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예언( 2013년) - 반대로 가는 실험정신

입력 2012-12-16 07:44 수정 2012-12-16 07:44




아침 기온 13도.




아침 햇살은 세상을 열었고, 서쪽 하늘에 뱀의 형상을 닮은 구름이 양떼구름을 쫓아갔다. 청백 나비는 페르몬으로 전달되는 하늘 운세를 받았다.

  <감추어진 꼬리가 드러나는 운세. 좁게 닫혔던 문들이 새로 열린다. 빚에서 빚으로 돌아가던 악취 나는 돈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빈부의 갈등은 깊어지고, 깊은 병에 빠진 경제는 싸움에서 해답을 찾는다. 해상 영토를 지키고 차지하려는 중국과 일본의 싸움으로 바다는 붉게 물이 들고, 지상으로 옮겨간 싸움으로 고원과 사막이 불탄다. 암수 한 몸의 나비 출현으로 통합 세상을 예고하나 남북의 갈등은 서해에서 해상(海上)전, 동해에서 포격전을 벌린다. 일본이 독도를 무단 점령하여 남북이 하나가 되는 천운을 제공한다. 하늘 믿음을 파는 세력들이 세상 지배를 꿈꾸고, 독감 걸린 뱀들이 세발 달린 짐승을 공격한다. 이익에 빠진 카메라 앵글은 똥물을 쏟아내고, 신을 찾는 소리 높은 곳에 악마들이 숨어 있고, 세상 혼돈의 끝자락에 무궁화 기운이 세상을 진정시킨다.>

  참나무 숲 광장에 많은 나비들이 모였다. 새로운 지도자가 된 홍백나비가 연설했다. 행운을 잡은 지도자 나비의 언어는 힘과 희망이 넘쳤다.






 

“ 평화와 행복을 꿈꾸는 나비들의 승리이며, 밝고 바른 나비들 세상이 도래했다는 증거입니다. 모든 나비가 이 숲속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나비의 의지로 세상을 바꿀 기회가 왔지만 우리들의 기본 신념인 바른 정신으로 바른 비행을 하고 꽃을 위한 희생적인 사랑은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이제 균형 잡힌 날개로 똑바로 날며 부지런하게 꽃을 돌보는 나비가 됩시다. 나비들의 단결로 나비 종족이 하나가 되고, 나비의 독립과 자주정신으로 동족인 흰불나방을 포용하고, 나비와 흰불나방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듭시다. 그러나 행복은 안전에서 시작이 되고 안전으로 보장이 된다는 진리만은 잊지 맙시다.”

  홍백나비는 잠시 숨을 고르고 통합된 행복 강령을 이어갔다.
“함께 행복한 나비 세상을 위해 1) 꽃을 통해 날개의 힘을 키우고 힘찬 비행을 통해 영혼을 찾자. 2) 힘 있는 나비는 힘을 양보하고, 빠른 나비는 속도를 줄이자. 3) 잘난 나비들의 오만한 자유와 약한 나비들의 패배의식을 금지한다. 4) 아직도 지상의 많은 꽃들이 나비를 기다리고 있다. 꽃을 돌보며 나비의 행복을 만들자.”

  홍백나비의 행복 강령을 여름 나비들은 지지했지만, 봄 나비들은 명분속의 통제를 우려했다. 우려의 중심에 선 오색 교수 나비가 말했다.
“당신은 행복을 판매하여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당신이 제시한 행복 강령은 추상적이고 강제적이다. 그리고 행복은 각자가 만드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행복을 이유로 자유를 금지하고 통합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거역이다.”










“오색 교수, 단어의 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 것은 비겁하다. 행복은 충족이 아니라 만족감이다. 서로의 이해와 양보를 통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오만한 자유와 패배의식을 금지하고, 자연의 힘까지 보태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힘을 분산시키지 마.”
“지도자여! 자유를 제한하면 함께 불행하다. 서로 힘든 불행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둠을 쫓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햇살이다. 불행을 쫓아내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통합된 협조다. 하여튼 힘센 나비들의 오만한 자유를 금지한다.”

직선적이고 짜증스런 지도자 홍백 나비의 반박에 오색이 대답했다.
“통합과 통제 속에 진정한 행복은 없다. 자연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온전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그래서 행복하려면 통합해야 한다. 나비의 영광을 따르라.”

  지도자 홍백나비는 행복한 나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찰 비행에 나섰다. 지도자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날기 전에 먼 하늘부터 쳐다보았고, 날개와 태양이 이루는 각도를 재면서 비행했다. 꿀을 먹고 싶어도 꽃에게 피해주는 것이 두려워 물과 이슬을 마셨다. 홍백나비는 참나무 숲을 정찰하면서 나비들의 다양한 실체를 보았다. 힘 있게 나는 나비, 낮게 나는 나비, 날지 못해 기어가는 나비, 지렁이의 시체를 빠는 나비, 벌집을 기웃거리며 꿀을 약탈하려는 나비 등 나비답지 못한 나비도 보았다. 나비들이 아직도 불행하게 보였다.

