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잡고 싶으면 가볍게 놓아라.

입력 2011-03-22 14:57 수정 2011-07-26 17:25


습관 진화 6. 집착 버리기
- 하나를 얻고자 둘을 잃지 마라.









베란다에 고추 5포기와 상추 10포기를 심었다. 자라나는 모습이 신기해서 눈을 뜨면 바로 감상하고, 물을 주고, 출근을 했다. 나름대로 정성을 들였지만 3주가 지나자 고추에 진딧물이 끼였다. 소량의 농사(?)라 농약을 칠 수는 없고 해서 민간 처방대로 마시다 남은 소주를 묽게 타서 뿌려주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왕성하게 자라던 고추의 잎들이 진딧물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떨어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고추는 몰락을 했지만 고추 옆에 심은 상추는 생생했다. 상추는 자체에 쓴맛을 내는 독성이 있어서 진딧물이 공격을 못했던 것이다.



진딧물 하나도 못 이기는 고추가 측은하여 안락사(뽑아버리려고) 시키려고 하다가, 며칠을 더 두고 관찰을 했더니 줄기에서 다시 잎을 내었다. 그런데 새 잎에 또 진디물이 붙었다. 다시 살려는 고추와 고추 잎을 먹으려는 진딧물의 집착에 감동했다. 고추를 위해서 진딧물을 손으로 제거하는 봉사를 하려고 하다가, 두 생명체의 경기에 끼어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그대로 두고 보았더니, 어느 날, 무당벌레가 날아와 진딧물을 먹어 치웠고 고추는 다시 살아나 고추를 생산했다. 진딧물로부터 자유로웠던 상추는 독이 올라 더 이상의 식용 가치를 잃고 줄기 대공을 높게 뻗어 올려 꽃을 피울 준비를 했다.



고추와 상추의 성장 과정은 집착에 대한 철학적 생각을 갖게 했다. 진딧물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고추가 다시 잎을 뽑아서 다시 살려고 하듯, 집착(執着)은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본성이며, 새로운 잎을 피운 고추가 살아남기 위해 무당벌레를 불러서 진딧물을 퇴치하듯, 생명체는 종족 보존에 집착한다. 생명 프로그램을 따르는 인간 또한 생존을 위해 저마다 방법과 대상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집착은 어떤 대상을 소유하고 지배하려고 애를 쓰는 행위, 손해를 보는 것이 두려워 방어하고 공격하는 행위, 이미 아닌 것에 대한 미련, 특정한 일과 생각에 잡히는 현상 등 집착은 경쟁과 욕심이 만든 현대인의 병이다. 생활을 위한 집착, 잃음보다 생산이 큰 집착은 아름다운 집착이다.



집착은 대상에 따라 물리집착과 정신집착으로 구분된다. 사람과 외모, 돈과 건강, 도구와 물질 등에 대한 집착은 물리적 집착이며, 일의 성공과 지배, 명예와 권력, 존경과 사랑 등에 대한 집착은 정신적 집착이다. 우리는 자기가 보려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집착의 속물이다. 집착은 아이를 등에 업고 아이를 찾는 격으로 한 가지 일만 보는 외눈박이다.



집착은 발생 요인에 따라 내면집착과 외부집착으로 구분된다. 고추가 자기 생명에 집착하듯, 우리는 자기 이익을 위해 자리와 보수 집착, 조기성과 달성, 올인 투자, 편 가르기와 흑백논리, 자기만 옳다고 믿는 독선, 스토커와 짝사랑 등은 한 가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기 집착이다.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잃는다는 자기 각성이 없으면 누구도 대신 풀 수 없는 집착이다.



고추가 진딧물의 공격을 이기려고 집착하듯, 상대와 환경이 주는 고통을 이기려고 집착한다. 상대의 기분 나쁜 말과 무시하는 발언이 마음에 걸리는 행위, 상대의 오해와 의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오해를 풀려고 안달하고, 아픈 기억과 배신을 잊으려고 하면서도 잊지 못해 자기에게 실망하며, 상대가 주는 혐오감에 대한 고민 등은 외부 원인으로 생기는 집착이다. 집착을 제공한 원인은 외부에 있지만 결국은 자기가 말려서 만든 집착이다. 독한 마음으로 아닌 것은 끊고, 부당한 것은 무시하면 끝날 일이지만, 해결을 하려고 집착하다가 더 큰 고통을 만든다. 상대가 주는 고통에 말려서 집착하는 것은 거머리가 피를 빨고 있는데, 떼어내지 못하고 지켜보는 꼴이다.



