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로드와 단팥빵 전쟁, 그리고 동네빵집

입력 2014-04-15 16:33 수정 2015-09-25 22:36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빵은 뭘까? 이건 분명 개인적 편차가 있긴하겠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빵하면 역시 단팥빵이 아닐까 싶다. 가장 소비층이 넓고, 가장 오랫동안 입맛에 길들여졌다. 소보로나 크림빵, 카스테라도 그런 부류의 빵이다. 거기에  호빵이나 찐빵은 겨울을 사로잡고, 옥수수빵, 붕어빵 등은 추억을 사로잡는다. 가만 보면 빵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발 단팥빵 전쟁?
요즘 서울에서 단팥빵 전쟁이 치열하다. 서울 단팥빵계의 빅4라고 불리는 서울연인과 종로명인, 누이에, 장 블랑제리는 매장당 하루에 2000개씩 단팥빵이 팔리는데 줄서서 먹을 정도다. 가격이 1500~1800원 정도니까 단팥빵 하나만 가지고도 매장당 3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군산 이성당의 서울 분점격인 햇쌀마루에서도 1000개씩 단팥빵이 팔린다. 참고로 군산 이성당에선 단팥빵이 주말에는 하루 만개 정도 팔린단다. 동네 빵집 어딜 가더라도 단팥빵이 없는 곳이 없을텐데, 왜 여기서 줄 서서가면서 먹어야 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재료와 맛에서 경쟁력을 확실히 갖췄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가 전략으로 더 특화시킨 곳이 특급호텔이다. 단팥빵은 웨스틴조선,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서울의 특1급 호텔 베이커리에서도 단연 1등의 인기 빵이다. 100년 역사의 웨스틴조선은 호텔 개업과 거의 동시에 단팥빵을 팔기 시작했다는데, 특급호텔에선 3~4천원 정도로 시중가격보단 2배 정도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의 1위 빵은 단팥빵이다. 프렌차이즈 빵집의 대표격인 파리바게트와 뚜레주르에서도 매장당 하루 30개 내외씩은 단팥빵이 팔린다고 하니, 5천개가 넘는 이들 매장에서만 하루에 15만개가 넘는 단팥빵이 팔리는 셈이다. 그리고 뚜레주르는 인도네시아에 3년전에 진출해서 현재 1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판매 1위의 빵은 단팥빵이다. 매장당 하루 150개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국내의 매장당 판매개수의 5배 정도이니 인도네시아에서의 단팥빵 인기는 폭발적인 셈이다. 단팥빵의 달달한 맛도 매력적인 수출상품이 되기도 한다.
단팥빵 때문에 법적인 분쟁도 예고되고 있다. 서울 단팥빵계 빅4 중 3군데가 묘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서울연인에서 독립해 나간 사람이 누이에를 만들었고, 누이에 대표의 컨설팅을 받아 만들어진게 종로명인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셋은 빵 맛이나 접시, 인테리어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되면 진짜 전쟁이란 말이 실감날 듯 하다. 단팥빵 하나가 참 다양하게 얽힌 이야기를 안겨주는 요즘이다.
빵집을 찾아 떠나는 빵로드
빵을 좋아하는 2030들 여성들 사이에서 성지순례를 빗대서 빵지순례, 실크로드를 빗대서 빵로드라는 말을 붙여서 전국의 유명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간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며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꼽히며 단팥빵이 특히 유명한 군산의 이성당을 필두로, 튀김소보로와 부추판타롱으로 유명한 대전의 성심당, 유자 파운드와 크림치즈빵으로 유명한 안동의 맘모스제과,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전주의 풍년제과 등 전국 몇대 빵집이라 꼽힐 각 지역의 대표이자 아주 오래된 빵집들이 대표적인 순례지다. 이밖에도 각 지역별 숨은 좋은 빵집을 발굴하는 것도 빵로드에 나선 이들의 즐거움이다. 주말마다 전국의 빵집다니며 이걸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이들도 있고, 이들에겐 이것이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다. 
동네마다 빵집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빵을 참 좋아한다. 순수한 동네빵집이 줄고 그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섰지만 우리가 고개만 돌리면 빵집은 한두개씩 보일정도로 많다. 2000년 1만8000여 개였던 동네빵집은 상당수가 망해서 사라지고, 상당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편입되었다.  2000년대 중반까진 동네빵집이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4배 많던 적도 있었는데 이젠 오히려 프랜차이즈 빵집이 훨씬 많다. 그래도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 합치면 1만2천개 정도된다. 거기에 인스토어 빵집은 대형마트나 SSM, 편의점 내에 있는 소규모 빵집이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빵집은 338개, SSM은 528개, 편의점은 2300개에 달한다. 대략 1만5천개의 빵집이 우리 주변에 있는 거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 이상 빵은 간식이 아니라 주식이 되고 있다. 쌀밥은 점점 덜 먹는 반면 빵 소비는 점점 늘어난다.
동네빵집은 살아날 수 있을까?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게 지난해 2월이었으니, 이제  1년이 지났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3년간 점포수 확장 자제 및 시장 진입 자제를 권고 받았으니 이제 2년 남은거다. 그런데 벌써부터 제빵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동네빵집에 도움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신문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사의 메시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행해도 동네빵집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며 이럴바에야 적합업종 시행한게 효과 없으니 골목상권 살리기 위해서라도 제한을 풀자는 늬앙스였다. 
조사결과만 보면 변화없음이 42%이고, 증가가 13.3%, 감소가 44.7% 다. 변화없거나 증가했다를 합치면 55%가 넘는다. 이 수치만 가지고도 동네빵집 절반 이상이 매출 유지 혹은 증가했다고 할 수도 있고, 감소 쪽에만 무게 실어서 다룰 수도 있다. 기사는 감소한 것만 핵심 이슈로 삼았다. 감소의 이유의 핵심이 될 전반적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이란 사실에 대해선 감안하지 않았다. 만약에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마저 출점이 자유로웠으면 어땠을까? 그럼 매출 감소했다는 동네빵집이 훨씬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아예 문닫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갈아탄 이들도 더 생기지 않았을까? 
그리고 설문조사였다는걸 봐야 한다. 실제 매출자료를 가지고 분석한게 아니라 전국 300곳의 빵집 주인들에게 전화로 물어봤다는 얘기다. 대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에서 매출 얘기할 때는 엄살부리며 줄었다거나 그대로라는 얘길 더 쉽게 하게 된다. 그 말은 이런 조사 방식에선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단 거다. 2년이 더 남은 시점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건, 3년 유효기간이 끝난후 재연장은 절대 불가하도록 여론을 만드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경기침체나 소비위축으로 골목시장자체가 경색되는게 가속화되면 3년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전면 재수정을 관철시킬 분위기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왜 그렇게 삐딱하게만 보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조사와 기획기사에는 의도와 목적이 숨어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으로 동네빵집은 4762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영향으로 1년만에 384개가 증가했다. 계속 가파른 감소세에 있던 동네빵집이 감소를 멈추고 증가로 반등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들에겐 이제 2년이 남았다. 동네빵집의 자생력을 좀더 갖추고 기반을 다질 시간이 2년 남은 거다. 동네 빵집 살리기는 우리 주변의 이웃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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