  홍백나비는 귀족 나비라는 말이 싫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소똥까지 먹었다. 지도자 나비가 소똥을 먹자, 여름 나비들은 지도자 나비가 권위를 버렸다고 좋아했고, 봄 나비들은 인기를 위한 가식이라고 가볍게 말했다. 홍백나비는 여름 나비와 약한 나비들을 위해 말했다.
“나비들아, 행복한 나비 세상을 만들려면 나비들은 꽃을 찾아가 꽃들의 사랑을 돕고, 동족인 흰불나방과 서로 어울리고, 불개미 종족과 협력해야 한다. 버리고 배척할 것이 하나도 없다.”

지도자 홍백나비의 말을 끊고 늙은 호랑나비가 끼어들었다.
“아직도 흰불나방은 변하지 않았다. 흰불나방과 어울리면 나비들의 생존이 위태롭다.”
"나비와 흰불나방은 형제다. 원래대로 형제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순리다. 순리에 계산이 개입하면 혼란이 생긴다. 경험도 많으신 나비가 그렇게 마음이 비뚤어서야 ….”
흥분한 호랑나비가 지도자 나비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했다.
“흰불나방은 아직도 나비의 적이다. 적과 함께 살 수 없다.”
"자신의 독선과 모순을 정면으로 보여주는군요. 전체의 이익을 외면하지 마세요.”
“지도자의 감상적 통합은 나비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 숨은 의도를 멈추어라.”


“......”

동쪽 대나무 섬이 지진으로 자주 흔들리자, 대나무 숲의 재앙을 감지한 여왕벌이 일벌을 선동했다. “일벌들아, 지진으로 흔들리는 대나무 숲은 불안하다. 원래 참나무 숲은 일벌들의 숲이었는데 말벌에게 밀리면서 빼앗긴 숲이다. 이제 숲을 다시 찾기 위해 독도 꽃부터 차지하자.” 

여왕벌의 선동에 일벌들이 독도로 몰려가 나비들을 기습 공격했다. 독도의 나비들이 죽자, 다양한 나비들이 모여서 대책을 제시했다.








호랑나비: 싸움엔 싸움으로! 함께 나가 싸우자.
오색나비: 말벌을 이용하여 일벌을 물리치자.
흰줄나비: 여왕벌을 찾아가 여왕벌도 과거 나비였음을 상기시켜주자.
팔랑나비: 불개미를 끌어들여 일벌을 몰아내자.
노랑나비: 흰불나방과 합동으로 일벌을 몰아내자.
부처나비: 싸우지 말고 기다리자.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
상제나비: 일벌은 전자파에 의해 곧 사라진다.  

나비들의 다양한 제안을 이어 지도자 홍백나비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독도를 점령한 일벌을 나 홀로 물리치겠다.”
홍백나비의 말에 호랑나비가 말을 이었다.
"지도자 나비가 홀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나비, 불개미, 흰불나방으로 구성된 곤충들의
 집단 방어 체제를 구축하자.”
“페르몬이 다른 곤충들과 어떻게 소통하여 집단 방어 체제를 구축하나?”

  홍백나비가 되받아 묻자, 호랑나비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고 홍백나비는 당당하게 독도로 날아갔다. 일벌 한 마리가 날아와서 말했다.


"난, 일벌들의 대장이다. 홀로 오다니 죽음이 두렵지 않나?”
“두렵다. 일벌도 과거에는 나비였다는 진실을 알리러 왔다.”
“전자파로 리듬이 깨진 일벌과의 대화는 어렵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에 존경을 표한다.
일벌을 움직이고 싶으면 여왕벌을 찾아가라.”
“알았다. 길을 주어 고맙다.”

  홍백나비는 여왕벌이 있는 대나무 숲을 향해 페르몬 언어를 보냈다.

‘여왕벌! 당신은 원래 나비였다는 진실을 아시죠? 그동안 일벌은 나비들을 무수히 괴롭혀왔다. 이제 나비와 일벌이 싸우면 서로 죽고, 나비와 벌에 의존하는 꽃들도 불행하다. 꽃들이 있는 한 우리는 함께 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죠? 일벌들에게 일벌도 나비였다는 역사를 알려주고 싸움을 중지하세요. 나비와 일벌은 친구가 되어야 해요.’

  홍백의 페르몬 영향인지 덩치에 비해 단아한 기운을 지닌 여왕벌이 나타났다.

“당신의 페르몬 언어에 공감한다. 일벌도 나비였다. 일벌과 나비는 서로 협력할 대상이다.
싸움을 중지하고 일벌들을 철수시키겠다.”
“당신의 결단에 감사, 나비는 일벌과 협력해서야 서로 살 수 있다고 나비들을 설득하리다.”
“그런데 일벌은 전자파로 리듬을 잃고 정상이 ….”

  여왕벌은 끝말을 다 맺지 못하고 대나무 숲속으로 사라졌고 독도를 점령했던 성난 일벌들이 조용히 대나무 숲으로 돌아갔다. 홍백나비가 일벌의 독도 침공을 해결하자 인기가 높아졌고 따른 나비들이 늘었다.

............ 

