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예언( 2016년) - 행복의 선택

입력 2011-11-01 17:40 수정 2011-11-01 17:40






밤은 빛이 그리워 울고, 빛은 밤을 위해 지구의 반대편 태양 속에서 포자를 증식했다.
태양은 자신의 전사들인 수억의 햇살을 내려 보내, 빛을 찾던 밤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어둠 속에 갇혔던 참나무 숲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지상의 온도는 16도였다.
청백나비는 간지러운 햇살을 통해 하루의 운세를 받았다.



<사필귀정의 운세. 모든 것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지겹고 추한 싸움이 신들의 대리전쟁임을 알게 되고, 믿음 줄이 짧은 자와 신을 무기로 세상 지배를 꿈꾸던 자들은 하늘빛 강림에 녹고, 물 부족으로 중원의 초원이 마르고, 두꺼비가 피신하는 암벽에 생명의 물이 있고, 원숭이 우는 일본 대나무 숲이 흔들리고 , 중국 불개미들은 오염으로 떼죽음을 당하고, 젊은 나비들이 참나무 숲의 주인이 된다. >



청백나비는 힘찬 날개 짓으로 진녹색으로 변한 산 위를 날았다. 말벌을 찾을 목적으로 높이 떠서 빠르게 한참을 날았다. 찾으면 보인다더니 겹눈 아래로 말벌 닮은 형상이 보였다. 빠른 속도로 다가가서 날개로 건드리기만 해도 말벌을 쓰러뜨릴 것 같아 빠르게 하강했다. 그러나 말벌이 살짝 피하는 바람에 청백은 중심을 잃고 추락했고 무엇에 걸렸다는 촉감을 느꼈다.



거미줄에 처박힌 것이다.



일단 벗어나고자 날개를 파닥거렸지만 파닥거릴수록 거미줄 속으로 몸과 마음이 조여들었다. 마음이 조여들면서 후회감도 함께 몸을 조였다.



‘아 바보야, 또 고통 속으로 빠졌어. 빠른 비행만 믿고 돌진하다가 또 경솔했어. 고통을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신의 믿음으로 흔쾌히 다가가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금빛 나비의 조언을 무시해서? 아니면 나를 싫어하는 나비들 때문에? 아니면 뭔가? 오만? 말벌에 대한 미움 때문인가? 고통의 시작은 경솔인가?’



후회할 시간이 길지 않았다. 검은 물체가 다가왔다. 독거미였다. 독거미는 슬그머니 다가와 자신의 꽁지에서 거미줄을 뽑아내어 청백나비를 칭칭 감아 놓고는 다시 가장자리로 물러나더니 자는 척했다. 독거미는 나비가 죽기를 기다리는 최소의 예의를 취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밤이 되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미줄이 흔들렸고, 거미줄에 붙들린 나비도 흔들렸다. 나비의 겹눈에 산위에 걸린 별이 보였다가 꺼지고 꺼졌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했다. 거미줄에 밤이슬이 맺혔다. 이슬이 뭉쳐서 물방울이 되었고 무게를 갖춘 물방울은 아래로 쳐지면서 거미줄을 포물선으로 만들었고, 아래로 모여진 물방울이 나비의 머리 쪽으로 굴렀다. 청백나비는 기적이 생길 징조라고 믿으며 빨대를 뻗어 물방울을 흡수했다.



청백 나비가 배를 축이고 생기를 얻어 꿈틀거리자 독거미가 다가왔다. 독거미는 작고 검은 눈으로 힐끔 (욕망이 이성의 통제를 받는 동작)거렸고, 음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형체, 징그러운 발, 잘록한 허리, 몽땅한 배가 보였고, 독거미의 이빨이 가까이 다가왔다. 싸한 독기를 뿜으며 분해할 자세를 취했다. 청백나비는 독거미의 이빨보다 깊고 예리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기적이 생긴다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청백나비는 독거미의 이빨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쏟다가 정신을 잃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기억은 기록되지 않았고 세상은 있었지만 청백 나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



졸도한 청백나비를 깨워주고 거미줄에서 풀어준 것은 금빛 나비였다.

「청백, 정신 차려!」

금빛나비의 소리에 깨어난 청백나비는 금빛나비를 알아보고 힘없이 말했다.

“금빛나비님, 구해 주세요.”

「그렇게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또 화를 입었구나? 싸움은 고통을 초대하는 악마다. 나비가 3억 년을 살아 온 것은 싸우지 않았기 때문인데 네가 그 원칙을 깼다.
다시 살려면 싸움 기운을 죽여야 한다.」

“어떻게 싸움 기운을 죽일 수 있나요?”
「먼저 자기를 죽여야 한다.」
청백나비는 자기를 죽여라는 말에 놀라서 반문했다.
“어떻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죽일 수 있나요?”

