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의 좀비들을 그냥 놀게 하라.

입력 2011-06-13 13:33 수정 2011-07-29 14:38


습관 진화 11. 낙천(樂天)성 - 걱정의 촛불을 끄라.



















직장이 바뀌고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심야에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탱크 굴러가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고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예민했다. 심야의 보일러를 꺼버려도 소리가 들렸다. 아랫집 보일러 소리였다. 마음으로 침투하여 신경에 거슬리고 정상적인 판단을 막는 좀비가 생긴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보일러 소리를 운명적인 밤의 노래라고 생각하자, 더 이상 보일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건강 염려증에 걸린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고기를 삼가고 야채만 먹고, 하루 2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손 잘 씻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데도 도맡아 놓고 병원을 다닌다. 아는 게 병이되고 지나친 의식은 오히려 아픔이 되고, 막으려고 하면 더 침투를 하고, 깨끗하게 씻을수록 더 냄새가 난다. 냄새를 막아주는 균을 죽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을 의식할수록 건강을 해치듯, 우리는 걱정 없이 기분 좋은 상태로 살고 싶지만, 현실은 고통과 고민의 연속이다. 마음의 좀비가 설치기 때문이다.



우리들 마음에 기생하면서 어지럽히는 좀비들이 있다. TV를 켜면 밤사이 일어난 세상의 사건. 사고 좀비들, 불의의 좀비들에 의한 부조리한 현상, 불공정과 인권 무시 좀비, 돈과 권위로 억압하는 좀비, 약자를 등쳐먹는 좀비 등 더불어 사는 세상에 불신을 주는 세상의 좀비도 있고, 불완전한 내가 만드는 좀비들 - 수시로 찾아오는 걱정의 좀비,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실체를 ‘0’화시키는 고민, 존재를 가볍게 하는 조급함,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잡념, 반복적인 불편이 만드는 노이로제, 대립각을 세우는 비판의식과 비교의식, 쓰레기 마음을 유발하는 허세와 체면의식 등 마음 안에서 고난과 장애를 일으키는 징그러운 좀비들도 있고, 탐욕스런 상대가 제공하는 좀비들-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시비를 거는 좀비, 아이디어를 채가는 얌체 좀비, 확인도 안 하고 오해와 의심을 하는 상종 못할 좀비 등 남의 에너지를 뺏는 잡종 좀비도 있다.



유무형의 좀비들은 디도스 좀비처럼 몰래 침투하여 거점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괴롭힌다. 좀비는 온전한 기능을 방해하고, 약한 의식으로 침투하여 결핍감과 피해의식을 충동질하고, 결국 자포자기(自暴自棄)하거나 체념하게 만든다. 침투한 좀비를 쫓아내려고 하면 마음속의 좀비는 거세게 저항한다. 어린아이를 건드리면 울고, 모닥불을 건드리면 꺼지듯, 좀비들은 잡초처럼 밝고 누르면 더 자라고, 좀비들은 바로 반응하면 아메바처럼 단세포 분열을 한다.



좀비들을 쫓아내려고 하면 에너지만 뺏긴다. 좀비도 마음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잡균이 없는 무균(無菌) 상태의 몸보다 적당한 균을 보유한 몸이 더 건강하듯, 잡종 좀비들을 내치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마음도 강해진다. 태풍이 없다면 벼는 웃자라 쓰러지고, 잡초와 함께 자란 곡물은 긴장감을 유지하여 알곡이 튼튼하듯, 좀비들과 함께 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다. 생명 세상을 보면 순종보다 잡종이 강하고, 불순물이 있는 칼이 더 강하고, 잡음을 허용하는 국악이 인간적 감흥이 크듯, 좀비가 노는 마음 공간이 더 인간적이고 강하다. 좀비들을 함께 놀도록 허용하면 좀비들은 과분한 대접에 자기 악행을 잃거나, 만성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사라진다. 아웃사이더의 좀비 마음도 잘 부리면 인생의 약이 된다.



이유 없이 존재하는 좀비와 불필요한 좀비는 없다. 자연에는 나무와 새, 돌과 잡초, 모기와 파리, 지네와 독사가 더불어 사는 것은 다 필요하기 때문이듯, 걱정과 장애, 고난과 걸림돌도 발전의 약이 된다. 잡초를 죽이겠다고 제초제를 사용하면 곡물도 약해지듯, 좀비를 죽이겠다고 극단에 빠지면 순수함도 죽는다. 세상이 썩었다고 분노의 물결이 타오르면 순수함도 함께 오염이 된다. 근친교배로 대를 있는 생명체는 갈수록 약해지다가 종족이 사라지듯, 같은 생각을 지닌 무리들은 진보가 없다. 서로 다른 것들과 경쟁하는 종족이 진화를 하듯, 이것과 저것을 섞어서 조화를 이루려는 모자이크 인간이 발전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호하듯, 자기가 싫어하는 것도 포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걱정의 좀비여! 너는 심장을 아리게 하는 가시이며, 신중하게 살피게 하는 기운이다. 사소한 걱정은 마귀라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해, 행동은 에러를 일으켰고, 행복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겼습니다. 마음 불편한 궁궐보다 마음 편한 초가집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아 걱정 털고 살게 하소서! 이제 심신을 구속하는 걱정과 이별하여,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한 길을 선택하리라. 꿀과 젖을 주는 황금 길이라도 걱정해야 하는 길이라면 포기하리라. 멀고 험한 인생길을 걱정의 촛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며 밤길을 가리다. 아직도 걱정하며 사는 우리들이여, 불완전한 마음이 만든 걱정을 끊고, 내려놓고, 잊고 살아가자.



고민의 좀비여! 너는 소리 없는 번민하게 하는 파동이며, 파리의 발을 잡는 끈끈이다. 너는 불꽃을 끄는 물이었고, 물의 흐름을 중지시키는 얼음이다. 고민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될 일이 무너지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쓸데없이 불면의 밤을 보냈고, 정답 없는 정답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고민은 고독을 더 고독하게 하고, 아픔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깨우쳐,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게 하소서! 주저하며 비틀거리는 인생길을 고민의 등불을 끄고, 희미한 달빛을 벗 삼아 걸어가리라. 아직도 고민하며 사는 우리들이여, 이제 고민을 놓아주고, 고민이 살 수 없는 밝은 곳으로 가자.



낙천성이여! 당신은 수은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며, 중심을 두고 도는 회전목마입니다. 당신은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어라고 했지만, 거칠고 무딘 우리는 귀담아 듣지 못했습니다. 걱정과 고민의 동굴을 빠져나가 가능성의 빛을 보리라. 고민 없는 세상에 살고 싶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을 당신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고 관심을 갖지 않겠습니다. 새 길에 새로운 힘을 쏟기 위해 악마를 만나더라도 웃으면서 칭찬을 하리다. 이왕이면 즐겁게 살고 싶은 우리들이여, 이제 고통의 긴 가로등을 끄고, 새벽이면 떠오를 꿈의 태양을 기다리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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