내가 만든 집착을 버려라. 집착은 고난과 함께 불행과 고통을 부른다. 집착이 병적인 단계로 발전하면 일중독과 강박증에 시달린다. 나를 지키려고 하다가 나를 상하게 하고, 돈을 벌려다가 이미 가진 것을 잃고, 우리 편을 챙기다가 모두를 잃는다. 집착은 소인을 만들고, 사람을 잃고,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지금 집착하는 것이 죽은 뒤에도 유효한 일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리자.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내가 먼저 죽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려놓자.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나의 것이라 하더라도, 나를 떠나 있는 것과 나를 흔쾌히 따라오지 않는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어린아이가 어느 순간에 장난감을 버리듯, 나를 유치하게 묶고 지배하는 것,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라면 모두 버리자.



상대로 인해 생기는 집착을 무시하라. 내가 만든 집착과 싸우는 것도 벅차다. 내가 만든 집착이 아니라면 내려놓자. 성인군자(聖人君子)가 아닌 이상 집착을 버리는 것은 어렵다. 고추는 진딧물을 잡는 손이 없어서 자신의 향기로 무당벌레를 불러서 적을 퇴치하듯, 내게 벅찬 것은 큰 힘에 의존하자. 다만 상대가 나를 쉽게 보지 않도록 지독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그래도 상대가 우스운 행동을 한다면 아량으로 흡수하고, 흡수를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표현하고 거리를 두어라. 나에게 고통과 집착을 제공하는 인간 진딧물이라면 아예 상종하지 마라.



집착이여! 당신은 거미줄에 붙들린 바람이며, 조롱박 속의 먹이에 잡혀서 죽는 원숭이입니다. 그동안 집착에 잡혀서 무리를 했고, 화를 내면서 악취를 풍겼습니다. 이제 욕심의 잔을 비워서 평온을 초대하리라. 향기를 마시고 내 쉬지 못하면 향기는 두 번 이상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우쳐서 꼭 잡고 싶으면 가볍게 놓아주겠습니다. 나의 가치는 내가 찾아서 세워야 하는 영역임을 깨우쳐서,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타인이 주는 고통에도 집착하지 않고 대범하리라. 독을 뿜는 집착의 세포를 동정과 아량, 연민과 포용으로 치유하여 매력이 향기를 피우리라. 꽃이 꽃으로 기억되는 위해서 향기를 피우듯, 인간으로 남기 위해 집착을 버리고 인간 향기를 피우리라.



포용이여! 당신은 해코지도 용서하는 정신의 여백이며, 나와 너를 연결하는 관심의 끈입니다. 포용은 상대의 눈으로 나를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임을 알면서도 포용력 부족으로 작은 인간으로 추락했고, 이익을 위해 고집과 집착을 부렸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이해하고 보듬지 않으면 내가 설 공간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 내게 벅찬 것을 놓아주게 하소서! 밤늦게 술이 취해서 전화를 건 얄미운 친구에게도 관심을 가지리라. 마음의 공간 크게 넓혀서 행복의 친구들(건강, 자랑, 보람, 즐거움)을 초대하리다. 하늘이 하늘이기 위해서 무한 공간을 열어두듯, 폭 넓은 인간으로 남기 위해 해코지하는 원수도 사랑을 하리다.



버림이여! 당신은 불필요한 것을 받아주는 휴지통이며, 위기에 처하여 꼬리를 자르고 도망을 치는 도마뱀입니다. 그동안 능력에 비해 너무도 많은 것을 바라고 소유하고자 하면서 삶의 공간은 좁아졌고 지저분해 졌습니다. 이제 육체가 필요로 하는 최소의 에너지만 빼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리라. 궁궐 지기에게 궁궐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돌볼 대상인 것처럼 말이다. 상대가 제공하는 고통과 고민들, 불만의 개구리 떼, 밟으면 독을 쏘는 자존심의 뱀, 동족의 의리를 잡아먹는 배신의 사마귀가 마음속을 배회한다면 무조건 버리리라. 나약한 의지로 버릴 수 없다면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하는 단호한 독성을 주입하리다. 그 독성으로 좀비들이 접근을 막고 나의 성(城)을 지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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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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