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와 황소개구리 - 변해야 산다.

입력 2012-01-20 09:09 수정 2012-01-20 09:09





제천, 의림지(저수지)에,

수염 난 검은 메기와 흰점박이 황소개구리가 있었지. 서로는 종족이 달랐지만 수염이 있다는 이유로 친구처럼 지냈어. 서로는 야비하게 민물 새우를 잡아먹을 때의 감정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웠지. 저수지의 물고기들은 메기와 황소개구리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놓고 흑백 간 꼴불견 결합, 이종(異種) 간 사랑이라는 둥 표현이 흉했지만 메기와 황소개구리는 그래도 아주 가깝게 지냈어.



날이 몹시 가문 해에 인간들이 의림지 복원공사를 했지. 가뭄에 맞춘 공사인지, 예산 집행에 따른 공사인지는 모르지만, 의림지 복원 공사로 가득 찼던 물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저수지 수면이 지렁이 눈에도 보일 정도로 쑥 - 쑥 줄었다. 아니! 물이 빠른 속도로 빠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수의 물고기와 토종 개구리는 수문(水門)이 열리고 물이 대량으로 방출할 때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힘없이 물줄기에 휩쓸려 나갔고, 꼬리 힘이 센 잉어와 가물치, 뱀장어는 버티다가, <수면의 하강 = 장차 불행>으로 해석하고 정든 저수지를 스스로 떠나갔지.



저수지의 가장 자리는 거북이 등가죽처럼 네모지게 금이 갔고, 저수지 중앙에만 물이 고여 있는 위기 상황인데 저수지를 떠나지 못하는 배짱 좋은 2마리가 있다. 몸뚱이 하나에 3,000원의 포상금이 걸렸던 황소개구리와 낚시꾼들의 미끼만 뽑아 먹고 도망치는 수염 난 메기였다.



저수지 물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내장(內臟)이 긴장하고 수염까지 떨리는 걱정을 하면서도 저수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좀 복잡했다. 물길이 막히기 전에 저수지를 떠나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지만 비가 한번 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몸을 노출한 상태로 물길을 찾는 것은 더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에 저수지를 떠나지 못했다.



메기와 황소개구리는 저수지 바닥에서 탈출을 못하면서 걱정만 키워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불안을 느낀 황소개구리가 말했지.

“메기야, 그동안 함께 있어서 두렵진 않았는데,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제 배짱으로 버틸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오늘 밤에 내 등에 업혀서 이곳을 떠나, 저수지 아래 웅덩이로 가자. 그 웅덩이는 저수지 주변 식당들의 설거지물이 모이는 작은 호수인데, 좀 지저분하지만 당분간 몸을 감추기는 편할 거야! 웅덩이로 가자.”



이에 수염이 난 메기가 말을 이었다.

“개구리야, 이동한다는 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야. 많이 생각해야 해. 저수지의 물이 줄어드는 것은 날이 가물어서가 아니라, 저수지의 옛 모습을 찾기 위해서 물을 빼는 공사를 하기 때문이야, 축대를 보수하는 2년 동안은 이 저수지에 어떤 물고기도 살 수는 없어. 모두 떠날 수밖에 없지만 미래를 예측하고 떠나야 한다. 저수지 아래 웅덩이보다 저수지 위에 있는 물이 솟는 동굴 샘으로 가야 해.”



메기의 말을 이어 황소개구리가 말했다.

“메기야, 동굴 샘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이고, 위로 가려면 물길을 거슬러 가야해. 생존이 걸린 미래 문제를 놓고 경솔할 수는 없어. 그동안 함께 한 의리 때문에 함께 가자는 말은 못하겠지만, 불안한 이곳을 떠나 확실하게 물이 있는 아래 웅덩이로 가자.”



이에 메기가 무겁게 말했다.

