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느낀 멋과 맛

입력 2008-09-26 13:59 수정 2010-02-15 08:09


  
                                                               
제주도 여행의 방법을 바꿔 보았습니다.
주로 이름난 관광지를 판에 박은 듯싶게 돌다 오는 스타일에서는 벗어나 보자는 게 친구들의 중론이었습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곳곳에 펼쳐지는 독특한 풍광을 즐기고, 개인적인 여행시에 가보지 못했던 마라도와 우도  그리고 서귀포 해저잠수함 코스까지 돌아보자는 것이었지요.

여행을 기획한 똑소리 나는 친구는 이러한 저희들의 취지와 거의 맞아 떨어지는 조건으로  관광회사와 계약을 맺은 덕에 여정은 다채로우면서도  경비는 절감되는 일석이조의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맛은 함께하는 대상에 따라 즐거움이 배가 되기도 하고 반감 되기도 하는데 저희들의 이번 여행은 극락(極樂)으로 간 소풍이었습니다.
아내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 출장 중에 선물로 사온 티셔츠를 친구가 챙겨 놓은 여행가방 위에 반듯이 펴 얹어놓고 입고 가기를 기다리신 회장님신랑의 아내 사랑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모임을 시작한지 26년이 지났지만 열 사람 모두가 함께 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안 가더라도 회비 내주는 일은 결코 없다면서 칼같은 리더십을 발휘한 친구 덕분에 이리도 빛나는 추억을 회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음은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의 강권발동을 해가며 빠지는 사람이 없도록 독려한 회장님의 통솔력은 알고보니 깊은 친구 사랑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친구들의 향기로운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고 빼어난 제주도의 경관에 감탄하며 지낸 사흘간의 기억은, 저희들의 인생 행로에서 두고두고 반짝이는 별이 되어, 삶이 고단해져버린 어느 모퉁이를 지날 때에도 희망과 위로의 전령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좋은 친구는, 모든 가식의 꺼풀을 단번에 벗어 던져버리게 하는 魔力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여행에서 깨달았습니다. 
일렁이는 바람과  넘실대는 파도와 청명한 가을 하늘과 한들거리는 풀포기들로 가득한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의 초원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할매는 그만 오버인 줄도 모르고 어린아이마냥 풀밭 위를 한참동안이나 뒹굴어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몇해 전 동유럽 여행 시,<조개껍질 묶어>를 패러디해서 매일 아침 여행 일정이 시작될 때마다 불러대며 대리 만족을 해야 했던 <현모양처 주제가>는 이제 애처로웠던 지난 날의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간, 남편 분들이 먼저 깨우치시고 저희들에게 알아서 우호적인 태도로 변해주신 것도 상황을 호전시켰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희들 자신이 먼저 자아를 찾아 나선 데에 있습니다. 
스스로 구하지 않는데 절로 굴러 들어오는 가치나 행복은 없습니다.

'주부가 환하게 살아 있어야 가족도 행복해진다.'
바로 이것입니다.

머지 않아 방 안에서 누워 있는 @이나 바깥에서 누워 있는 @이나 고@이 고@일 시기는 오고야 말 것이므로 저희는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배분하는 데에 인색하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한 후,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의 손을 나누었습니다.

웃고 웃고 또 웃으며 출가 사흘의 꿈결 같이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지나보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밥순이는 원대 복귀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맛 본 고등어 조림 만드는 법 소개합니다.

<고등어 무우 조림>
재료- 고등어 1마리, 무우 반 개, 양파 반 개, 다진 마늘 1큰술, 육수 2컵, 고춧가루 2큰술, 진간장 2큰술, 집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작은 술, 생강 2조각, 대파 1개, 청양고추 3개

고등어는 물이 좋은 것을 선택하여 조림용으로 손질해 온다.
무우는 손질하여 씻은 후 큼직하게 잘라 조림 육수(다시마 양파 다시 멸치 넣고 푹 끓여 받친 것)나 물 1컵을 붓고 익힌다.
무우가 반 정도 익으면 양파와 고등어를 넣고 위의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절반을 끼얹고 남은 육수를 마저  붓고
끓인다.
불 조정은 처음엔 센불에서 끓이다가 약한 불에서 은근히 졸인다.
국물이 반으로 줄면 대파와 청양 고추를 어슷 썰기하여 넣고 남은 양념장을 모두 끼얹고 파르르 한번 더 끓여서 낸다.

제주도에는 회와 생선요리 말고는 이렇다 할만한 음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벼농사가 거의 불가능하고 토양도 척박해서 경작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요.
게다가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영역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일거리가 없었던 게 지난 날의 생활상이였지요.
하다보니 먹고 살기 위해선 여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밭을 일궈 작물을 가꾸고 바다에 수시로 들어가 물질을 해야하는 여인들이 집안에 차분히 들어 앉아 음식 만들기에 정성을 쏟을 여유는 없었던 것입니다.

해녀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를 보며 강퍅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삶을 들여다 보노라니 조그마한 불편함에도 금세 불평을 늘어 놓는 냄비같은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고등어회와 갈치회 먹어 보았는데 별다른 맛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비릿해서 먹지 못할 음식이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제주도를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지자체와 관광업 협회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고, 둘째 날 저녁으로 먹었던 황돔회와 돌아 오는 날 저녁에 먹은 전복 죽은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저희들 일행의  편의를 위해 도착부터 출발 직전까지 함께하시면서 작은 일까지 마음을 써주신 버스 기사님과 김태열 가이드 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기회에 또 인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제주도의 아름다운 관광자원이 국내외에 잘 홍보되고  그 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도 늘어나, 주민들의 소득향상으로 이어져서 환하게 웃으실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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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음식은 서귀포의 한 횟집에서 주문한 황돔회의 사진입니다.

 

 

 

 

 
다산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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