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예언(2010년) - 부활 (마음의 자유)

입력 2011-10-01 17:01 수정 2011-10-01 17:01









어둠을 종식시킨 아침 햇살이 눈부셨고, 눈부신 햇살은 곱고 길게 바람 속으로 퍼져갔다. 바람 섞인 햇살은 꽃들을 깨웠고, 깨어난 꽃들은 향기로 나비들을 불렀고, 나비들은 참나무 숲에 생기가 넘치게 했다. 참나무 숲의 생기(生氣)는 뭍 곤충들에게 힘을 주었고, 뭍 곤충들은 꽃과 나무에서 밥벌이를 해결했다.



젖은 날개를 회복한 청백나비는 햇살이 비치자마자 비행을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왔고, 내려다보이는 꽃들이 어서 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청백 나비는 키 작은 노란 민들레가 겹눈에 잡혀 민들레 밭에 내렸다. 씩씩하게 바로 선 민들레는 벌과 나비들로 붐볐지만, 인간에게 짓밟혀 넘어진 민들레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청백 나비가 넘어진 민들레에게 접근하여 빨대로 꽃잎을 펴주자 민들레가 말했다.







“민들레가 인간 몸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인간들이 마구 뽑아가서
홀씨 하나 못 남기고 밟혀 죽는 줄 알았는데 ∙∙∙∙.”
“ 꽃이 살아야 나비도 살거든 ···.”
“밟힌 꽃도 돌보는 착한 너에게 좋은 정보를 주마.”
“정보?”

“붕붕 떠오르게 하는 부력(浮力)에 대한 정보다. 땅은 모든 물체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하늘은 위로 당기는데, 끌고 당기는 중간 지대에 서면 부력이 생기지. 부력은 무념무상의 경지에서만 느낄 수 있지만 힘의 접점을 발견하면 가볍게 떠올라 비행이 수월할거야. 부력을 찾아봐.”
“부력을 발견하면 너의 홀씨부터 멀리 멀리 옮겨주마."
“고마워.”



청백나비는 민들레가 준 정보대로 부력을 찾기 위해 비행 고도를 다양하게 시험했다. 높게 올라가 날개 짓을 멈추고 날개를 펼쳤다. 그대로 추락했다. 다시 높게 올라가 날개 짓을 멈추고 날개의 각도를 1도씩 변화시켜 보았다. 온 종일 반복 시험을 했지만 부력은 없었다. 청백나비는 부력은 물리적 조작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비울 때 생기는 에너지일 것이라고 직감하고 마음을 비웠다.



날면서 난다는 생각을 지웠고, 꽃을 보고도 꽃이라는 판별력을 버렸다. 그냥 무념무상의 상태로 돌입하자, 치솟는 바람도 없는데, 날개가 위로 들렸고, 날개만 펴고 있어도 몸이 위로 붕 떠올랐다. 날개를 펴고 좁힘에 따라 위로 솟는 부력의 강도가 달라졌다. 생각의 힘으로 부력을 알게 된 청백나비는 날개를 펴고 둥둥 떠다니자 날개 달린 불개미 지도자 흰개미가 찾아왔다.

“붕붕 떠다니는 부력 비법은 불개미 선조들이 오래전 발견했던 것인데, 전수되지 않았다. 그 비법을 알려 준다면 너를 스승으로 모시겠네.”



흰개미의 제의에 청백나비는 (개미가 부력을 알면 나비들을 해코지 할 텐데.) 직감적으로 판단하고 겹눈을 굴리며 말했다.

“흰개미의 날개는 작고 생각이 무거워 부력을 얻지 못한다.”
청백나비가 단호하게 거부하자 흰개미가 간곡하게 매달렸다.
“비법을 알려주면 스승으로 모시겠다.”

흰개미의 진지한 모습에 청백나비는 겹눈을 떨면서 말했다.
“불개미들이 나비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부력을 알려 주면 친구가 될 테니 전수만 해주세요.”
“흰개미의 의리를 믿고 말한다. 꼬리 부분을 안으로 접고, 날개를 편 상태에서 잡념을 버려. 그래도 뜨지 않으면 하늘과 나는 하나라고 암송해.”
“나비 스승님!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흰개미는 청백나비가 보는 앞에서 몇 차례 시도하더니 부력을 얻었다.
흰개미는 부력을 얻자,



- 아 뿔 사 -



서쪽으로 붕붕 날아갔다. 배신감을 느꼈지만 밝은 생각으로 달랬다.
‘얼마나 기뻤으면 인사까지 잊었겠어, 정신이 들면 다시 찾아오겠지.’



