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가 된 여성 A 그룹, 그녀들의 도발적 선택은?

입력 2012-12-21 08:00 수정 2012-12-21 08:00
트렌드 예측에선 가설이 중요하다. 가설을 세우고 그걸 시나리오화하고,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개 실제하는 팩트를 두고, 그것을 기준으로 가능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가설로 세워보곤 한다.

연애와 결혼 시장에선 남녀의 사회적,경제적 등급을 A ~ D로 나눴을 때, 여성은 가장 상위의 A그룹이, 남성은 가장 하위의 D 그룹이 짝 없어서 연애도 못하거나 결혼을 하지 못하고 남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남자 A는 여자 A가 아닌 여자 B를 선택하는 등 남자는 자신보다 낮거나 같은 여자를 선택하는 경향 때문이다. 결국 여성은 능력이 넘쳐서, 남성은 능력이 모자라서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셈이다. 학력과 직업, 소득 등 모든 면에서 상위그룹인 여성 A그룹이 선택되지 못하고 잉여가 되는 현상이, 이후의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낼 것인가? 몇가지 가설을 제시해보겠다.

첫째, 싱글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결혼은 포기해도 출산은 여성으로서의 권리가 여기는 그녀들의 용감한 선택은 늘어날 소지 있다. 충분히 경제적 능력도 그녀들이 갖췄고, 더이상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남녀가 나눠서 할 필요도 없이 혼자서 두가지를 소화할 정도의 능력녀는 늘어난다. 능력있는 여성이라면 굳이 결혼에 목맬 필요없이 출산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회적 지지를 좀더 받을 수 있다. 이런 그녀들 덕분에 사회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별개로 여기는 인식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싱글맘의 혼외출생이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날 시점을 맞고 있는 셈이다.

둘째, 가족에 대한 개념 규정이 달라진다. 이제껏 알던 가족은 남녀로 이뤄진 부부와 아이로 이뤄진게 전형적인 가족개념이었다면 이젠 동성커플이 살면서 입양한 아이도 보편적 가족으로 인식되고, 싱글맘과 싱글파파도 보편적 가족으로 바라보게 된다. 동사무소 서류에서부터 각종 제도에서 부모와 자식을 정상가정으로 두고 그 외를 결핍의 요소로 보는 식의 접근이 사라질 것이다. 잉여A 그룹의 영향력은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사회적 배려를 이끄는데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유부남과 열애에 관대해진 싱글녀들이 증가할 수 있다. 여성 A그룹의 경우 결혼 생각을 버리고 연애에만 충실해질 수 있고, 그 경우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갖춘 유부남이 오히려 잘 맞을 수 있다. 그녀들이 과연 능력없고 지위도 없는 새파란 어린애들과는 유치해서 놀겠나? 도덕적으론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중심적 사고에선 안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미 현실에선 유부남과 유부녀들의 외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그러니 이것도 안될 것 없는 가설이다.

넷째, 여자마초들이 증가할 수 있다. 여자가 여성성을 가지는 것은 남자와의 관계를 위해서인데, 굳이 결혼해서 남자와의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는 여자들은 좀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상을 지향한다. 그것이 그녀들을 기존의 여성성과의 정반대 편에 있는 여자지만 남성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남자처럼 꾸민다는게 아니다. 섹시하고 이쁘게 꾸미는건 할지라도 그녀들의 사회적 태도와 생각은 이전의 여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 강한 여자들을 위한 새로운 소비나 사회적 트렌드도 이어질 것이고, 이들에게 맞는 남성상의 등장도 지켜볼 일이다.

물론 가설은 틀릴 수 있다. 틀려도 되니 더 과감하게 경우의 수를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라는 점이고, 그 가능성이 슬슬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고, 늦출 순 있어도 막긴 어려운게 바로 흐름이다. 트렌드는 흐름이다. 그 흐름 속에서 누가 먼저 기회를 찾는가는 누가 먼저 가능성이 높은 가설에 대비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렌드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요즘 뭐가 뜨냐' 보다도 '그것이 왜 뜨고, 앞으론 어떤게 어떤 배경때문에 뜰건지'를 보는 것이다. 트렌드는 살아있는 유기체 같고 계속 진화하기에 따라가는 것보다는 한발 앞서가는 것이 기회를 찾는데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출처-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김용섭 저, 부키, 2012.12.15)

이 책은 현실과 일상의 수많은 단서를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재배열하여 2013년을 관통할 흥미로운 핫 트렌드를 전한다. ‘오렌지족의 귀환’, ‘대중문화의 새로운 티핑포인트’, ‘스마트 기술이 바꾼 풍경’ 등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읽히는 22개 주요 트렌드를 통해 오늘 우리 삶의 스펙터클한 변화상을 눈맛 시원하게 조망해 낸다. 2013년 한국인은 무엇에 관심을 쏟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에 열광할 것인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만나 보자.














라이프 트렌드 2013

김용섭 저
부키 | 2012년 12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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