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전문직? 그들이 왜 위기인가?

입력 2012-10-22 10:23 수정 2012-10-22 10:23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표적인 전문직이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다. 그런데 이들 전문직도 몇해전부터 위기를 조금씩 겪더니 이젠 불황의 여파를 심각히 느끼고 있다. 전국 42개 의과대학 대학병원에서 쏟아져나오는 전문의 숫자만 연간 3천명 정도다. 한국에 의사면허를 가진 누적인원만 10만명 이사이다. 한의사는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에서 매년 800명 가량 나온다. 한의사 면허를 가진 누적 숫자로는 머지않아 2만명을 앞두고 있다.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000명, 로스쿨 1500명 등 연간 2500명이 쏟아져나온다. 1980년대는 연간 300명, 1990년대에는 연간 50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당연히 변호사 자격증이 가지는 사회적 지위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인회계사도 10년전부터 연간 1천명씩 쏟아져나온다.
이들 4가지 대표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만 연간 7300명이 나온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지위를 모두 보장받으려면 공급이 너무 많아선 안된다. 아무리 좋은 전문직 자격증이라도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치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들 전문직의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는건 소비자들로서는 나쁜일은 아니다. 이들의 경쟁속에서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직 자체로만 시각을 두면, 분명 전문직의 위기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진료비를 압류당하는 병의원도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간 의료기관 건강보험 급여비 압류 현황’에 따르면 2006년에는 200억6900만 원이었던 압류금액이 2009년에는 907억8000만 원으로 4.5배 급증했다. 2010년은 상반기 집계만 635억원1400만 원에 달했다. 2005년 이후 매년 폐업을 병원은 100여개, 의원은 18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병의원 합쳐서 매년 2천개 가까이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의원도 매년 1200개 넘는 문을 닫고 있다. 병의원과 한의원 합치면 매년 3200개 가까이 폐업을 하는 셈이다.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만 몰리고 동네 병의원은 점점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물론 문닫고 또 누군가는 문연다. 그게 반복되지만 결국 망하고 나가는 이들만 계속 쌓일 뿐이다.

의사가 다른 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면 개원하듯이, 변호사도 대형로펌에 취업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변호사사무소를 연다. 회계사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전문직 종사자들은 상당수가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사가 안되면 휴업도 하기 마련인데, 일반인이 생각하는것 보다 휴업하는 변호사와 회계사는 많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휴업 변호사는 2004년 기준으로 592명(전체 변호사 중 8.6%)이었다. 그런데 2008년까지 1292명(12.7%)이더니, 2012년 8월 기준으로 2507명(17.6%)이나 된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2012년부터는 사법고시를 치른 사법연수원 출신자 뿐 아니라 로스쿨 출신자도 대거 변호사로 진입한데다 앞으로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기에 치열한 경쟁 속에 도태자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취업 못한 변호사도 흔한 일이고, 각종 기관이나 기업에 취직한 연봉 3천만원짜리 변호사 얘기도 현실인 시대다. 여전히 잘나가는 변호사도 많지만, 전반적인 변호사의 지위는 점점 하락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들도 위기경영하면서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회계법인 중 빅4라고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의 매출은 감소추세에 있고, 회계법인을 떠나는 회계사들도 급증하고 있다. 2012년초 예금보험공사가 경력 회계사 15명을 뽑으면서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신입사원 대우로 뽑는다고 했지만 174명이나 지원했고, 금융감독원의 2012년 신입사원 공채에는 101명의 회계사가 지원해 그 중 9명만 합격했다. 회계사로서의 자격증을 전혀 지위로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공기업에 몰리는 것은 예전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관두고 회계사 시험준비해서 자격증 따던 전문직 열풍이 불었던게 불과 얼마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만 봐도 얼마나 회계법인이나 회계사가 어려운 상황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휴업 회계사는 2004년 1753명(전체 회계사 중 24.5%) 이었다. 2008년까지 3274명(29%)이더니, 2012년 3월 기준으로 4880명(32.6%) 이었다. 회계사 3명중 1명이 휴업중인 셈이다.

밥그릇을 잃어버릴 교수와 박사급 인력도 많다. 전국의 대학 입학 정원은 고교 졸업생 숫자를 넘어선지 꽤 되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들어선 대학들만 백여개 정도 된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대학 중에 경쟁력을 잃은 지방의 대학들 순으로 하나둘 무너지고, 통폐합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수년내에 1/3 이상의 대학이 폐교된 초등학교마냥 될 수 있다. 폐교된 대학의 교수들은 가혹한 구직의 전선으로 대거 뛰어들 수밖에 없고, 가난한 박사이자 전직 교수들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하우스푸어보다 더 억울한 닥터푸어다. 이들 박사급 교수인력과 연구인력의 고용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살아남은 교수들의 지위도 예전 같지는 않게 된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참고 :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엄마의 상식 (김용섭 저, 21세기북스, 2012.10)>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29014
: 시대는 계속 바뀌고 있다. 과거의 상식으로 미래를 바라보는건 위험하다.과연 당신의 자녀들에게 어떤 직업의 꿈을 심어주고 싶은가? 당신의 아이를 위해 엄마의 상식을 다시한번 점검해봐야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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