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세 확대와 살찔 자유의 박탈

입력 2011-11-08 11:27 수정 2011-11-08 11:27
내일의 복지비용 부담을 방치하다간 미래가 암울해진다. 결국 오늘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만세를 비롯해 적극적인 비만해결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대두된다. 오늘을 더 건강하게 살면서, 내일의 건강보험이나 복지재정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덴마크에선 2011년 10월 1일을 기점으로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에 대한 비만세(fat tax)를 도입했다. 2.3% 이상의 포화지방산을 함유한 제품에 대해 포화지방 1Kg 당 16크로네(약 3400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으로 버터와 우유, 피자, 식용유, 육류, 조리식품 등 포화지방을 함유한 모든 식품에 적용되었다. 비만은 정부에게 많은 복지비용 부담케하는 원인이 된다. 덴마크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덴마크처럼 식품 전체에 광범위하게 적용된 것이 아니긴 하지만 비만세를 본격화시킨 것에선 의미가 크다. 프랑스에선 비만세로 인한 세수입을 농민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밝힌바 있다. 그런데 덴마크와 프랑스는 성인비만율 10~11% 수준으로 OECD 평균치인 15%에 비해서 낮다. 이들보다 높은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에서도 비만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비만세는 2000년 이후 계속 논란이 될만큼 이슈였다. 그걸 아무도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덴마크를 시작으로 프랑스, 그리고 헝가리까지 동참했다. 미국은 성인 중 34% 이상이 비만이다. 영국도 20%대를 훌쩍 넘는다. 비만세 부과가 실제 비만을 줄이는데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기에 주요 국가들이 관심은 있지만 과감하게 적용하진 못했다. 물론 덴마크나 프랑스, 헝가리가 시험무대가 되는 셈이니 향후의 결과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비만세가 적용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한국은 성인비만율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보편적으로 날씬하지만, 남성 비만은 늘어나고 소아비만도 늘어난다. 특히 최근 십년새 고소득 상위 25%의 소아비만율은 줄었는데 반해 하위 25%의 소아비만율은 두배 가까이 늘었다. 소득하위계층 중심으로 소아비만이 급증한다는 것은 이들이 향후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비만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비만은 정부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의료보험과 복지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비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이는 둬야 한다. 담배에 막대한 세금이 매겨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만은 흡연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냥 방치하기엔 부담해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 그리고 점점 더 커진다.

미국 기업의 경우엔 비만과 흡연 모두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의료보험비 부담 급증 때문이다. 그동안은 체중조절프로그램이나 금연학교같은 소극적 방법을 썼다면, 이젠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지 못하거나 금연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비용을 더 부담시키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미기업보건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흡연과 비만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기업들은 2009년 전체 미국 기업의 8%에서 2011년엔 19%로 크게 늘었다. 2012년엔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기업으로선 비용절감을 위해 이런 시도를 더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에선 살찔 자유도 없는 셈이다. 식습관이나 운동까지 일일이 회사가 간섭하는건 개인의 자유를 너무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보건복지혜택을 당연히 받아오던 사람들에게 의료보험비를 더 내게하는 것은 실제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비만관리를 통해 건강해진다는 것은 분명 득이겠지만, 엄연히 회사의 비용절감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마저 통제 대상으로 넣는다는 건 다소 씁쓸하긴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이런 트렌드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아직 국내에선 미국처럼 의료보험비나 경제적 패널티를 부과하진 않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비만관리에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취임하면서 사내금연운동을 2년여 펼친 덕분에 사실상 전직원 흡연률 0%를 달성한 상태다. 금연 다음의 목표가 비만이라고 한다. 2009년부터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다가, 2010년 4월부터는 프로그램을 강화해서 비만도가 높은 중도비만 이상 직원들에겐 주3회 운동을 8주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 아직은 미국과 달리 의료비 부담을 더 지우지는 않지만, 앞으론 불이익을 주는 것도 배제할 순 없다. 이미 군대에서도 비만사병을 관리해주고 있으니, 앞으로 학교나 지자체, 각 기관이나 단체별로도 비만관리하는게 보편적인 일이 될 수 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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