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악수를 청하면 행복한 손을 내밀자.

입력 2011-05-27 09:56 수정 2011-08-01 12:26


행동 진화11. 대담함.- 큰 행동으로 불행의식을 해체하라.











2004년, 영업을 처음 배울 때, 지인 소개를 받고 한의사를 찾아가 명함을 건네자, 짜증스런 표정으로 나의 명함을 면전에서 구기는 것이었다. 면전에서 총을 겨누는 이상의 큰 모욕감을 느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무섭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불행이 결투를 청하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평생 기분 나쁜 상처가 될 것 같았다. ‘원장님, 무슨 언짢은 일이 있었군요. 다음에 올 때는 구겨지지 않는 명함을 만들어 오겠습니다.’라고 단호한 대응을 하자, 원장은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임시로 봉합하고 돌아오는 길은 멀고 아팠다.



그 때 그 충격으로 황당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인간 무대는 크고 작은 싸움의 공간이다. 인간과 자연, 종교와 종교,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개인과 도구가 치열한 결투를 하고 있다. 싸움은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전격전(電擊戰)도 있지만, 대다수 싸움은 시비와 선전포고 행위가 선행된다. 불행이 결투를 청할 때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큰 싸움은 생기지 않지만, 불행이 물러가지도 않는다. 불행이 웃으면서 악수를 청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행이 찾아오면 내면의 대화를 하자. 불행이 찾아오는 모습은 다양하다. 심신의 아픔과 외로움, 기대감의 배신과 불안감, 결핍감과 비교의식 등으로 찾아와 고통을 준다. 고통이 오면 눈을 감고, ‘지금 무엇이 가장 두렵고 아픈가? 내가 감추려고 하는 것은 뭔가? 무엇부터 해결해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가?’ 자기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무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면 자기에게 편지를 쓰고, 일상의 권태감에 빠져 매사가 귀찮다면 내면의 대화로 ‘나는 누구인가? 왜 지쳤는가?’ 자기 질문을 던지고 자기 답을 찾아야 한다. 자기 답을 찾았다면 불행을 피하지 말고, 현재의 행복만큼은 양보하지 말자.



인생은 아픔으로 달리는 열차라고 위로하자. 인생은 불완전 구조상 아프고 부족하다. 어느 조직, 어느 공간이든 먹는 문제와 생각의 기준 차이로 다툴 수밖에 없다. 고삐 풀린 욕망과 기준에 묶인 이성은 서로 대결하면서 아픔을 생산하고, 저마다의 이기심은 서로를 외롭게 하고, 상상에 빠진 감성은 마음의 질병을 만들고 스스로 아파한다. 아픔을 이해하고 해소시키지 못하면 평화는 깨지고 생존마저 위태롭게 된다. 아픔을 다루지 못하면 얼굴엔 분노의 열꽃이 피고, 몸에는 주저함이 붙고, 마음은 공황(恐慌)에 빠진다.



어떤 형태의 아픔과 불행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오래된 친구와 대화하듯, 자신을 위로하자. <행복도 불행도 나의 본성이 만든 산물이다. 내가 만든 것이 나에게 왔을 뿐이다. 당황하지 마라. 불같은 성질을 죽이고 일단 참으면서 나를 보라. 넘어진 오뚝이는 반드시 일어선다. 아직도 나에겐 불행과 고통으로 마비된 손가락보다 행복의 감각을 느끼는 손가락이 남아 있다. 불행이 악수를 청해오면 행복의 감각을 느끼는 마지막 손가락을 펴서 불행을 맞이하자. 불행이 오는 것도 자유라면, 행복으로 응대하는 것도 나의 자유다. 인생은 불행의 동굴에서 행복의 빛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행복의 진입로를 찾자. 내가 뿌린 본심만큼 행복할 수 있다. >



고통이 클수록 단순하게 생각하자. 내가 범한 모순으로 고통이 왔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당당함을 가져야 고통이 걱정거리로 자라지 않는다. 거대할수록 단순하며, 조용할수록 강하며, 좋을수록 마(魔)가 따르고, 아플수록 성숙한다. 꽃은 흔들리면서 피어나 열매로 변해가듯, 행복도 고통 속에서 피어나야 성장한다. 불명예와 불행이 깊을수록 좌절도 크지만 털고 일어설 수 있다면 결과는 장대하다. 행복의 꽃은 맑은 이슬만 먹고 피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냄새나는 거름을 먹고, 폭풍이 남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운이 나쁘면 부러지기도 하지만, 시련을 이겨내면 향기를 뿜는다. 고통은 당장 행동을 불편하게 하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단순한 마술을 걸면, 영적 에너지가 생긴다.



