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마음과 행동의 경제학이다.

입력 2011-06-14 14:00 수정 2011-07-28 16:34





생각 진화 4 행복의 본질 - 행복의 끈을 잡아라.











초등학생인 조카가 마술을 배웠다면서 마술시연을 했다. ‘너무 잘한다.’고 칭찬했더니, ‘초등학생 마술 분야에서는 제가 최고인걸요.’ 라고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 조카의 행복감을 보면서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에너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상의 이야기다. 우리는 별에서 에너지로 존재했다. 물질을 통해서만 생명을 얻고 행복을 느껴야 우주와 소통하는 큰 별로 승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지구의 인간으로 왔다. 천둥번개 치던 날 비와 함께 생명과 행복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인간으로 왔지만,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산통에 놀라서 불안감이 생겼고, 별에서 품고 온 구상과 생각을 모두 망각하고 원초적 인간이 되었다. 숙제 제목을 잊어버린 아이처럼 행복을 위한 숙제를 못하고 생존을 걱정하고, 사소한 일로 다투고, 옹졸한 삶을 살다가 다시 별로 가야지 못하고 잡귀가 되어 떠돌게 된다.



우리가 새로 정립해야 할 행복의 본질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했다. 인간이 추구하는 선(善)은 같아도 물결변화에 따라 행동 양상과 문화가 변하듯, 행복의 본질은 같아도 행복의 패러다임은 꾸준히 변해 왔다.



19세기 이전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삶이 즐거운 상태가 복(福)이었다. 배우고 익혀서 세상 사물을 아는 것, 친한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는 것도 복이었고, 무병장수(無病長壽), 자손이 많고, 자손들이 출세하고, 재산이 많아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복이었다. 배움, 친구, 건강, 자손번창, 부를 갖춘 상태가 복이었다. 제도권에 밀린 야인들은 나물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마음이 편하면 복이라고 했고, 백성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고, 치아가 튼튼해도 복이라고 했다. 복이라는 단어가 개화기를 거치면서 행복으로 발전했다.



과거의 행복은 성공의 부산물이었다. 성공 시대의 행복은 성공을 해서 자기가 자랑스러운 상태였다. 성공 시대의 행복은 성취에서 오는 뿌듯한 즐거움이었고, 결핍의 고통을 뛰어넘어 목적을 이룬 보람, 자수성가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자기실현, 물질적 풍요함으로 신체를 호사(好事)시키는 상태였다. 성공을 통한 행복감을 누리기 위해서, 항상 앞서기 위해 쫓겼고, 주머니를 가득 채우기 위해 실적의 페달을 계속 밟아야 했고, 때로는 아픔과 슬픔도 묻어두고 가야했다. 성공은 곧 행복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무한 고통, 배부른 허탈감과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의미했다. 과거의 성공은 군림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 세상은 성공자의 군림을 허용하지 않는다. 성공을 통한 행복은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과거의 행복은 마음의 경제학이었다. 과거의 행복은 동사(動詞)가 아니라, 마음이 안정감과 성취감으로 느끼는 추상적 감정(感情)이었다. 행복은 변덕스런 마음을 다스리고, 좋은 마음을 선택하여 좋은 행동을 생산하고, 좋은 일로 연결시키는 게임이었다. 산업시대의 행복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고통도 받아들여 만족시키는 기술이었다. 정보화 시대의 행복은 남보다 우수하고 뭔가 다르다는 우월감이었고, 화려한 통장과 등기문서, 높은 자리가 주는 성취감이었고,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나만 만족하면 느끼는 잉여(剩餘) 감성이었다. 행복은 과거의 고난을 이긴 보상이었고, 현재의 불안감을 이겨가게 하는 안정제였다.



