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예언( 2015년) - 실상과 허상

입력 2011-10-25 17:15 수정 2014-07-12 12:58





새벽 기운은 어둠을 밀어낼 빛을 찾았고, 남쪽 하늘은 양떼구름 총총 흘러가며 여백을 만들고 , 지상의 허공 바람은 거미줄을 흔들흔들, 참나무 숲의 생명체들은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아침이었다.



아침은 햇살 품은 바람과 함께 한 걸음에 왔다. 청백 나비는 아침 햇살을 감지하고 나불나불 날다가 햇살이 전해주는 하루의 운세를 뽑았다. 거칠고 산만했다. 예언의 언어는 굽어 있어 본질을 알 수 없었다.

<나비와 꽃이 하나가 되는 운세. 봄꽃이 필 때 서산에 별이 지고, 불빛 비행체 타고 우주인이 도래한다. 북한 흰불나방은 서쪽 섬 공격을 포기하고 동쪽 태백산을 태우고, 믿음의 문들이 불신을 받고 자연이 동물의 신이 되고, 불장난하던 혹부리 3호는 말벌의 역습에 오줌을 싸고, 노랑나비 둥지는 깨지고, 붉은 새는 애민의 둥지로 숨는다. 시나이 산에는 신들의 대리전쟁이 일어나고, 내부가 곪은 중국 흰개미와 일본 일벌은 영토전쟁을 벌인다. 태양에서 기체 기름이 쏟아지고, 물로 가는 비행기와 날아가는 자동차가 출현하여 하늘의 질서가 재편성 되고, 손바닥 장난감이 쾌감을 지배하여 선에 묶인 힘들이 소멸되고, 책은 다시 살아나고 묻혔던 진실들이 사실로 드러난다. 하늘 믿음을 무기로 인간을 지배했던 명백 나비가 심판을 받는다. >



청백나비는 ‘자연(自然)이 신이다.’라는 운세에 마음이 잡혀 날지 못하고 명상에 잠겼다.

‘그동안 신이 모든 것을 만들고 지배해온 것으로 믿어왔고, 꽃이 피고 지고, 나비가 꽃을 찾아서 나는 것도 다 신의 뜻이요 배려로 믿고 있다. 그런데 신과 자연이 하나라면, 그렇다면, 신이 우주의 최상위 존재가 아니라는 말인가?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말인가? 신과 자연이 서로 대등한 존재란 말인가? 아니다. 신은 존재 최고의 절대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신은 모든 생명체를 만들고 거두어 간다. 나비는 신의 뜻으로 꽃들의 사랑을 돕고 영혼의 날개를 얻어야 새로운 꽃밭으로 간다. 겹눈이 밝은 나비들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빠른 비행술을 완성해야 한다.’



청백나비는 명상 속에서 혼란을 정리하고, 신은 자기를 지켜준다고 결론을 맺었다. 어제 완성하지 못한 빠른 비행을 시도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바람을 배 아래에 깔고 상승했다. 상승 후에는 부력을 이용하고, 하늘 기운으로 빨리 난다는 상상을 하면서 순간 이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였다. 실패의 낭패감이 잠시 연습을 멈추게도 했지만, 실패는 생각을 더 강하게 했고 더 노력하게 했다.



청백나비는 배고픔도 잊고 오로지 반복 연습을 했다. 부력과 바람, 상상이 일치하는 순간 청백나비는 실핏줄이 터질 정도의 빠른 비행을 했다. 날개도 의식도 떨렸다. 순간의 고통을 뛰어넘자 쾌감을 느꼈고, 참새보다 빠른 비행을 하게 되었다.



빠른 비행술을 개발한 청백은 <나비들을 위한 비행교리 제 2장>을 만들어 페르몬 언어로 전파했다. <단군 흰나비 6440대 후손인, 청백나비는 빠른 비행을 전파한다. 바람을 배 아래에 깔고 상승하고, 상승해서는 부력을 이용하여 공기를 회전시키고 압축하고, 하늘 기운으로 빨리 난다는 상상을 하면 환상적인 속도가 생긴다. 빠르다는 것은 나비의 자유이자 행복이다. 이제 빠른 비행을 배워서 스스로 생존하고 나비가 중심 되는 세상을 만들자.>



청백나비의 빠른 비행법이 전파되자 찬사와 조롱이 함께 했다. 찬사를 보내는 나비들은
‘이제 나비가 빠른 속도로 꽃들의 사랑을 돕게 되었다. 이제 사랑받지 못하고 시들어갈 꽃들이 없게 되었다. 나비가 꽃들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 나비가 중심 되는 세상이 왔다.’라고 좋아 했고,



빠른 비행을 시기하는 나비들은
‘나비가 꽃들의 사랑을 돕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꽃과 나비는 하나라는 정성이다. 나비가 빨리 날면 많은 꽃을 볼 수는 있겠지. 중요한 것은 꽃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정성이 담긴 수정으로 열매를 맺게 하는 내실이야. 빠른 속도는 흥분을 낳고 여유를 죽이고 꽃을 해칠 수도 있지.>라고 하며 빠른 비행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이 와중에 지도자 정복나비가 청백나비를 찾아 왔다.





“청백, 빠른 비행은 나비가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다만, 빠른 비행으로 꽃들도 은혜를 입었으면 좋겠다.
꽃과 나비를 위한 빠른 비행이었으면 좋겠다.”

