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진짜 친구일까?

입력 2012-05-10 11:52 수정 2012-05-10 11:52
과연 소셜네트워크의 친구는 진짜 친구라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는 분명 다르긴 하다. 소셜네트워크에선 쉽게 맺어지고 또 쉽게 헤어진다. 소통은 하지만 갈등은 없다. 분명 오프라인의 친구는 눈 앞에서 직접 만나는데다 사귀다보면 갈등도 있다. 그렇다고 무 자르듯 쉽게 관계를 단절시키진 않는다. 친구의 양으로 보자면 소셜네트워크가 단연 많다. 몇천명씩 친구로 두고 있는 이들도 있다. 현실에서 그만큼의 친구를 거느리긴 참 어렵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양으론 앞서지만 질에선 소셜네트워크가 오프라인을 앞서긴 쉽지 않다.

미국의 마케팅서비스기관 Mr Youth는 2011년 가을학기 신입생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73%가 페이스북 등 SNS 상 친구를 진정한 의미의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사진(84%),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 69%), 관계 상태(78%) 등은 공유하는 반면, 현재 거주지 주소, 전화번호나 구매 제품 등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 친구는 친구지만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사적정보는 알려주지 않는 친구다. 52%가 페이스북 '친구'가 300명이 넘고 이 중 10%는 친구의 수가 1천명을 웃돌았다. 76%는 하루 1시간 이상, 40%는 하루 10번 이상 페이스북을 방문했다. 심지어 59%는 수업시간에도 페이스북을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로 페이스북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양적인 측면이나 집착이나 시간 할애를 보면 모두가 관계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태도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개의 소셜네트워크 사용자는 오프라인의 친구와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를 동일 선상에 두지는 않는다. 물론 소셜네트워크의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둘다 해당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의 친구 중에 직접 만나는 경우는 드물고, 간혹 소셜네트워크의 내 친구가 알고보면 사람이 아닌 봇인 경우도 있다. 사람도 아닌 것 하고 친구 먹는 셈인데, 사실 현실에서 직접 만날게 아니라면 그 상대의 실체가 사람이든 봇이든 상관없다. 내가 알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페이스북에선 이성에 대한 구애가 빈번하다. 상대의 사진(주로 얼굴이나 몸매겠지)을 보고 말걸어 친구맺는 일은 20대 싱글들에겐 흔한 일이다. 말 걸었다 친구 안받아준다고 이걸 실제 퇴자맞는 것처럼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가 이쁘다고 말걸고 전화번도 묻는건 나름 용기가 필요하지만, 소셜네트워크에선 그런 용기조차도 필요없다. SNS는 상대와 쉽게 연결되는 만큼 쉽게 이별하기도한다. 심지어 연인 사이의 이별도 SNS를 활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Cnet이 미국 설문조사업체 마켓리서치 랩42의 조사결과를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33%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페이스북 등으로 이별해봤다고 했으며, 40%는 앞으로 이별에서 그런 온라인 도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연인이 없는 솔로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경로로는 직접 오프라인에서 접촉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페이스북이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으로 만나고, 온라인으로 사랑하고, 온라인으로 헤어지는 일은 요즘 세대의 전형적인 연애행태이며 이를 굳이 인스턴트적이라 폄훼하기도 어려워졌다. 모두가 그렇게 하는 가장 보편적인 연애문화가 된데다, 시대별로 연애를 바라보는 '가벼움'의 차이는 상대적이니 말이다.

심지어 남자이면서 이쁜 여자 사진을 걸어놓는 이들도 있다. 가상의 친구 숫자를 단기간에 늘리는데 그보다 효과적인건 없다나 뭐라나. 사진만 보면 모두가 다 연예인 급이다. 포토샵이 도움도 받고, 각도와 조명의 도움도 받고, 모바일에서 보는 작은 화면의 도움도 받는다. 물론 그들의 실제 모습은 절대 그렇지 않을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어떠랴. 어차피 현실에서 직접 만나서 확인해볼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가상 공간의 사진만 보고서도 이쁜 여자라며 돈까지 사기 당하는 남자들 얘기도 흔하다. 그 남자들이 바보같은게 아니라, 다만 소셜네트워크에 몰입했던 것 뿐이다.

예전에, 독일 함부르크의 한 십대소녀가 자신의 생일파티를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는데, 이걸 전체 공개로 설정해둔 바람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무려 1500여명이나 그녀 집을 찾아왔던 일이 있었다. 집앞 도로를 가득메운 바람에 100여명의 경찰이 출동하고, 그 와중에 두건의 화재도 발생해 수십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물론 그 소녀는 집에서 피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친구에 대한 개념을 다시 고민해야하지 않겠나?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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