현재의 행복은 즐거운 일을 통한 자기만족이다. 과거의 인간은 마음이 편하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믿었다. 현생 인류는 일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고 행복하다고 믿는다. ‘평양 감사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다.’ 영광의 자리라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행복은 성취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나의 일이 즐겁고, 나의 일에 만족감을 느낄 때 생기는 삶의 광채다. 성취에서 오는 행복은 가득 차야 느끼는 자기 존재감이라면, 현재의 행복은 나의 일로 만족감으로 채우는 자기 희열이다. 만족은 절대 기준이 없다. 내가 만족하면 행복이 되고, 영광의 자리에 도달했더라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은 없다. 만족감으로 채우는 행복은 피상적이지만, 만족은 또 다른 만족으로 진보하면서 또 다른 행복을 만든다.



행복은 행동 경제학이다. 우연히 로또가 생각이 나서 숫자를 적어두고 잊어버렸는데, 로또 1등 번호와 일치한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우리들의 생활 속에는 행동하지 않아서 잃어버리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때로는 ‘이 행복을 위해! 이것도 참자.’라고 영혼을 달래면서 행동의 광장으로 나가야 행복의 열매를 얻는다.



행복을 느끼게 하는 본질은 무엇일까? 백이면 백사람의 생각이 다를 것이다. 25년 공부에, 25년 일을 해본 필자의 주관적인 필터로 비쳐보니, 행복의 본질은 자 ․ 즐 ․ 보였다. 행복은 내가 자랑스럽고, 일이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상태다. 독선적 본질이라는 비난을 조금은 감수하기 위해 설명을 곁들여 보겠습니다. 인정을 받았을 때의 행복감, 고통을 이기고 뿌듯해 하는 행복은 자랑스러움에서 오는 행복이며, 밥을 먹고 포만감 상태에서 느끼는 행복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느끼는 행복은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이며, 어려운 일을 완성하고 느끼는 행복과 마음을 조였던 일이 순탄하게 마무리 되었을 때의 행복감은 보람에서 오는 행복이다.



자랑스러운 행복이여! 당신을 사모하지만 당신은 아직도 안개 속을 떠도는 작은 물방울입니다. 먼 별나라에서 인간되기를 희망하여 어렵게 태어난 우리들은 자랑스러운 행복을 찾기 위해 긴 세월을 헤맸지만, 아직도 행복이 비밀을 모르기에 마음은 급하고 물질 속의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행복은 주어진 환경을 요리하여 자랑, 즐거움, 보람을 만드는 게임임을 알고 큰 나를 만들어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운 일을 통해 보람을 찾자. 별로 돌아가는 행복티켓을 끊을 수 있도록 행복의 실체를 알고 고결한 심성으로 행복을 만들자.



즐거운 행복이여! 당신과 함께 즐겁게 살고 싶지만 아직도 당신은 아무도 살 수 없는 무인도입니다. 마냥 즐거운 프로그램을 찾아 지구로 왔지만, 아직도 즐거운 인생 놀이터를 찾지 못했습니다. 외로워서 모임을 만들고, 저마다의 체면과 권위로 인생 연극을 하지만 허탈합니다. 나무가 우거져야 새가 집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작은 즐거움으로 큰 즐거움을 만들자.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행복의 나무가 자라나 즐거운 열매가 맺기를 기다리자.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을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물질의 기쁨만큼 마음도 즐거울 수 있도록 기운을 내자. 즐거운 행복을 찾기 위해 몸과 마음 부서지더라도 버리고 초월하자.



보람의 행복이여! 당신을 소리 내어 읽고 싶지만, 아직도 당신은 해독할 수 없는 문자입니다. 행복은 마음이라고 하면서 행동을 원하고, 자기만족이라고 하면서 배려를 바라고, 각이 진 절제 같으면서도 리듬을 좋아하는 자연입니다. 풀잎 먹고 자란 번데기가 가지 끝에 매달려 별을 바라보는 것처럼 행복을 바라보고, 가지 못한 길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의 이 길에서 행복한 보람을 얻고, 세상은 주고받는 무대임을 알고 노력을 주고 행복을 누리자. 삶을 정리하는 순간이 오면 인간으로 산 것이 보람이었다고 노래하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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