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예언(2017년)- 무궁화 꽃

입력 2011-11-19 21:07 수정 2011-11-19 21:07


나비 2017년. - 나비 삼국지







달이 사라진 새벽하늘은 깨끗했고, 하늘과 땅 사이에 서린 새벽 기운은 장대했다.
참나무 숲은 딱따구리의 나무 찍는 소리에 깨어났고, 초원은 풋풋한 풀 향기로 그윽했다.
청백나비는 풀 향기를 따라온 하늘 내림 언어를 받았다.



<청백의 무궁화 꽃이 핀다. 천지개벽 기운에 과거는 한 점으로 녹고, 현재는 밝고 바른 기운이 넘친다. 하늘색과 하얀 햇살을 받는 하늘 천사가 강림하여 싸움 기운을 거두어 간다. 개벽 세상의 종소리가 그림이 되어 벽에 걸리고, 실로 믿기지 못할 변화에 눈을 뜨고 하늘 보는 자는 살고, 아집과 두려움으로 허상을 잡는 자는 혼과 생명을 뺏긴다. 인간 씨종자를 가리는 날에는 믿음이 부족하면 부모형제간에도 서로 손잡지 못한다. 영혼을 닦은 한류의 일꾼들이 인류를 구한다. 무궁화 기운을 지닌 나비가 지도자가 된다.>



청백나비는 ‘청백의 무궁화 꽃이 핀다.’는 운세에 마음이 잡혔다. 청백과 무궁화는 어떤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무궁화 꽃이 보고 싶었다. 무궁화 꽃을 상상하면서 골바람 부는 계곡을 빠져 나와, 산모퉁이를 돌고, 들판을 지나다가 꽃밭 딸린 전원주택을 보았다. 꽃밭 가운데,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순백의 꽃잎을 달고 있는 무궁화를 보았다.



청백나비는 푸른색과 흰색으로 조화된 무궁화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무궁화 꽃으로 다가갔다. 푸른 잎과 흰색의 꽃으로 구성된 무궁화와 흰 날개에 푸른 점이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얀 꽃잎 속에 붉은 핏줄처럼 피어오른 꽃 수술은 태양을 연상시켰다. 청백나비는 무궁화 속으로 접근했다. 무궁화가 향기를 풍기며 말을 걸어왔다.




“나비가 무궁화를 찾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다. 그동안 세상은 음양이 대립했는데, 이제 영혼을 지닌 청백나비가 조화의 기운을 부리면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

“아직 난, 나비에 불가한데… 영혼이 뭐지요?”



“영혼은 하늘이 생명체에 부여한 혼, 생명체와 하늘을 연결하는 통로다. 나비들은 날개 속에 영혼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영혼 속에 날개가 존재한다. 나비는 꽃을 돌보며 영혼을 닦아야 한다.”

“영혼이 하늘이 부여한 혼이라면 완벽할 텐데 왜 영혼을 닦아야 하나요?”

“너의 질문에 나의 영혼도 긴장한다. 보이지 않는 영혼은 바람 같아서 그냥 두면 변질된다. 그래서 영혼을 닦고, 수련하여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강한 영혼은 상처입지 않는다.”
“영혼을 수련하면 최종 상태는 어떻게 되나요?”
“죽음이 두렵지 않고, 고통도 행복이 된다. 그동안 나비들은 꽃의 사랑을 돕는 것이 생존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여 영혼을 모르고 살아왔지.”

....



청백나비는 더 이상 질문하지 못했다. 무궁화의 말에 압도되었고, 가슴의 진동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백나비는 무궁화를 떠나 나무 위로 앉았다. 갸름한 얼굴에 해 맑은 미소를 지닌 소녀가 다가왔다. 자세히 보았다. (이상하다. 인간을 처음 보는데… 낯설지 않다.) 나무 위에 앉아서 소녀를 지켜보았다. 소녀는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소녀 앞으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인간을 몰라서 주저했다.





“어머, 파란 점이 있는 흰나비가 있네!”

