 더 두었다가 불을 약하게 줄이고 20여분 간 넉넉하게 뜸을 들이다 불을 끈 후, 압력솥의 압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팥은 겉 껍질이 터질 때까지 푹 삶아야 맛도 있고  팥물 거르기도 수월합니다.
잘 삶아진 팥은 한 김이 나가도록 식힌 뒤에 바락바락 문질러 팥 앙금이 빠져 나오도록 한 뒤 물을 부어가며 체나 철 얼개미에 걸러 팥물이 6-7컵 정도 나오게 합니다.
이 방법이 번거로우시면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버리시면 간편하지요.
팥 물을 가라 앉혀 우선 윗 물만 커다란 냄비에 붓고 끓이다가  나머지 팥 앙금과 밀가루를 털어 낸 생면을 펴서 넣고 기다란 나무 주걱으로 잘 저어 줍니다.
이 때 팥죽 끓는 물이 튀어 올라 화상을 입으실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면발이 익어 팥물 위로 떠오르면 불을 약하게 한 후 10여분 정도 더 뭉근하게 끓이다가 굵은 소금(탈수 된 천일염)으로 간을 맟춘 후 불을 끕니다.

(생면 만드는 법)
밀가루 반죽을 해서 비닐 백이나 랩에 싸서 냉장고에 하룻 동안 숙성시킵니다.
냉장해도 좋지만 냉동하여 녹였다 밀대로 얇게 밀면 쫄깃함이 더하고 식감도 좋습니다.
얇게 밀어진 둥근 반죽은 달라 붙지 않도록  전면에 밀가루를 뿌려 썰기 좋게 접습니다.
잘 드는 칼로 일정한 간격으로 썰은 후, 면발을 털어서 너른 쟁반에 펴 놓습니다.
생면 만들기가 번거로우시면 만들어 놓은 것 사서 하셔도 좋습니다.

팥죽은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지요.
열무 김치나 콩나물 무침 혹은 묵은지가 있으면 그만입니다.
식성에 따라 설탕을 넣어 달게 드셔도 좋고요.

우리네 조상님들이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별미나 보양식으로 잡숫던 팥 칼국수 만들어 드시면서 악귀도 쫓아버리고, 잠시 옛추억에도  젖어 보면서 내일을 향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보심은 어떠실는지요.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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