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알과 들쥐 - 소신에 대하여!

입력 2012-02-03 08:57 수정 2012-02-14 08:57


8월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느티나무 아래에,

어깨가 듬직한 황소가 한 마리 쇠말뚝에 묶여서 파리를 쫓고 있었지. 황소가 파리를 쫓으려고 몸을 흔들 때마다 소불알이 시계추처럼 아주 심하게 흔들렸어. 지나가는 아이들이 보기에도 심란했더랬다.



그늘 속에서 소불알을 유심히 지켜보는 들쥐들이 있었어. 들쥐들이 몇 마리 모여들더니 내기를 했지. <저 불알이 오늘 해지기 전에 떨어진다. 아니다.>를 놓고 ‘추락파’와 ‘유지파’ 두 패로 갈렸고, 이기는 쪽이 떨어질 소불알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지는 쪽이 1년 치 들쥐 식량을 제공하기로 약조(約條)가 되었다.



소불알이 떨어질 것이라는 들쥐들의 믿음은 강했지만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도 소불알은 시계추처럼 흔들렸지만 중심은 굳건했어. 소불알이 떨어진다는 쪽에 내기를 건 들쥐들은 혹시나 해서 해가 지고 어둠이 밀리는 밤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불알 감시를 계속 했지만 소불알은 낙하운동을 하지 않았어.



아니 - 세상에- 멀쩡한 소불알이 떨어질 리는 만무했는데, 들쥐들의 저능한 지능지수인지라 내기를 했고 요행수를 기다렸다. 하여튼 소불알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내기를 했던 들쥐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어. 혼자만의 생존을 위한 밥벌이도 힘이 드는데 한 몫을 더 해야 하니 실로 난감했던 거야. 그래서 다시 내기를 하기로 했다.



1차게임에서 진 들쥐 무리들이 내건 조건은 <내일 아침, 황소의 소불알이 붙어 있으면 2년 치 식량을 제공한다.> 내기를 한 들쥐들 중에 조금 지능이 있는 들쥐가 공작을 폈어. 소불알이 자연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갉아서라도 떨어트리기로 음모를 꾸미고 실행에 들어갔어.



깊은 밤, 세상도 자고, 별도 자고, 황소도 잘 때 들쥐 3마리가 황소의 깊은 사타구니 계곡으로 접근을 했어. 소불알의 일부가 다리에 깔려 있어서 소불알의 연결 부위를 찾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 뱃살과 소불알을 연결하는 부위를 3마리의 들쥐가 갉기 시작했어. 황소는 잠에 취했던지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어. 그러나 갉는 부위가 깊어지자, 아픔을 느낀 황소가 벌떡 일어나 불알을 흔들자 들쥐는 중심을 잃고 나동그라졌고, 성질이 난 황소는 들쥐 3마리를 잔인하게 밟아 죽였다.



다음날 태양은 떠올랐고, 황소는 다시 쇠말뚝에 묶였다. 황소의 불알은 소신 있게 중심축을 오가며 흔들리고 있었다. 간밤에 들쥐 3마리가 밟혀죽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황소 주변은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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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없는 행동과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우화다. 소불알을 통해 소신(所信)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소불알을 이두식(향찰)으로 표현하면 -> 소 +불알 신(腎)= 소신으로 발음이 되는데, 묘하게도 소불알과 소신의 이미지가 닮아 있다. 소불알이 사타구니 사이에서 왔다갔다 진자운동을 하지만 원심력과 지구력이 있어 절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듯이,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소신(所信)은 흔들림 없이 일을 추진하게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굴절하지 않고, 나를 나 자신으로 만들고 내가 나로 살아가게 하는 덕목이다.



나를 어렵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이며, 소중한 나를 버리고 엉뚱한 일에 매달리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나’라는 뚜렷한 중심과 소신이 없으면 허상의 블랙홀에 빠져 몸은 살아있지만 영혼이 없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자기 대화와 수련으로 소신을 키우지 못하면 욕망의 아바타로 산다. 소신 없이 욕망에 끌려가면 나, 가족, 국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사랑하는 꼴이 된다. 소신이 없으면 순간 이익을 위해 남에게 비위를 맞추고, 소중한 자기 얼굴을 버리고 거짓의 가면을 쓰고, 돈과 자존심, 체면과 허상의 갑옷을 입고 활동하지만 영혼이 가난한 자로 추락한다.



소신은 자기 가치관과 신념에서 출발한다. 살다보면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환상과 성공사례에 위축되어 자기중심을 잃고 모방하기 바쁘고, 조직의 일부로 각본대로 움직여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기 소신을 잃고 살아간다. 나로 살려면 감기처럼 찾아오는 정신적 공황(우울과 스트레스)을 극복하고, 자기 여건을 기초로 담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소신이 필요하다. 소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패배를 생각지 않고, 항상 된다고 생각하며, 되는 길을 찾는다.



소신의 틀을 키우려면 세상을 보는 눈을 뜨고, 자기 수양으로 함께 하는 정서와 인품을 키워야 한다. 작은 범위의 소신, 자기만 생각하는 소신과 고집은 소아를 만들고 수시로 부딪히게 만든다. 소신 있는 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신체적인 고통도, 환경의 불리함도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사명감 없이 살아가는 것이요. 나의 중심을 잃고 주변 눈치만 살피고, 집단이 요구하는 도구로 전락하여 생활의 윤기를 잃고 일상적인 굴레에 허덕이는 것이다. 진정한 소신은 자기가 자기로 살기 위해 자기를 성찰하면서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영역도 살피는 통이 큰 행동이다.



소신을 펴려면 돌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더운 날 소불알은 늘어지고 추운 날 소불알은 쪼그라들듯이, 강한 의지력과 자기 나름대로의 행동철학이 있더라도 저항이 있으면 돌아가야 한다. 부딪혀 뿌려지는 것보다는 휠 수 있는 여유가 더 생명력 있다. 뜻이 맞지 않는 자와 동행하더라도 함께 어울리며 함께 가는 온유한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일의 결과가 나쁘면, 설사 10명의 천사가 나를 찬양하여도 그것은 내게 있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링컨의 말이다. 나의 신념과 소신은 선과 좋은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신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와 그냥 되는 일은 없고, 노력한 만큼 자기 것이 된다. 노력과 노동보다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僥倖)수다. 우연히 다가온 행운도 언젠가 내가 지불한 노력의 결과다. 콩 싹이 나오면 콩 씨가 뿌려졌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려면 실현 가능한 꿈을 세우고, 노력해야 하듯이, 행복을 누리려면 자기를 알고, 자기마음을 다스리고 자기를 창조하고 확대하여 자기만의 행복을 창조해야 한다.



자기 소신으로 행복을 창조하는 법 <우화 법률 105조 6항>

1. 인간으로 태어난 것보다 더 큰 축복과 행운은 없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2.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하자. 행하는 곳에 행복이 있다.
   행복은 기다리는 것도, 채우는 것도, 현재 완료형도 아니다. 
   소신 있게 지금의 나의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다.

3. 행운이 없다고 불평하지 마라. 행운은 만기 날짜를 모르는 적금이다.
   행운과 행복을 원하면 행운이 오도록 행동하고, 행복한 행동을 하라.

4. 요행은 부채(負債)다. 요행으로 성공했다면 갚을 일만 남는다.
    최선의 행복, 솔선의 성공, 선의의 부자를 지향하자.

5. 현재 상태에서 최적의 소신을 선택하는 것이 실용이다.
    정직한 영혼과 정성스런 행동으로 정도의 인생을 살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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