왕성하게 행동하라. 고통이 악수를 청하는데 주저하고 후퇴하면 고통은 나의 심장을 강타한다. 고통은 그대로 두면 걱정거리와 고민거리로 발전한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워도 일을 하면 고통이 해소된다. 일단 행동하면 불행의 터널을 뚫고 나가려는 에너지를 움직일 수 있다. 누르는 힘에는 솟구치는 힘도 생기기 마련이다. 불행과 스트레스가 결투를 요청하면 명상보다는 행동하는 손과 발을 보여주자. 몸을 움직여야 활기가 생기고 그 힘으로 스트레스를 박멸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마음의 질병은 내가 스스로 만든 이물질이지만, 마음으로 완전 청소를 할 수 없다.



<불행과 대담 단막 오페라>

불행이여! 너에게 묻는다. 정말로 너의 실체가 있느냐? 너는 용수철처럼 누를수록 더 튀어 오르고, 자신감을 먹고 분해해서 불안감을 생산하는 형체 없는 괴물이다. 실체도 없는 너에게 잡혀서 행동을 잃고, 정신 줄을 놓지 않으리라. 나약한 감성이 불행의식을 초대하지 못하도록 이성의 칼을 갈고, 의지와 무관하게 터지는 불행이라면 믿음의 성전으로 받아들이고, 이성이 감성에 밀려서 유혹의 길로 갈 수 없도록 이성에 영혼을 배합하고,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행동의 거리로 나가리라. 아픔과 고통을 이기려는 우리, 악취가 향기를 그리워하듯, 불행하다면 행복을 갈구하고, 정말로 불행하다면 글을 쓰자.



부족이여! 너에게 묻는다. 무엇이 부족한 상태냐? 너는 기준이 없는 허상이며, 이미 채울 수 없는 욕심이다. 실체도 기준도 없는 너에게 잡혀서 부족한 변명을 하지 않으리라. 사랑의 잉크가 부족하면 피라도 뽑아서 편지를 쓰리라. 인생 사막에서 반병의 물밖에 남지 않았더라도 ‘아직도 반병이나 남았다.’라고 용기를 내고, 살아서 치룰 고통이라면 마음껏 즐기고 떠나리라. 몸이 기운이 다 하기 전에, 마음의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마음 공간에 넉넉한 여유와 배짱을 심고 활동을 하리다. 마지막 순간에 맑은 정신으로 말을 남기고 죽을 수 있다면 부족했기에 행복했노라고 말을 하자. 부족하지만 행복을 찾는 우리, 나목이 아름다운 것은 잎을 버리고 봄을 기다리기 때문이듯, 현재의 부족은 도전할 기회로 인식하고, 부족을 인위적으로 채우려고 하지 말고, 시간의 흐름이 채우게 하자.

대담이여! 당신은 칼로 바위를 베는 용기이면서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단호함이다. 배짱으로 대담하게 살고 싶지만, 소유의 멍에와 비교에 덫에 잡혀 옹졸하게 작아졌습니다. 이제 불안과 불행은 마음의 기준이 만든 허상임을 알기에 불행이 악수를 청하면 기운 센 행복의 손을 내밀고, 불행이 결투를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 주리라. 나의 허물이 만든 불행을 놓고 머저리라고 책망하시면 변명도 원망도 하지 않고, 다만 자존심과 사소한 일로 싸운다면 무시하고 멈추리라. 아직도 작은 일로 주저하는 우리여, 씨앗이 아름다운 것은 땅에서 썩을 줄 알기 때문이듯, 이미 다가온 불행이라면 그 불행을 썩혀서 행복의 싹이 피어나게 하자.



억척이여! 당신은 안 되는 줄 알면서 덤비는 투우가 아니다. 된다는 것을 알기에 밤을 지새우고 피는 야생화입니다. 억척스럽게 한 발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의 좁은 길을 만나면 해보지도 않고 힘겨워 했습니다. 가다가 짱돌에 걸려 넘어지면 털고 일어나고, 장벽을 만나면 희망의 밧줄을 걸고서 올라가고, 가야할 행복의 고지가 있다면 기어서라도 올라가리라. 행복의 고지로 가는 길에 행여 이름 모를 꽃을 만나면 행복의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정상에 서면 마음에 꽃씨 하나 심어주고 하산하리라. 억척스런 우리여, 도자기가 아름다운 것은 불구덩이에 구워졌기 때문이듯, 마음속에 행복의 씨를 뿌리고, 열정의 기운을 주고, 순리의 물을 주어서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게 하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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