“개구리야, 지금은 너의 말대로 아래 웅덩이는 물이 있지만, 공사장의 흙이 쓸려 가면 금방 메워져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된다. 그 곳은 가면 안 돼. 그곳에서 허무하게 묻히고 싶지는 않아. 난, 오늘 밤 기어서라도 이곳을 탈출하여 동굴 샘으로 간다.”



메기와 황소개구리는 미래 생존지에 대한 견해 차이로 메기는 저수지 위의 동굴 샘을 어렵게 찾아 갔고, 황소개구리는 저수지 아래 웅덩이로 기어갔다. 메기가 찾아간 동굴 샘은 매우 차가웠지만 동굴로 보호되어 있고 물이 맑아서 좋았다. 황소개구리가 피신한 웅덩이는 냄새가 심했지만, 물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다음날 밤, 황소개구리는 웅덩이로 흙탕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메기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메기가 가겠다던 동굴 샘을 찾아서 아장거리며 가다가 배고픔으로 눈이 빛나는 들고양이를 만났다. 황소개구리는 들고양이의 한 끼 식사거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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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조직을 떠난다. 기존 조직이 자신의 야망을 뒷받침 못한다는 배부른 사연도 있고, 기존 조직이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아픈 사연도 있고, 조직이 살기 위해 잘 부려먹던 살점을 베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유로 떠나든 떠난 다는 것은 위기다. (위기를 기회라고 미화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사람에게 언어의 장난이다.)



환경이 변하면 위기가 오기 전에 먼저 변해야 한다. 비가 오기 전에 천둥 번개가 치듯이, 큰 지진이 오기 전에 짐승들이 자리를 피하듯이, 어떤 변화든지 큰 변화가 오기 전에는 사전 징조가 있다. 몸의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고, 실적 통계 수치가 악화되고, 내 통장의 잔고가 줄고, 잔소리와 짜증이 증가하고, 뭔가 속닥거리는 소리들이 는다. 변화의 징조를 읽는 가장 예민한 세포는 직감이다. 여론과 언론이 나서면 이미 곪아 터진 상태다. 환경 변화가 행복의 치즈를 옮기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비를 갖추어야 한다.



행복은 추상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행복은 행동에서 나오는 기쁨이며, 직접 행동으로 느끼는 실체감이다. 몸이 건강하여 신체가 자유로운 것도 행복이며, 나의 웃는 얼굴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도 행복이며, 나의 일을 통해 보람을 찾고, 손동작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도 행복이다. 행복은 행동의 친구다. 겸손과 신중, 자기 재능 수련으로 행복의 무대를 넓히며, 다양한 이웃 사람과 더불어 기쁨을 누리면서 행복을 키워야 한다.



행복보다 더 큰 가치는 영생(永生)이다. 인간에게 행복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을까? 현생 인류가 신봉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지만, 우리는 행복 때문에 작아지고 쫓기고 자기를 기만하기도 한다. 행복을 쫓는 사람은 말 한마디에도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영원한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은 말 한마디에도 신중하다. 행복을 찾는 것은 꽃밭에서 꽃을 찾는 격이라면, 영생은 꽃밭에서 열매를 생각하는 행동이다. 행복은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쉽고, 자기 행복이 아닌 사회가 정해 놓은 행복을 따라가는 것은 거름을 지고 장에 가는 격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법 (우화 법률 105조 1항)

1. 위기에 직면하면 냉정하게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에서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위기는 더 나쁘게 발전한다.

2. 물웅덩이(직장)는 버려도 놀던 물줄기(직업)는 버리지 마라.
   자기가 놀던 물에서 놀아야 위기 탈출이 쉽다.

3. 적성과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들어선 길이라면 변화해야할 징후가 오면 과감하게
    가고 싶은 길로 가라.

4. 위기가 왔다고 지레 겁을 먹고 낮은 단계만 찾지 말고 더 높은 단계로 가는 기회로 삼아라.

5. 생각부터 하고 행동해라. 일단 살고 난 뒤에 자존심을 챙겨라.
   위기와 자존심이 결합하면 현재의 행복을 잃고, 영원한 가치를 외면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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