부력을 터득한 청백나비는 자신감이 생겼다. 모든 것이 밝게 보였고 어떤 곤충도 두렵지 않았다. 부력을 이용하여 높이 오를 수 있었지만 오를수록 날개가 고통스러웠다. 허공에서는 부력을 받지 못한 것이다. 천천히 추락하면서 부력이 가장 센 높이를 실험했다. 지상 3.33 미터 높이에서 가장 센 부력을 받았다. 청백나비가 부력이 센 지상 3미터 공간에서 벌러덩 누워서 ‘붕붕’ 떠다니자 , 갈색 바탕색에 파란 줄무늬와 불규칙한 검은 점들이 있고, 오른쪽으로 치우친 비행을 하는 오색나비가 찾아왔다.









청백나비는 꽃가지에 내려서 물었다.

“교수?”

“나비 세상의 자유를 연구하는 교수란다. 그동안 나비의 자유는 꿈의 언어였는데, 붕붕 떠다니는 너의 모습을 보니 나비에게도 자유의 날이 올 것 같구나.”

“교수님, 어떻게 하면 나비가 자유로워지나요?”
“내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나비를 자유롭게 하는 절대 진리는 없다. 빛이 있어 그림자가 생기듯이, 하나가 자유로우면 하나는 구속받는다. 자유와 구속은 공존한다. 너의 부력 비행과 나의 지식을 결합하면 나비 세상을 자유롭게 할 비행술을 찾을 수 있을 텐데∙∙∙ .”

“몸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부터 알려주세요.”
“자유는 걸림 없는 상태다. 자유에는 몸, 마음, 영혼의 자유가 있다.”
“저는 몸의 자유를 알고 싶은데요?”
“몸이 자유로우려면 나를 길들이고 통제하려는 기존 관계부터 끊어야 한다.
그러나 짝짓기를 통해 대를 이어가는 나비가 관계를 끊는 것은 어렵다.”

“자유의 길을 알려주세요.”
“자유는 남에게 통제받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자기다움을 지키는 것이 자유다. 나비는 꽃을 돌보고, 벌은 꿀을 만들고, 불개미는 지상의 부스러기를 분해하고, 거미는 거미줄을 타고, 나는 곤충은 날고, 기는 곤충은 기는 것이 자유다.”



청백나비는 계속 같은 질문을 했고 오색나비는 준비 안 된 말을 했다. 

“오색 교수님,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자유로우려면 나쁜 짓을 하지 마. 예를 들면, 나비가 길에 흘려진 과일즙을 빨거나, 이미 수태한 암나비를 쫓아가거나, 공짜 식사를 바란다거나, 뭐랄까? 노력도 없이 살려고 하고, 쾌락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는 나쁜 짓이다.”

“절대 진리가 없다면서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도 있겠지요?”

“나쁜 짓을 하면 마음이 산만해져서 꽃에 집중할 수 없고, 영혼이 산만해져 자유롭지 못해. 공짜를 바라는 세상이 오면 누군가는 그 공짜 때문에 자유를 잃어야 한단다.”

“자유를 위한 비결이 더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것은 말하고 싶지 않은데∙∙∙ 자유는 남을 이용하는데 있다. 말벌처럼 곤충의 속살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하고, 그리고 지상의 부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부력은 상상 속의 경지인데 어떻게 네가 부력을 알게 되었니? 그 비법을 말해다오.”

“….”



청백나비는 오색나비가 부력의 비법을 묻고 싶어서 접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유를 위해 남을 이용해야 한다는 오색나비에게 실망했다. 그의 이론은 그럴싸하게 보였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청백나비는 부력 비행을 발전시키면 빠른 비행술도 가능하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아침 햇살이 먼저 퍼지는 동쪽 평지부터 저녁 햇살이 빨리 끊어지는 북쪽 야지까지 날았다. 겹눈을 크게 뜨고 생명체를 살폈다. - 우아한 날개로 꽃을 찾는 나비, 찢어진 날개로 아스팔트길을 헤매는 나비, 꽃을 피운 나무와 바람에 가지 꺾인 나무들이 보였고,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강한 자는 약자를 먹고, 약자는 먹히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다.- 먹고 먹힘에 자유는 없어보였고, 힘 센 생명체가 약한 생명체를 먹고 파괴하고 아픔을 주었다. 청백나비 자신도 약자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니 날개가 떨렸다.



청백나비는 부력처럼 대립되는 힘이 사라지는 지대가 있듯, 선과 악을 초월하는 제3의 경지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이 곳 저 곳을 돌아보았다. 우연히 산모퉁이를 돌다가 말벌이 불개미에게 잡혀서 분해되는 것을 보았고, 말벌이 분해되면서 아주 미세한 수증기가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았고, 말벌이 산산이 분해되었던 자리를 형체 없는 바람이 몰려와 시원한 소리를 내며 청소하는 것을 보았다.

청백나비는 불개미에게 분해되는 말벌, 분해된 몸에서 증발되는 수증기, 형체 없는 바람을 통해서 - 영원한 힘도, 고정적인 모습도, 선과 악의 구분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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