바람이 방향 없이 마구 불었다. 바람 따라 잡초와 꽃들의 허리가 여러 각도로 꺾이고 뒤틀렸다. 서로 다투는 곤충 세상을 지켜보던 청백나비는 겉으로는 초연했지만 비행도 신이 나지 않았고, 생각은 복잡하게 엉켰고, 정리하지 못한 의문만 쌓여갔다.

‘세상은 나의 기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 또한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화려한 꽃일수록 꿀은 적었고, 똑바로 빨리 가고 싶은데 날개는 곡선을 그리며 우둔했다. 나비 세상은 자연이 창조한 공간으로 믿으면서도 입으로는 나비 세상은 신의 창조물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반대로 가고 있고, 나 또한 반대로 하고 있다. 그럼, 내가 의도하는 것과 반대로 하면 원래 원하던 대로 될 것이 아닌가? 나비는 왜 앞으로만 날았을까?’

  청백나비는 뒤로 날아보고 싶었다. 앞으로 날기에 익숙한 날개를 의식적으로 뒤로 틀었다. 근육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자, 비행이 출렁거렸고 곤두박질쳤다. 추락과 비틀거림을 반복한 끝에 천천히 뒤로 날게 되었다.

청백나비는 뒤로 나는 비행술을 완성하기 위해 날개를 반만 펴는 반쪽 비행, 꼬리를 들고 머리 부분을 뒤로 제치는 미상두하(尾上頭下)비행, 지상의 부력을 이용하는 부력비행, 바람의 흐름을 타는 풍속비행 등 다양한 비행술을 실험했고 연습을 반복했다. 날개가 마비될 정도의 연습 끝에 청백나비는 부력과 바람을 이용하여 뒤로 나는 비행술을 개발했다. 청백 나비가 가슴과 배를 하늘 방향으로 드러내고 천천히 뒤로 날자, 지도자 홍백 나비가 찾아왔다.






“서로 생각이 다른 나비 세상을 통합하려면 너처럼 반대로 행동하는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나를 도와주라.”
“지도자 나비님, 전 새로운 비행술을 계속 찾아서 나비 종족을 돕고 싶어요.”

  청백나비는 지도자 나비의 제안을 거절하고 계속 뒤로 나는 연습을 했다. 뒤로 나는 비행술은 어른 나비들에게는 눈총을 받았지만, 어린 나비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전파가 되었고 그들로부터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랑스러운 나비’라는 긴 칭호를 얻었다. 청백나비는 자신이 어린 나비에게 존경받는다고 착각하고 더듬이 언어를 토했다.

“나는 최초로 뒤로 나는 비행술을 개발했다. 뒤로 날면 공기의 부력을 이용하기에 최소의 에너지로 자유롭게 날 수가 있다. 나비들아, 뒤로 날면서 세상을 바꾸자.”

  청백나비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금빛나비의 고음이 들렸다.

“똑바로 날아라! 뒤로 날면 나비도 꽃들도 다 죽는다.”
“말벌에게 쫓길 때 반대로 하라고 해서 뒤로 날기를 개발했는데….”
“잘못 이해를 했구나, 욕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라고 했다.”
“뒤로 나는 비행기술은 나비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진보 비행술인데….”
“기존 질서를 깨고 반대로 하는 것이 진보가 아니다. 진보는 형식의 파괴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똑바로 날면서 꽃들을 이롭게 하라.”
“뒤로 나는 비행을 어린 나비들이 따르고 있는데 ···.”
“재주가 정신보다 앞서면 오만해지고, 근본을 무시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나비가 나는 것은 꽃으로 가는 이동 수단이다. 나비가 뒤로 날면 새들의 먹이가 된다.”
“새로운 시도는 칭찬보다 질투를 받는군요.”
“지축이 서면 꽃을 보기 어렵다. 꽃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바로 날아라.”
“전, 꽃보다 뒤로 날고 싶어요.”

  청백나비는 금빛 나비의 조언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몇 가지 단점을 보완했다. 지상에 붙어서 날 때는 똑바로 날고, 높은 공중에서는 뒤로 날았다. 개선된 비행술을 보여주자 잠자리까지 비행을 배우러 왔다. 청백나비는 고무되어 <나비들을 위한 비행교리 제 1장>을 만들어 나비의 냄새 언어인 페르몬을 통하여 유포했다.

<단군 흰나비 6440대 후손인 청백나비는 새로운 비행술을 전한다. 낮게 날 때는 바로 날고, 높이 올라가면 뒤로 날아라. 꽃을 만나면 꽃을 먼저 세워주면서 자신의 품위를 찾고, 향기로운 꽃만 찾지 말고 지저분한 꽃도 찾아가 그들의 사랑을 도와라. 새로운 시도는 고난 속의 자유다.>

  청백나비는 비행교리 제 1장을 유포하자, 많은 나비들이 뒤로 날기를 배웠고 일부 실험정신이 강한 나비들은 서로 마주보며 나는 대칭 비행에 성공했다. 이를 본 인간들은 <나비들의 짝짓기도 인간처럼 마주보는 방식으로 변했다. 곤충도 진화한다.>라고 떠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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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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