“지도자님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하는 군요?”
“나비 세상의 통합을 위해서라면, 꽃들을 위한 빠른 비행이면서,
열성과 안정성이 있는 비행이라야 한단다.”
“서로 다른 장점을 동시에 지닐 수는 없어요. 햇살이 시원한 그늘을 품을 수 있나요?”
“너무 어렵다. 지도자 나비에게 도전하는 것은 나비 자체를 부정하는 짓이다.”

...



빠른 비행에 성공한 청백나비는 숲 전체가 꽃으로 보였고, 말벌도 두렵지 않았다. 자신의 주창(主唱)대로 꽃을 돌보는 일은 하지 않고, 타원형의 거미줄을 보면 빠른 속도로 돌파하여 찢어 놓고, 자기를 기만했던 무당벌레를 만나면 날개로 툭 쳐서 기절시키고, 장수말벌을 제압하는 용기도 보여주고, 자신의 비행술을 배우지 않는 나비를 조롱했다. 지나친 자신감은 오만으로 변했다. 청백나비의 횡포가 심해지자, 노랑나비들의 대부로 통하는, 정도 나비가 찾아왔다.

“청백, 빠른 비행은 나비 역사의 일대 사건이다. 그러나 빠른 비행은 잘난 나비들에게는 많은 꽃을 차지할 기회를 주지만, 약한 나비들에겐 배고픔을 준다.”



정도나비가 빠른 비행술을 부정하자, 청백나비는 흥분했다.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남의 성공을 배 아파 하는 것은 병이다. 나비는 3억 년을 살아온 곤충이지만, 아직도 나불거리는 비행을 한다. 이는 변화를 싫어하는 나비들이 진보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청백, 빠른 비행은 힘이 센 나비들에게는 행운의 기회가 되겠지. 그러나 빨리 날 수 없는 약한 나비에게는 그림 속의 꽃에 불가하다. 나비에게 빠른 비행을 요구하는 것은, 수영으로 물속의 꽃을 찾으라고 하는 것보다 무모한 짓이다. 빠른 비행은 새로운 갈등을 만든다.”

“정도나비야, 빠른 비행을 부정하는 것은, 물 위를 걸으며 수초까지 돌보는 나비가 있는데, 물에서는 날지 못하기에 나쁜 나비라고 흉보는 것과 같다. 새로운 진보에는 갈등이 따른다. 빠른 비행이 갈등을 만든다고 버리면, 나비는 영원히 느리고 작은 곤충으로 남는다.”



그리고 ….”



청백나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도나비가 말을 낚아챘다.
“청, 빠른 비행은 여유를 앗아간다. 나비가 속도에 빠지면 날개만 고되고,
나비의 아름다움을 빨리 잃는다. 빠른 비행으로 얻고자 하는 게 뭐냐?”
“이동의 자유, 많은 꽃 돌보기, 아름다운 세상 보기, 그리고 ….”
“청, 빠른 비행은 위험하다. 나비는 천천히 낮게 날아야 많은 꽃을 빠짐없이
  돌 볼 수 있다. 빠른 비행은 나비의 생존을 위협하는 혼란이다.”
“산꼭대기에 안 가본 나비가 산을 이야기하면 모순이며 발전의 기회를 막는다.”
“비약하지 마. 나비가 필요한 것은 느림 속의 실리야. 천천히 알뜰하게
  꽃을 돌보는 나비가 우리들의 우상이야. 빠른 비행은 해로운 짓이다.”

….

청백나비는 침묵했다. 자기 뜻을 몰라주는 정도나비가 야속했다.



그런 와중에 여러 종류의 나비들, 심지어 어린 나비들까지 빠른 비행을 배웠고, 꽃들을 사냥했다. 청백나비는 추종하는 나비들이 늘어나자 자신감에 찬 짧은 연설을 했다.
“나비들아, 빠른 비행을 배우고 익혀서 멀리 있는 꽃들을 돌보고 참나무 숲을 낙원으로 만들자. 발전의 기회를 막으려는 나비들에게 빠른 것은 자유임을 보여주자.”
청백나비의 연설은 간결했지만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청백나비의 연설을 듣고 난 금빛나비가 말했다.
「청, 나비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비행술을 개발했구나! 이제 최고의 비행술로 많은 꽃들을 돌보고, 사랑의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전, 빠른 비행술로 말벌을 이기고 싶은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일은 멋지고 가슴 뛰는 일이야! 그러나 싸움으로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싸움은 에너지를 뺏고 서로의 소중함을 잃게 한다. 살려면 싸움보다 감동을 찾아라.」
“악마인 말벌을 그냥 두면 나비의 정의와 희망을 조롱할 겁니다. 빠른 비행으로 말벌을 쓰러뜨리고 싶어요.”
「청, 앞으로 말벌과 싸울 일도 없어진다. 우주의 나비인 은빛 나비가 지상으로 찾아오면, 나비들의 믿음이 깨지고, 은빛 나비는 전자파로 모든 곤충을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 불개미의 숫자, 말벌의 힘, 나비의 자유도 모두 의미를 잃고, 마술에 걸린 듯 은빛나비의 통제를 따르게 된다. 나비끼리의 다툼도, 말벌과의 갈등도, 모두 의미를 잃는다. 이제 악의 은빛 나비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면 뭉쳐야 한다. 페르몬을 정비하고...더 급한 일은 ..」
“겁주지 마세요. 말벌 악마와 싸울래요.”



청백나비는 금빛나비의 긴 조언도 간단하게 무시했고, 악마에 대한 증오심을 버리지 못했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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