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8.27)- 말은 인품이다.

입력 2013-08-27 03:33 수정 2013-08-27 03:33


오늘의 행복(8.27)- 말은 인품이다.

 

야구에서 배우는 말의 품위.

공을 갖고 하는 운동 중에 골대(홈베이스)에 선수의 몸을 집어넣어야 점수를 내는 게임은 야구뿐이다. 야구는 치고 날고 빠져나가려는 공과 공을 잡으려는 인간이 벌이는 예술이다. 어디로 어디까지 날아갈지 모르는 공의 묘미와 내용과 태도에 따라 맛이 변하는 말의 기능이 비슷하다. 말을 야구공에 비유하면, 안타는 유효한 말과 먹히는 말, 삼진은 죽은 말, 무기력한 말, 상대에게 씨도 안 먹히는 말이며, 홈런은 큰 감동을 주는 말, 승리의 말, 상대를 제압하는 말이며, 병살타는 돌직구에 의한 상처를 주는 말, 파울 볼은 상식과 예의에서 벗어나고 경우 없이 발칙한 말에 비유할 수 있다. 야구 선수는 공을 보내고 잡는 공수(攻守) 실력에 따라 메이저, 마이너 선수로 구분하듯 말도 말을 하는 품위에 따라 등급이 있다.

 메이저 화술.

메이저급 타자는 투수의 공을 잘 받아 치고, 수비 선수에게 공이 잡히지 않는 빈틈 방향으로 보내며, 요란하지 않고 소리 없이 강하다. 훌륭한 화자(話者)는 자기 말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할 줄 알기에 상대의 시비에 걸리지 않고, 겸손하게 표현을 하기에 감정의 안테나에 잡히지 않는다. 메이저급 화자는 적시에 내용이 담긴 말을 조용하게 전달한다. 아무리 기분 나쁜 상태에서 말을 해도 흥분하거나 감정을 보이지 않고, 말의 내용과 어감으로 마음의 강도를 조절한다. 큰 소리와 거친 톤으로 말에 감정을 담지 않고, 품위 있는 말로 상대를 설득한다. 강타자는 투수의 눈빛에 밀리지 않고 결정적일 때 한 방 쳐낸다. 훌륭한 화자(話者)는 상대의 눈을 보면서 말하고 결정적일 때는 정곡을 찔러서 상대를 제압한다. 강타자는 안타로 말을 하고, 화자는 사실적인 행동으로 말을 한다.

  마이너 화술.

메이저 선수와 마이너 선수의 연습량과 기량의 차이가 없다. 어떤 마이너 선수는 메이저 선수보다 기량이 더 좋다. 본 게임에 임해서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하면 메이저 선수, 연습 때보다 집중력과 기량이 떨어지면 마이너 선수다. 메이저 타자는 스트라이커 2개, 볼은 3개까지 라고 인식하고, 마이너 타자는 스트라이커 3개, 볼은 4개라고 인식한다. 메이저 화자와 마이너 화자를 구분하는 것은 말의 솜씨가 아니라 말에 대한 태도와 품위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고 조건이 불리하면 언어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말에 감정이 뒤섞이고 분노하고 화를 내며, 말의 내용도 뒤죽박죽 산만하며, 거친 언사를 성질이 풀릴 때까지 반복한다. 마이너 선수가 삼진 아웃당하고 방망이를 걷어차는 꼴과 유사하다. 마이너 선수는 판정에 불만을 품으면 심판에게 욕을 하듯, 마이너 화자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욕도 한다. 말은 혼과 혼을 연결하고 인품을 좌우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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