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책상이 그리운 이유

입력 2001-08-27 08:55 수정 2001-08-27 08:55
댁에 혹시 서재(혹은 공부방)가 있으신지요. 아니면 책상은요. 아이들 것 말고 별도로 쓸 수 있는 것 말입니다. 모양은 어떤 지요. 자라면서 집과 회사에서 자기만의 책상을 처음 갖게 된 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때의 기분을 기억하시는지요.




저는 살면서 집과 관련된 몇가지 소망을 품었었습니다. 맨처음 희망은 다락이 있는 방에서 살았으면 하는 것이었지요. 다락은 안방에만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쯤인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셋방살이를 하다 보니 다락이 없었거든요. 다락이 있는 방에 사는 아이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다음에 가졌던 꿈은 담이 있는 집이었지요. 우리집이 생기긴 생겼는데 신통치 않은 탓인지 담이 없더라구요. 결혼 후 전세집 전전 끝에 처음 마련한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데는 담이 있는 이층집이라는 게 엄청 크게 작용했었지요. 살아보니 조그만 이층집이라는 게 아래 위로 오르내리느라 불편하기만 했었지만요.




오랫동안 아담한 정원이 있고 거실에서 정원으로 바로 통하는, 단면적이 넓은 남향집을 원했는데 이제 그만 꿈을 접어야 할 듯합니다.




1층에 넓은 거실과 주방, 10명쯤 앉아 먹고 마실 수 있는 식당 그리고 방이 세 개쯤 있고, 2층엔 음악감상실을 겸한 커다란 서재와 산이나 호수가 보이는 베란다 딸린 집에서 살고픈 마음은 지금도 굴뚝같지만, 형편도 여의치 않고 또 나이 들어 집에 매이고 싶진 않거든요. 단독주택이라는 게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낡고 작은 집에 10년이상 살면서 충분히 느꼈구요.




지금 제 소망은 그저 읽다 만 책을 마구 늘어놔도 괜찮은 널찍한 책상과 저만의 컴퓨터를 갖춘 서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아이들 것이 아닌 제 책상 말입니다. 책이야 아무데서나 읽을 수 있고 컴퓨터 역시 아이들이 쓰는 걸 쓰면 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저 혼자 읽고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싶은 거지요.




이런 바람 때문에 저는 가끔 가구점에 들러 괜찮은 책상이 있나 살펴 봅니다. 당장은 형편이 안되지만 언젠간 장만할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안구요. 그런데 가구점에 갈 때마다 언짢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나라 가구점의 경우 장롱이나 침대 소파를 사러 왔다고 해야 아는 체를 할까, 책상을 보겠다고 하면 영 시큰둥해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용 가구를 파는 곳은 좀 다르지만 대부분의 일반가구점은 책상 따위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책상을 전시해놓은 곳도 적구요. 아마 사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겠지요.




결국 어른 책상 구경을 하려면 가정용 가구가 아닌 사무용 가구를 파는 곳에 가야 하는데 사무용 가구판매점에선 또 개인적인 용도로 책상 하나를 보겠다고 하면 아래 위를 훑어보면서 은근히 못마땅한 눈치를 줍니다. 회사 등에 한꺼번에 파는데만 익숙한 탓인지....




게다가 더욱더 속상한 것은 학생용이고 어른용이고 가정용 책상으로 나오는 건 거의 몽땅 책장과 붙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책장과 설합장 사이에 책상의 상판을 얹어놓는 형태지요.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학생용 책상의 대부분이 이런 모양입니다.




따라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위해 책상을 사려는 부모들의 경우 선택의 여지 없이 색상과 부분적인 모양, 브랜드만 보고 이런 책상을 사게 마련입니다. 얼핏 보면 모양도 그럴듯하고 책장을 따로 살 필요도 없고, 여러 모로 괜찮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막상 집에 갖다 놔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키가 큰 책장이 달려있는 만큼 한쪽벽면에 붙여놓지 않으면 안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거지요. 책상만 있으면 창쪽을 향해 놓을 수 있는 방이라도 책장이 달려 있어 벽을 향해 놔야 하는 수가 많습니다. 설합장 위에 있는 구멍에 맞춰 상판을 놓으려면 간단하지 않아 손을 몇 번씩 찧어야 하구요.




책장이 옆으로 놓여 있어 책을 찾아보려면 허리와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일어나야 하고 책상의 위치를 조금만 옮기려 해도 책장의 책을 다 드러내야 합니다.




뿐인가요. 책상에 설합이 붙은 형태로 돼 있던 옛날 책상은 책상 밑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걸이가 있었지만 책장과 설합장 상판의 조립식 형태로 된 요즘 책상엔 그런 발걸이가 없습니다. 이래 저래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판과 설합이 떨어져 있는 건 사무실 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발걸이도 당연히 없구요. 저는 사무실에서 발을 올려 놓으려 책상 밑에 평소 잘 안보는 큰 책을 몇권 쌓아두고 있습니다. 책 위에 발을 올려놓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발걸이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처음 취직해 오랫동안 쓰던, 녹이 쓸어 가끔 옷을 버려놓고 그 때문에 테이프를 여기저기 붙여 쓰던, `동양강철` 마크도 선명하던 철판책상을 떠올려 보지요. 화가 나면 시위하듯 설합을 `쾅`하고 닫을 수도 있던......




그렇다면 설합과 발걸이가 달린 옛날 책상은 어디로 가고 이런 모양의 책상만 나오는 걸까요? 아마 가구회사의 편의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처럼 상판과 책장 설합장을 따로 만들어 조립하면 생산과 배달이 모두 수월할 테니까요. 설합이 달려 있으면 부피가 커지고 그렇게 되면 생산과정도 길어지고 운반이 영 쉽지 않겠지요.




물론 촌스러운 옛날 나무 책상은 이사할 때 큰짐이 됩니다. 혼자 옮길 수도 없구요. 그렇더라도 저는 가끔 큰 설합과 작은 설합이 달리고, 발걸이가 있고, 책상 위엔 책꽂이와 스탠드가 딸려 있던 학창시절 제 방 책상을 그리워 해봅니다.




`퀴리부인`처럼 되고 싶던 그 시절의 아름답고 커다랗던 꿈도 섞어서요.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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