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행복의 출발선이다.

입력 2011-06-02 11:10 수정 2011-09-24 03:32






생각 진화 6. 긍정(肯定)

- 촛불을 끄니 방안으로 별빛이 쏟아졌다. - 타고르 자서전












‘식당 앞에 차를 두고 가면 누가 펑크를 내니, 밝은 주차 공간으로 옮겨 달라.’는 식당 주인의 준엄한 요구에 가까운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도중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식당 주인도 나와서 상황 해명을 했지만 현행법을 이길 언어는 없었다. 면허 취소를 당하고 국가 통제를 받을 때의 1년은 불편했고 막막했다. 비참함과 좌절감의 지수는 높았고 절박했다. 그 뒤로 새로운 길을 찾았고 전화위복이 되었다. 단속 경찰이 나의 만행을 차단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카락이 일어선다. 



손잡이가 달린 유리단지를 무심히 들다가 뚜껑과 몸체가 분리되면서 박살이 난 일이 있었다. 막연히 온전하게 결합된 줄 알고 살피지 않은 경솔함이 원인이었다. 유리단지를 깨트린 이후로 사고(불행)는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알았고, 사소한 사물을 대하더라도 사물 입장에서 접근하고 신중하게 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벽은 이동을 막는 물체가 아니라 돌아가게 하는 매체이듯, 불행은 행복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행복을 강화시키는 재료다. 차가 연료를 태우며 달리듯, 행복은 불행을 연소시키면서 얻는다.



무의미한 불행은 없다. 이 세상에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땅은 이름 없는 풀을 키우지 않는다. 잡초도 필요해서 키우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냥 버려지는 것, 불필요한 것은 없다. 돌멩이 하나도 쓰임새가 있고, 잡초는 지구의 피부인 땅의 온도를 조절해주고, 자갈밭은 옥토보다 산소 공급을 활발하게 하여 야문 작물을 제공하고, 넘어뜨리는 것은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행동의 부자유는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실수와 실패,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는 성숙할 기회를 주며, 상대의 간섭과 통제 때문에 느끼는 불쾌감과 불행은 인간을 강하게 한다. 세상에 시련 없이 오는 승리, 쉽게 완성되는 일, 막연하게 오는 행운은 없다. 고통으로 애간장이 태우지 않고 생기는 사랑의 쟁취, 고통 없이 얻는 감동은 없다. 요행으로 얻으려는 행복은 물위의 수증기처럼 실체가 없고, 고통 없이 누리려는 행복은 물속의 횃불처럼 언어로만 존재한다.



불행의식은 마음의 질병일 뿐이다. 우리는 행복은 마음(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행복은 만족하는 온전한 마음에 있는데, 몸이 아프고, 마음이 상처입고, 가치관 정립이 안 되어 있으면 마음에 질병이 생긴다. 마음의 질병은 자기기준(도덕과 성과)이 너무 높아서 현실과 충돌할 때 생기는 경우와 자기 독선(獨善)이 강하여 세상의 일과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기기도 한다. 마음의 질병은 스스로 걱정과 고민거리, 걸림돌과 장애물을 만들고, 자존심과 자기 성질을 부려서 자기를 불행하게 한다. 불행의식은 약한 마음이 만든 일시적 질병이다.



불행은 행복의 출발선이다. 불행은 행복의 반대말이 아니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상태다. 절대적인 불행은 없다.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에 불행한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처럼 행복도 불행을 거쳐서 온다. 밤은 새벽으로 가는 시간이며, 흔들리며 피는 꽃은 이미 열매이며, 불행은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다. 불행은 과거 불성실의 결과일 뿐인데 불행에 잡히거나 그냥 피하려고만 하면 행복의 공식은 깨진다. 불행은 행복통장의 잔고를 줄이지만 불행 자체가 행복통장의 적립을 막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좋은 조건보다 악조건에서 만들어진다.



인생은 육체, 마음, 영혼이 함께 가는 여행입니다. 한 지붕에 세 가족이 동거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따로 놀기도 합니다. 육체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발산하지만, 욕망에 잡히면 마음과 갈등하고, 마음은 두뇌의 화학작용으로 생산되지만 기분 나쁜 기억에 잡히면 통찰하지 못한다. 육체와 마음이 따로 작동하면 행동은 산만하고, 병고와 결핍으로 영혼마저 흔들리면 제어할 수단이 없다. 인생은 사람이 사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절차입니다.



불행(不幸)한 인생이여! 너는 기대와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이며, 허상으로 존재하는 호수 속의 달이다. 타인의 불행을 통해 위로를 얻으면서도 자기불행에 대해서는 가면을 쓰고 속으로 아파했습니다. 행복은 불행을 치루고 찾아가는 인생의 적금임을 알고 불행을 이기고 행복을 얻게 하소서! 일시적 불행이라면 무시하더라도 인간 존엄성에 태클을 거는 불행이라면 맞장을 뜨게 하소서! 믿음과 열정을 바쳐도 불행하다면 운명으로 여기고 가식과 요행이 만든 행복이라면 영혼의 가시에 찔린 듯 아파하게 하소서!



평범(平凡)한 인생이여! 당신은 콩 심은 곳에 콩이 나는 진리입니다. 인생은 지수(地水)화풍(火風)의 기운으로 살다가 에너지가 떨어지면 모두 평등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생이 불평등하다고 불평하면서 몸과 혼을 가볍게 했습니다. 부정보다는 긍정이 강한 에너지를 몰고 온다는 것을 깨닫고 삶을 긍정하게 하소서! 출생의 순서는 달력이 기억하지만 가는 순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수고로운 삶이 끝날 때까지 진지하게 살게 하소서!



긍정(肯定)의 인생이여! 당신은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잡초의 기적입니다. 당신은 겨자씨를 보면서 거목을 생각하는 생각의 부피이면서, 흔들리는 우유를 보면서 치즈를 발견하는 적극성입니다. 행복은 보물찾기 게임도 아니라, 긍정으로 부정을 메워가는 퍼즐게임임을 알고 긍정으로 기적을 부르고, 긍정으로 행복을 찾게 하소서! 우산도 없이 맞아야 할 슬픔의 비라면 기꺼이 맞게 하시고, 행복의 우유가 부패하지 않도록 항상 흔들어 깨우게 하소서!



밝고 평범한 자아여, 고철을 녹여서 쟁기를 만들듯, 불행을 녹여서 행복을 만들자. 아직도 현장에서 뛰는 불행이 있다면 리콜하여 밝은 기운으로 재정비하자. 마지막 순간에 사랑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해서 현재를 뜨겁게 살자. 가슴에 등불을 달아서 몰래 다가오던 어둠의 불행이 도망치게 하자. 지금 행복하다고 나대지도 말고, 지금 불행하다고 기죽지도 말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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