「자기를 죽인다는 것은 행복을 외면하고 싸움에 말리는 자기를 죽이는 것이다. 본성 속에는 증오심과 화, 오만과 자존심, 나태와 관망, 피해의식과 두려움 등의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 에너지가 있다. 본성의 에너지가 미움이라는 허상을 만나면 싸움을 만들고, 평화와 사랑의 실체를 만나면 싸움 기운은 사라진다.」
“금빛나비님, 그냥 있어도 싸움을 걸어오는데 어떻게 참아요?”

「그럼, 참지 못하고 싸워서 이긴다면 무엇이 남는가? 싸움에 말리면 서로가 불행하다. 잡초들이 바람이 오기 전에 먼저 눕는 것은 그 쪽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부서지기 쉬운 자유를 지닌 나비들은 행복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 어려워요.”



「이해의 통로를 넓히기 위해 그동안의 싸움 과정을 돌아보자. 말벌에 대한 허상의 미움 때문에 싸움 기운이 생겼고, 말벌을 죽이려하다가 오히려 거미줄에 걸려서 죽을 고생을 했다. 처음부터 미움이라는 허상을 죽였다면 싸울 생각을 안 했을 것이고, 거미줄에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말벌은 싸울 상대가 아니라고 받아들였다면, 너의 고생을 하지 않고 자유로운 나비의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싸움보다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싸움만 안 하면 행복하게 되나요?”

「싸우는 것이 행복이라면 싸워야지. 문제는 갈림 길에서 결과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뜻이다.」



금빛나비는 홀연히 사라졌다. 금빛 나비의 조언에 감동한 청백나비는 말벌에 대한 미움도 버리고 평범한 나비로 돌아왔다. 나불거리는 비행으로 꽃을 찾아가 꽃들의 사랑을 돕고, 말벌과 무당벌레를 만나면 돌아가고, 평정을 찾았다. 물속이 궁금하여 호수로 날아갔다. 넓은 잎사귀를 물위로 넓죽이 펼쳐 놓고 하늘을 바라보는 연꽃을 만났다. 하얀 연꽃에 앉자. 연꽃이 말을 걸어왔다.

“나비는 물이 두려워서 연꽃을 찾지 않는데, 넌 특이한 나비다.”
“물속 세상을 보고 싶어서 왔다. 넌, 흙탕물에 뿌리를 내리고, 잎사귀는 오물까지 튀었는데, 너무도 평온하다. 그 비결이 뭔가?”

“난, 흙탕물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양분만 섭취하기에 건강하고 행복하단다.
그런데 넌, 꽃들을 돕는 좋은 일을 했지만, 정작 너 자신은 불쌍하게 보인다.”

“행복이 뭔가?”

“행복은 온전하고 편안한 상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
노력하면 행운이 온다는 생각, 하늘 기운이 나를 보호한다는 확신,
확신 속에 하늘을 바라보는 경건함이지.”

“연꽃아, 쉽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연꽃은 작심한 듯이, 청백나비에게 향기를 풍기며 말을 시작했다.
“영혼의 피막 속에서 잠자는 행복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야 한다. 현재를 초라하게 하고, 행복을 갉아먹고 남까지 슬프게 하는 걱정을 버려라. 누구도 나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나를 위해서 걱정을 버리고 행복해야 한다.”

“아침에 겹눈을 뜰 때부터 온통 걱정인데 걱정은 왜 생기죠?”
“환상과 자신감 부족 때문이다. 무엇을 찾아 떠날 때는 행복한 환상에 빠지지. 그러나 현실은 환상의 자리에 고통과 불행을 주지. 최악의 경우를 외면하고 좋은 것만 상상하고 최악을 이길 자신감이 없으면 온통 걱정거리지.”
"그럼, 어떻게 해야….”

“최악의 경우가 오더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라. 날개가 없으면 지상을 기어가면 되고, 꽃을 볼 수 없으면 향기로 접근하면 되고, 기력이 떨어지면 나비답게 죽을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행복하다.”

“연꽃아, 죽음을 각오해야 행복한가?”



청백나비는 겹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대를 당기고, 접힌 날개를 움찔 거리면서 애절하게 말하자, 연꽃은 꽃잎을 가볍게 흔들면서 천천히 말했다.

“가치 없는 일에 걱정을 바치지 말고, 여유를 가져라.
그래도 고통이 생기면 보이지 않는 힘이 돕는다고 믿으라.”

“믿음만 있으면 행복하나요?”
“행복은 너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 기운이 요구하는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은 서로를 살려주는 희망이며, 싸움 기운을 거두는 강력한 에너지, 빠른 비행이 거미줄로 바람을 묶는 것이라면, 사랑은 바람으로 거미줄을 해방시키는 일이란다. 행복은 이론이 아니라 행동이다.”



청백 나비는 연꽃의 행복 강론에 날개의 힘이 생겼다.
날개 사이에 붙어 있던 거미줄의 끈끈한 보푸라기가 완전히 떨어졌고
날개가 훨씬 가벼워졌다.



- 감사합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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