소녀가 다가와 청백나비의 날개에 손가락을 살짝 얹었다. 소녀의 손끝 기운이 날개를 타고 전달되었고 시간이 멈추었다. 그러나 황홀한 순간을 오래 허용하지 않았다. 어두워진 것이다. 청백은 겹눈을 긴장시켜 꽃밭 주변을 찍었다. - 붉은 지붕> 녹색 잔디밭> 소나무 세 그루>하얀 소녀 - 청백나비는 하얀 소녀를 떨리는 겹눈에 담고 참나무 숲을 향하여 조심스럽게 날았다. 실패를 반복할 수 없었기에 빠른 비행을 포기하고 낮게 천천히 비행하여 숲으로 돌아왔다. 금빛나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청, 너에게 무궁화 향기가 나는구나. 넌, 나비들의 희망이 되려는 꿈 때문에 보통 나비와 다르게 영혼을 축적했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라. 나비들은 너를 지도자로 선택할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선택됨을 사명으로 받아들여라. 나비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너에게 달렸다.」
“자신이 없어요. 전, 아직도 저의 영혼조차도 느낄 수 없어요.”
「넌, 이미 선택된 나비다. 꽃을 찾아갈 날개의 힘이 있고, 나비들의 희망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나서라. 행복의 기쁨이 폭풍처럼 불 것이다. 악령들이 나비들의 영혼을 접수하기 전에 나서라. 영혼의 행복을 전해라.」
“네.”



청백나비는 금빛나비의 조언을 듣고, 나비 세상을 두루 돌아보았다. 푸른 하늘이 보였고, 태양이 쏟아내는 하얀 햇살이 보였고, 날개는 힘이 넘쳤다. 빠른 비행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날 수 있었다.

지도자 나비를 뽑는 날이 다가올수록 지도자를 꿈꾸는 나비들의 언어는 현란했다.

흰나비들의 대표자로 뽑힌 청백 나비는 ‘함께 하는 행복’을 주제로 나비들에게 호소했다.

“그동안 나비들은 꽃을 통해 생존했고, 꽃의 사랑을 도우면서 고고했다. 그러나 꽃들의 사랑을 도울 줄만 알았지, 나비 자신의 행복을 잃었다. 나비는 행복할 권한과 능력이 있다. 나비가 행복의 주체가 되어, 꽃을 돕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행복을 찾고,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동안의 나비의 역사는 행복을 알기 위한 시련이었다. 나와 함께 저마다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능력으로 자기 행복을 찾고, 누리고, 행복을 나누자. 그동안 싸움에 쏟던 에너지를 행복 찾기에 바쳐서 행복한 나비 세상을 만들자.”



신비주의 나비인 안개 나비는 ‘성장과 통합’이라는 화두로 나비들에게 호소했다.

“나비 세상은 용기 있는 나비들의 희생으로 진보했지만, 아직도 참과 거짓이 공존하며, 수많은 위험들이 나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3억 년 이상을 살아온 고고한 종족이지만, 힘도 방어할 무기도 없다. 나비에게 행복은 배부른 나비들의 언어다. 이제 우리는 나비끼리 뭉쳐서 나비의 존엄성을 지키자. 아름다운 멋과 혼을 지닌 나비들이여! 함께 뭉쳐서 갈등을 풀고 서로 성장하자. 그리하여 상처 받는 영혼이 없도록 하고, 나비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가오는 불행을 막자. 나비들이 참나무 숲의 주인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자.”



기타 나비들의 대표가 된 오색나비가 ‘거대 중립지대 신설’을 주제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나비 지도자들이 제시한 보통, 평등, 풍요, 통합의 언어에 환호했다. 그러나 그들의 언어는 나비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했고, 약자를 더 약자로 만들었고, 본디 지닌 나비의 평화마저 깨트렸다. 이론적 근거 없이 성급한 행동을 한 결과다. 무지가 낳은 시행착오였다. 나비와 흰불나방만의 평화지대를 뛰어넘어, 참나무 숲, 대나무 숲, 중원의 초원이 하나가 되는 거대한 중립지대를 만들자. 서로의 견제와 협조 속에 힘의 횡포가 존재하지 못하게 하자. 나비들의 미래는 선동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행동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나비 세상을 위해 오색나비를 지지해 주라.”



청백의 행복언어는 진정성이 눈에 보였고, 안개 나비의 언어는 겉은 부드러웠지만 분노의 힘이 있었고, 웅장했고, 약자 나비에게 감동을 주었다. 오색나비의 언어는 기존의 가치를 뛰어 넘었지만, 실현성이 없어 보였다. 나비는 노랑나비들의 억지와 모함(청백나비는 독재자 호랑나비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에도 불구하고 나비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에게는 계산으로 꾸민 허상이 없었고, 진정성이 있었고, 하늘 기운이 섞여 있어 장려했다. 청백 나비는 날면서 나비들의 내면을 움직였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4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43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