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의 저녁식사

입력 2001-06-25 09:15 수정 2001-06-25 09:15
***칼럼회원과 독자 여러분께!!***




게으름을 참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주 1회이상 칼럼을 게재할 것을 다시 약속드립니다. 무엇보다 `칼럼니스트와 함께`가 칼럼회원 여러분의 솔직하면서도 품위있는 토론장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속적인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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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임상수감독의 데뷔작으로 29살 동갑내기 노처녀 세 사람의 성에 관한 얘기를 다룬 작품이지요. 제목 덕인지 서울에서만 30만명을 동원했습니다. `쉬리` 이후 1백만명 관객 동원이 별 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지만 서울 30만명은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 대한 남녀의 평가는 굉장히 엇갈립니다.


제 주변의 여자들(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싱글`이 많습니다)은 "잘 만들었다" 혹은 "상당히 설득력있다"고 말하는 반면 남자들은 "별로...."내지는 "도대체 무슨 그 따위 영화가..."라고 얘기합니다. 평소 상당히 젊고 깨여 있다고 주장하는 어떤 노교수 한분은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그렇게 개방적이 됐나? 완전히 포르노더라"며 흥분하시더군요.




주인공은 강수연 진희경 김여진등 세사람이 맡았습니다. 강수연이 부잣집 딸로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호정, 진희경이 가난한 호텔 웨이트리스 연이, 김여진이 대학원생 순이 역으로 나옵니다.




호정은 사귀는 남자가 있으면서도 유부남과 관계를 맺을 만큼 분방하고, 연이는 애인의 요구에 응하지만 여자는 무엇보다 좋은 남자와 결혼해 잘살아야 한다고 믿지요. 순이는 처녀인 것을 부끄럽게 생각, 언제고 버진을 떼야지 작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던중 세사람에게 변화가 생기지요. 자유롭게 살던 호정은 사업이 어려워진데다 사귀던 유부남의 부인이 고소하는 바람에 감방 신세를 지게 됩니다. 연이는 자주 만나면서도 결혼을 피하는 애인과 헤어지고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냅니다. 순이는 연이의 남자친구와의 첫경험 끝에 임신하게 되구요.




영화는 이런 와중에 세 여자가 드러내는 심리적 변화를 포착하려 합니다. 호정은 감방에서 나온 뒤 평소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의 청혼을 받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고 다녔느냐?"는 물음에 "불안해서"라고 답하지요. 분방하게 행동해온 자신을 누군가가 사랑한다는 사실이 좋으면서도 불안했다는 것이지요.




연이는 우연히 하룻밤을 함께 보낸 남자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수화기가 울릴 때마다 뛰어가서 받는가 하면 전화를 해보기도 하지요. 결국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아니 너무도 무심하게) 지나치지요.




영화에서 연이의 애인은 자신이 순이와 잤다는 사실을 연이에게 털어놓습니다. 연이는 "잘했다"고 말하지요. 이 대목도 남자관객들은 이해가 잘 안되는 것같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무척이나 황당했습니다. 우선 여자 셋의 관심이 `성`에 집착돼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지요. 세사람의 생활이 성실하지 않은 것도 못마땅했구요. 게다가 진희경의 노출장면이 너무 많은 건 불쾌했고, 강수연이 너무 벗지 않는 것 또한 언짢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른 여성들의 평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가 사람들의 주목을 끈 건 무엇보다 `성`이란 남성 전유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 통념과 달리 여자 주인공들이 `성`에 대해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관심을 표명했다는 사실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매스컴에서도 크게 다뤄졌구요.




글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나 제 주위의 몇몇 여성은 그런 대목보다는 이 영화의 사이 사이에 드러나는 `여성의 심리` 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어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여자의 생각이 남자의 생각과 얼마나 다르고 다를 수 있는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흔히 우리나라 남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여자는 이러이러 해야 한다" 혹은 "이러이러 할 것이다"라고 믿는 경우가 많은 것같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면 당황하는 듯합니다. 또 "여자는 남자와 다를 수 있다"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이나 의식을 보여주는 여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곤, "저 여자는 틀렸다"라고 단정짓는 수가 많아 보입니다.




남성들은 종종 "여자는 남자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어떨까요. 여자들도 "남자는 여자를 모른다"고 생각되는 수가 많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알려는 노력을 해보지 않은채 덮어놓고 지나가는 것이 남녀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이제쯤 우리도 남자는 여자에 대해, 여자는 남자에 대해 좀더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때가 된 것이 아닐른지요.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좀더 조화로운 삶을 위해서 남녀 사이에 엄존하는 `차이`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할 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볼 기회가 있으시면 이런 대목을 염두에 두고 보셨으면 합니다. 처음 몇 장면만 보고 "에이, 무슨 이따위가 ...." 하시지 말고 말입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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