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섹시 요원& 엽기공주

입력 2001-08-17 15:46 수정 2001-08-17 15:46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요?? 날씬한 쪽인가요 아니면 다소 풍성한 편인가요?? 얼굴과 몸매 모두 예쁘면 좋겠지만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얼굴인가요 몸매인가요?? 다소곳하지만 의존적인 스타일과 활달하고 독립적인 성향 중엔 어느 쪽에 더 끌리는지요??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겠지요. 사람의 인연이란 묘한 것이어서 만나고 보면 평소 이상형과는 영 딴판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딱히 어떤 스타일이 좋다기보다는 복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겠구요. 정들고 나면 스타일을 따질 계제가 지나버리는 수도 많지요.




분명한 건 시대에 따라 바람직한 혹은 대표적인 여성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남성의 전형도 바뀌지요. 아시겠지만 한때는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쉬왈츠제네거나 `람보`의 실베스타 스탤론`같은 근육질 배우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이들보다는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나 `멕시칸`의 브래드 피트처럼 곱상한 배우들이 사랑받습니다. 국내에서도 안성기 최민수 스타일의 인기가 장동건 유지태 유형으로 옮겨갔구요.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 가장 큰 특질로 남성의 여성화 및 여성의 남성화를 꼽습니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도 하구요. 실제 국내에서도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향상된 게 사실입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 대부분이 기혼여성의 근무를 인정하지 않았으니까요.




적지 않은 여성들이 퇴사를 면하려 결혼사실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결혼 후 근무는 물론이고 사내커플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하는 오늘날의 상황은 정말이지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 여성은 공개 혹은 비공개적으로 결혼후 퇴직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만.....




20여년동안 놀랍게 변한 여성의 모습과 역할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에이리언`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지요. 리플리라는 여주인공이 에이리언이라는 괴물을 퇴치하는 내용의 공포영화지요.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처음 만든 뒤 86년에 2편이 나왔고 지난해인가 4편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된 건 에이리언이라는 괴물의 흉측함 탓도 있지만 그보다 리플리라는 여전사의 탄생때문이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아악!` 비명만 지르던 여성이 괴물퇴치 영웅으로 바뀐 게 얘깃거리였지요.




실제로 이 영화에서 리플리는 여성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습니다. 리플리는 더 이상 의존적이고 보호받으려 하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독립적이고 동료를 구출하는 리플리는 상황에 끌려가는 종속적 인물이 아니지요. 더욱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리플리는 강하다 못해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갈수록 차갑고 비정해지는 리플리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성과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냉혹해져야 하는 여성 그 자체라고 분석합니다. 그런가하면 무서운 생존력을 지닌 에이리언이야말로 남성지배사회에서 새롭게 대두된 `강한 여성`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여성이야말로 에이리언같은 외부의 침입자로 보며 이 영화는 바로 그같은 남성들의 두려움을 드러낸다는 겁니다.




`에이리언`이 남성보다 강하고 냉철한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면 얼마전 국내에도 개봉된 `미녀 삼총사`는 터프하지만 섹시한 여성을 등장시킵니다. 드류 배리모어, 카메론 디아즈, 루시 리우라는 3명의 관능적 여배우를 만능 첩보요원으로 내세워 남성들을 여지없이 무찌르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 영화는, 그러나 치열한 격투중 애인과 휴대전화를 계속하는 여주인공의 사랑스런(?) 면모를 삽입합니다.




`강하되 사랑하는 남성에겐 부드럽기 짝이 없는` 존재로 남아줬으면 하는 남성들의 희망사항이 투영된 건지, 여성 스스로 `리플리`의 한계를 깨닫고 전략을 바꾼 건지.... 아무튼 미녀 삼총사는 리플리처럼 전투적이고 살벌한 모습 대신 `쭉쭉빵빵한` 자태로 종횡무진 활약합니다.




그렇다면 올여름 화제작인 만화영화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어떨까요?? 무시무시한 용이 지키는 탑 꼭대기에 갇혔다가 구출된다는 스토리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따르고 있지만 피오나공주의 태도와 행동은 `공주란 이런 것`이라는 인식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공주는 이제 연약하지도 내숭을 떨지도 않습니다. 백마탄 왕자만을 기다리지도 않구요. 못생긴 초록 괴물 슈렉을 마술에 걸린 왕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물론입니다. 못생긴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지요. 매트릭스 발차기로 산적을 무찌르고 개구리와 뱀에게 바람을 넣어 풍선을 만드는 엽기공주지만 밤이면 뚱녀로 변하는 비밀을 털어놓지 못해 고민합니다.




`에이리언`의 리플리가 강인함만으로 승부하려던 20세기말 여성상의 단면이라면 `미녀삼총사`의 섹시요원들은 미모와 전투력을 함께 갖춰야 하는 21세기초 여성상을 비추는 듯합니다.


양쪽 모두 극단적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비해 `슈렉`의 피오나공주는 상당히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얻어 하루아침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려고도 하지 않고, 필요하면 매트릭스 발차기도 마다하지 않은채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려 합니다.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씩씩하게 현실을 타개하면서 남자를 동반자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슈렉`에는 또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조그맣고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당나귀 덩키와 커다란 덩치에 무서운 불을 뿜는 용의 사랑이 그것이지요. 수다쟁이 당나귀가 남자, 엄청난 화력의 용이 여자라는 설정 또한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깨져가고 있는 현실을 눈앞에 펼쳐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무서운 리플리도 싫고, 밤이면 뚱순이로 변하는 피오나공주도 그저 그렇고, 기왕이면 아름답고 늘씬한데다 싸움도 잘하는 미녀삼총사가 제일이다 싶으신가요?? 모두 다르실 것입니다. 어쩌면 경우에 따라 리플리와 미녀삼총사, 피오나공주를 모두 오가는 그런 여성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요.




중요한 건 어떤 유형이 좋고 나쁘냐 혹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의 역할 변화를 인정하고 서로 동반자적 관계를 인정하는 자세를 지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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