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맥주를 마시고 TV를 보는 시대

입력 2013-02-13 13:55 수정 2013-02-13 13:55
‘개 팔자가 상 팔자’ 라는 말이 요즘처럼 잘 맞을 수가 없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우린 참 쉽게 하고, 또 많이 듣는데, 요즘은 사람 뿐 아니라 개도 참 살기 좋아졌다. 심지어 개를 위한 맥주도 나오고, 개를 위한 케이블TV도 나와있는 시대다. 도대체 왜 개들에게 맥주까지 먹고, TV까지 보게해야하는가?
개를 위한 맥주, 개가 보는 케이블TV는 왜 만든걸까?
개를 위한 맥주가 나왔다는 것은 개에게도 기호식품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건 개를 키우는 사람이 개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개뿐 아니라 고양이 맥주도 있다. 개를 위한 맥주는 미국, 일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는데 사람이 마시는 맥주보다 훨씬 고가다. 아마 이런 소비를 두고 부자들의 호사스런 반려견 사랑이 낳은 일부 부류만의 한정된 일이라 생각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건 오산이다. 부자 만이 아니라 개를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이라 여기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린 애완견이란 말을 쓰지 않고 반려견이란 말로 쓴다. 애완이 도구의 의미라면, 반려는 가족이 되는거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사람이 누리는 것은 모두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점점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녀 출가 후 부부만 따로 사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그냥 단순한 동물이 아닌 것이다.
2012년 2월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케이블방송으로 DogTV가 개설되었다. 개를 위한 훈련, 오락, 휴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 하는데 지역방송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2개월 만에 100만명의 유료(4.99달러) 가입자를 모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전역방송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만 개를 키우는 가구를 4600만 가구로 추정하는데 이중 1천만 가구만 확보해도 연간 수천억원 짜리의 큰 시장이 되는 것이다. 누구는 개를 위한 방송을 만들어서 어마어마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 셈인데, 흥미로운건 개들에겐 언어의 장벽이 없어서 이런 서비스는 전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개를 위한 콘텐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시기가 바로 2013년이 될 것이다.
개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는 가장 매력적인 미래 기회
맥주는 시작에 불과하다. 개를 위한 상품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변을 치울 봉투를 잊어버리는 이들을 위해선 개끈이 있는 손잡이안에 봉투가 삽입되어 있어서 곽티슈에서 티슈 꺼내쓰듯 쓸 수 있는 제품도 있다. 개 전용 선글라스도 있고 뜨거운 여름 개들이 맨발로 보도블럭이나 도로를 걸을때 다치지 말라고 발에 바라는 전용 왁스도 있다. 동물용품 제조업체 아이리스 오야마는 동물을 많이 키우는 1인가구를 위해 털 흡입력이 뛰어난 진공청소기를 만들어 인기다. 반려동물을 위한 전자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흥미를 끄는 제품들도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관련 산업의 성장성은 상상 이상이 될 소지가 높다. 미국에선 개와 함께 항공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개를 태워주는 항공사가 있다. 브라질에선 개들의 짝짖기를 위한 러브호텔이 있으며, 심지어 개를 위한 성인용품인 자위용 인형도 나와있을 정도다.
사실 반려동물 시장은 가장 매력적인 성장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업계 추정치로 대략 1.8조원 정도다. 1.8조원을 보고 크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일본은 15조원, 미국은 50조원 규모라는 업계 추정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시장규모가 턱없이 적다. 2조원이 안되는 시장이 앞으로  4~5조원으로 커진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늘어나게될 2~3조원 정도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올까? 그 주머니는 누가 먼저 공략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이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순간 가족에게 돈쓰는 것처럼 개에게도 돈을 쓴다. 아기 보살피듯 개를 보살피며 돈을 쓰는데, 심지어 이들에게 너무 많이 쓰느라 가난해졌다는 펫푸어(Pet Poor)라 불리는 이들도 있다. 펫푸어는 극소수의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꽤나 보편화되고 있는 일반적인 유형이 되고 있다. 펫푸어에겐 개는 유기농 음식과 스테이크 먹는데 개 주인은 라면먹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개에게 투자하느라 막상 자기가 먹고 쓸 돈은 없는 이들은 마치 자식에게 올인하느라 먹을거 입을거 안입는 부모세대를 연상시킨다.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펫푸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펫푸어라는 말이 씁쓸한듯 여겨지지만 그만큼 우린 외롭다는 것이고, 가족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저, 부키, 2012.12.15)

이 책은 현실과 일상의 수많은 단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재배열하여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로운 핫 트렌드를 전한다.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포인트’, ‘스마트 기술이 바꾼 풍경’ 등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22개 주요 트렌드를 통해 오늘 우리 삶의 스펙터클한 변화상을 눈맛 시원하게 조망해 낸다. 2013년 한국인은 무엇에 관심을 쏟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에 열광할 것인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나 보자.

라이프 트렌드 2013김용섭 저
부키 | 2012년 12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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