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책략(10) - 안보의 목표 - 이대로는 안된다.

입력 2013-03-26 03:10 수정 2013-03-29 06:09
- 거북이는 느리지만 천년을 사는 게 목표다. 



10장생의 마지막 동물이 거북이다. 거북이는 파충류 중 가장 오래 존재해온 동물로서 현재 지구상의 거북이는 240여 종이 있다. 한국에서는 바다거북, 장수거북, 남생이, 자라 등 4종이 알려져 있다. 거북이는 등딱지와 배딱지를 있다는 점에서 다른 파충류(뱀·악어)와는 구별된다. 거북이의 대다수는 강이나 못·늪 등의 물에 살면서 육지 생활도 하는 수륙 양서(兩棲)의 습성을 갖고 있다. 느리지만 생명력이 강하고 장수하는 거북이를 통해 안보의 장기 전략을 살펴보자. 

거북이는 느리지만 천년을 사는 목표가 있다.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곡조를 간직하고(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고(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은 남아 있고(月到千虧餘本質)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柳莖百別又新枝).’ 조선 중기 문신인 상촌(象村) 신흠(1566~1628)의 작품이다. 필자는 이 한시 리듬에 ‘거북이는 느리지만 천년을 사는 목표가 있다. (龜遲悟千年目標)를 덧붙이고 싶다. 

거북이는 어디를 향해서 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생존 자체가 목표다. 깊은 바다의 거북은 잡어들이 자신을 ‘바다의 두꺼비’라고 마녀 사냥을 해도, 거북이 등에 굶주린 조개들이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도 소리 없이 바다의 여행을 한다. 다른 개체가 어떤 시비를 걸어도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만 천년을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에서 안보 정책을 추진할 국방장관 내정자를 국회에서 반대하여 결국 자진 사퇴를 했다. 위정자들이 정말로 국가를 위한 정의감 때문에 악다구니를 부리면서 낙마를 시켰을까?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개인적 이익이 된다면 과연 마녀사냥을 하고 참새가 벌레를 보듯 잡아먹으려고 했을까? 대다수 지성인은 먹이 사슬의 변함없는 안정감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정의와 진실을 팔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정의를 판매하면서 안으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수의 그들도 머리로는 ‘나라를 지켜야 함께 산다.’는 안보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안보의 최종 목표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다. 안보의 목표는 인간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기초로 하면서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목표, 국가의 목표와 정부의 국정방향이 일치하는 목표, 지금 무엇이 가장 큰 사업인가?’ 큰 질문에 화답하는 공익목표, 모든 백성을 하나로 만드는 이심전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지금, 멸북과 종북이 서로 싸우는 것은 역사관과 국가 이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의식과 국가에 대한 정신적 태도가 다르면 안보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안보 목표는 명확, 절실, 유쾌해야 한다. 안보 목표는 명확해야 한다. 안보 목표가 명확해야 적은 공포에 떨고, 어중간하게 양다리 걸치는 경계인이 사라지고, 백성은 국가안보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안보 목표는 ‘지키지 못하면 다 함께 죽는다.’는 절실한 공동 목표를 설정해야 함께 대응한다. 안보의 비전과 목표가 힘이 아닌 환상과 허풍에서 나오면 위험하다. 결정적일 때 힘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백성이 믿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적을 이롭게 하는 괴물, 몸은 남쪽에 있으면서 혜택을 취하고 마음은 북쪽을 바라보는 정신적 배신자가 생긴다. 절박하지 못한 안보 목표는 중도에 멈추기 쉽고, 리더 혼자만 간절한 안보 목표는 이루기 어렵다. 리더가 자기 생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독선적 목표를 설정하고 밀어붙이기를 하지만 성공은 쉽지 않다. 다수의 공감대를 얻는 안보 목표가 다수를 유쾌하게 만들고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안보와 보안은 쌍둥이 형제다. ‘거북이는 몰래 수 천 개의 알을 낳지만, 닭이 알을 낳은 것은 온 동네가 다 안다.’ 말레이시아 속담이다. 합법적인 폭력 조직인 군대는 감출 것은 감추고 알릴 것만 알려야 한다.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정책 발표, 먼저 알면 갈등이 생기는 계획과 인재 선발 의도와 계획은 미리 노출하면 안 된다. 민간 조직은 내부의 모순과 비리마저 전 요원이 공유하게 하여 발전과 각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군과 안보 조직은 지킬 것은 지키고 알릴 것만 알려야 한다.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는 조직은 해체해야 한다. 열(10)의 전투력으로 하나(1)의 적을 치는 것은 전술이라면, 하나(1)의 신비감 조성과 보안 유지로 적의 전투력 열(10)을 궁금하게 만들고 묶어두는 것은 보안의 전략이다. 상대방은 내가 약하고 우둔하면 시비를 걸듯, 적은 아군이 약한 곳(虛))과 반격이 어려운 곳을 친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보안 유지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해도 나의 약점은 드러내지 마라. 멀어지고 우습게 보이는 이유가 된다.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는 안보 기관은 해체해야 한다. 국가 기능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안보 기관의 내부에서도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보안을 누설한다면 적에 대해서 보안을 지킨다고 보장할 수 없다. 보안을 누설하는 조직을 국민 세금으로 유지할 명분이 있는가?

군(軍)이 군(軍)인 것은 신비함을 감출 줄 알았기 때문이다. 군이 자기의 역량을 자랑하고 싶을 때 가벼워진다. 군의 신비함을 지키고 전투력을 보존하는 길은 모든 요원이 입을 조심하는데 있다. 공개된 국방부 통계연감을 보면 국방부 전체 상황과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적의 의도는 잘 모르면서 아군의 의도는 많이 노출이 되어 있다. 인터넷을 사냥하면 군 관련 인간 정보, 장비와 무기 정보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군의 지휘관은 문명의 도구(SNS)를 활용하되 자신의 생각을 노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내부 소통은 필요하지만 적이 아군을 엿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정보 공유의 명분으로 새어나가는 군 관련 작은 자랑들이 쌓이면 군의 내부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게 된다. 군대의 자랑은 평소의 인간적인 감동 생산이 아니라, 적이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전력을 만드는 일이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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