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멧돼지 - 누가 누구를 탓하는가? - (모함 대응)

입력 2012-01-12 08:12 수정 2012-01-12 08:19
(모함 대응)





태백산에서 왕으로 군림하던 호랑이가 살았어. 그러나 왕 호랑이는 권력이 있는 반면 자식 복이 없었지. 호랑이 새끼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 거야. 복(福)을 고루 나누어주려는 주물주의 의도인 셈인데, 왕 호랑이는 비통해서 울부짖었어.



태백산 주변의 모든 산짐승들이 조문을 갔지만, 숲속의 저돌적 현자로 통하는 멧돼지는 무슨 배짱인지 조문을 가지 않았다. 결국 왕 호랑이의 책사(策士)인 여우의 고자질로 멧돼지는 왕 호랑이 앞으로 끌려갔지. 호랑이는 슬픔이 배였지만 근엄하게 질타했어.

“멧돼지야, 난, 네가 저돌적이지만 인간을 우롱할 정도의 지혜를 지닌 너를 존중하여 현자(賢者)로 대우했건만 당신은 왜 나의 불행을 외면하는가? 살고 싶지 않은 무슨 속셈이 있는 거로구나?”



이에 멧돼지가 당당하게 말했다.

“왕이시여! 저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불쾌하시면 저를 죽이세요. 사실 저도 왕자의 죽음을 전해 듣고 조문을 나서던 차에, 서쪽 하늘에 불꽃이 타고 향기가 퍼져 바라보았더니, 글쎄, 호랑이 왕자님이 하늘로 오르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천사들이 길게 시립(侍立)을 한 통로를 따라 왕관을 쓴 왕자님이 천상의 사령관이 되시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옥황상제는 선한 동물을 선택하여 천상사령관으로 삼는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왕자님이 영광스럽게 선택이 되신 겁니다. 이는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고, 정보가 빠른 여우가 왕자님의 사령관 등극을 보고했을 것으로 판단하여 형식적인 조문을 못했습니다.”



“왕자님의 천상사령관 등극 소식은 보고하지 않으면서, 제가 조문을 안 한 것을 문제 삼는 신하가 있다면 그 신하는 우리 숲속의 미래를 어둡고 불행하게 할 존재이니 당장, 제거하셔야 합니다.”



멧돼지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모든 것을 꾸며서 이야기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우가 ‘멧돼지가 살기 위해 거짓을 고한다.’고 조아렸지만 단순한 왕 호랑이는 멧돼지의 거짓 답변을 전혀 모르고 왕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하려던 여우의 목을 물었다. 목이 물린 여우는 진실을 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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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하고 모함 당하는 일은 인간 세상에 흔한 일이다. 지금 세상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폭로전과 모함으로 어지럽다. 없는 사실을 유포하고 모함하는 악질적 행위는 동물 세계에 없다. 인간 세상의 권모술수와 고질적 모함을 징계하기 위해 동물에 빗댄 것은 동물 협회장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릴 일이다. 가치보다 목적이 앞서거나 목적보다 수단이 앞서면 의도를 감춘 모함이 생긴다. 모함하는 자도 나쁘지만 모함하는 소리에 넘어가 진실을 오도하고, 노력하는 자의 땀을 가치 없게 만드는 사람 또한 어리석다. 모함이 정의로 둔갑하고, 튀는 사람을 패는 몽둥이로 작용하는 사회는 성장이 멈춘 난쟁이 집단이다. 모함을 모함으로 대응하고 진실을 펴려면 승자가 되어야 한다.



모함은 경쟁 상대를 제거하고 곤경에 빠트리는 저질 행위다. 모함은 언젠가는 밝혀지지만 모함은 경쟁심과 어두운 집요함에서 생겨나 질서와 평화를 깨고 때로는 순진한 사람들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겸손하고 신중하게 살아도 살다보면 모함을 받는다. 조직에서 주변 공기를 모르고 일만 하는 사람, 타협하지 못하고 자기 원칙만 고수하는 정도파,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선구자, 남들 모르게 갑자기 성공한 사람, 인위적으로 튀는 사람이 자주 모함을 받는다. 경쟁자에 의한 모함, 강자가 누르는 모함, 악성 댓글에 의한 모함, 정치적 모함, 진급 시기마다 등장하는 고질적 모함 등 모함의 형태는 다양하나 그 속성은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싸구려 모함이 고효율 전술로 작동한다)



모함을 받으면 냉정해야 한다. 진실을 밝히려고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흥분할수록 일은 꼬인다. 모함을 이길 근거와 논리가 있어도 힘이 내게 오기 전에는 절대로 해명하지 마라. 힘이 없는 상태의 해명은 다 변명이 된다. 여론은 진실보다 힘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함을 받으면 밟혀도 향기 뿜는 꽃처럼 버티어야 한다. 거짓된 모함은 시간이 가면, 해명을 하지 않아도 자체 모순으로 드러난다. 모함이 무고로 판명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순리대로 진행하고 내 삶을 내 손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모함하지도 않고 모함당하지도 않는다. 복잡한 일이 많고, 맡은 일이 무겁고, 갈 길이 먼 리더는 측근들이 모함하는 더러운 혀에 속아서, 자신의 고상한 혀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모함을 이기는 법 <우화 법률 104조 7항>

1. 그림자는 빛의 부재상태, 빛이 들면 그림자는 그냥 사라진다.

2. 모함을 받으면 말없이 기다려라. 모순은 오래가지 못한다.

3. 모함은 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힘이 약이다.

4. 모함을 받지 않도록 주변을 살피고 어울리는 것도 지혜다.

5. 모함을 받고 흥분하면 인정하는 꼴이 된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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