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구즈 프라바(Goosfraba)

입력 2008-02-20 07:30 수정 2008-03-01 01:47
토지수용 보상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불만을 가진 한 70대 노인이 무자년(戊子年)을 시작하는 연초에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려했다. 그는 610년 된 국보 1호를 한 순간에 스러지게 만들더니 온 국민의 가슴까지도 내려앉게 해버렸다. 감추어진 폭탄과 같은 분노는 평범한 노인이 현장 답사를 통해 사전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범행 당일에는 시너가 든 페트병을 바닥에 뿌린 다음 나머지 병에 남은 시너가 새나오도록 병을 옆으로 눕히는 치밀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게 했다.

분노에는 갑자기 예기치 않게 성격이 돌변할 정도로 화가 치밀어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전혀 못하거나 일부밖에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돌발성(폭발형) 분노가 있다. 이와 달리 잠재적 분노는 특정 개인이나 혹은 자신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는 모임이나 집단을 향해 분노가 장기적으로 쌓였을 때, 자신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상황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을 접하며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라는 제목으로 2003년에 개봉되었던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 초반 데이브는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법원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고 심리치료사 라이델 박사가 운영하는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박사는 데이브에게 세상에는 두 가지 타입의 분노 유형이 있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폭발형 분노자는 상점에서 쿠폰을 받지 않는 점원에게 마구 화를 내는 사람이고 , 또 다른 잠재적 분노자는 바로 그 불평을 묵묵히 듣고 있는 점원이라고 말이다. 이 점원은 참고, 참고 또 참았다가 결국 폭발해 나중에는 무차별로 총격을 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사는 억눌린 분노, 잠재된 폭력성향에 대한 경고를 하며 데이브에게 성질 죽이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종용하게 된다. 그룹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참가자중 한 사람이 갑자기 분노의 상어가 머릿속을 헤집는다고 흥분하며 언성이 높아질 때 박사는 심호흡을 하며 “구즈 프라바(Goosfraba)”를 따라하게 한다. “구~~즈 프라바, 구~~즈 프라바, 구~~즈 프라바” 주문 같기도 한 이 말은 에스키모 고어에서 파생된 말로 엄마들이 칭얼거리거나 짜증내는 아이들을 진정시킬 때 썼던 말이라고 한다.

최근 두 달간 기업에서 감성코칭 워크숍을 진행하며 3.40대 직장인들의 분노처리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용솟음칠 때면 차안에서 창문을 꽉 닫고 소리치며 발을 구른다, 조용히 기도를 한다, 생각을 한다, 자버린다, 나가서 뛴다, 술을 마신다는 얘기와 더불어 사랑하는 마누라를 생각한다.”는 애교 섞인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난 화 낼 일이 없다, 화를 삼켜 버린다, 화를 내면 안 되니 참아야 한다.”고 대답하는 잠재적 분노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감정 상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하는 자기 인식 능력 (Self-Awareness)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나는지, 어떤 단어가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어떻게 하면 나의 기분이 좋아지는지,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누구든지 분노할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 동안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라고 얘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차이코프스키는 좋은 음악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보다 유쾌하고 기쁘게 만들어 주었지만, 자신에 대한 회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살아 있을 때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초의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일생은 많은 부분 절망과 우울, 행복의 순간들이 함께 맞물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는 4막 29장 36곡으로 되어 있는 방대한 곡인데 그 중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유명한 곡이 '정경(Scene)'이다.

차이코프스키가 7년 동안 연주여행으로 떠돌아다니다가 마흔다섯 번째 생일에 자신의 보금자리에 정착하며 지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에서 호수 같은 잔잔함과 온화함이 느껴진다. “내 집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내가 일하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할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참으면 병이 되고 폭발하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화! 여러분에게는 어떤 구즈 프라바가 있습니까? 여러분의 분노와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는 구즈 프라바는 무엇입니까?



"Tchaikovsky, Swan Lake, Op. 20, 1. Scene"
 

2006년 올 해의 칼럼니스트 신인상 수상. 현재 에듀엔코칭연구소 대표, 에듀엔코칭집중력센터 원장,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한국라이프코치협회(KLCA)이사, 서울시 교육청 사이버교사, MBTI, STRONG, BASC, DiSC, 버츄프로젝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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