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행복한 사람은 없다.

입력 2011-02-09 15:03 수정 2011-09-16 04:23






















행복진화 2. -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전역 후, 3개월을 멍하게 지내다가 새로운 일을 했다. 놀다가 일을 하니 일 자체는 즐거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일은 두렵지 않았지만, 인생길을 바꾼 자체가 매우 어색하고 불편했다.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법과 주변 인물은 실체를 알 수 없었고,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재기의 의욕이 사라져갈 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나의 군 생활을 성원하고 멘토 역할을 했던 형님이 보내준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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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에게!



20년 군 생활 고생 많았다. 아우의 예기치 않은 전역에 형도 많이 아프다. 상실감에 빠진 아우에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불행은 인생의 약이란다. 지난 아쉬움을 잠시 돌아보고 마음을 펴라. 구겨진 마음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우울함과 고통을 잊으려고 하지 말고 실패는 실패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아픈 과거를 버려라. 행복은 불행을 이긴 상태다. 무사가 칼이 부러지면 한 발 앞으로 나가 싸우면 된다. 아우에게는 열정이 있기에 다시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 형이 60년 초에 군복무시절, 힘들어 하던 나에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하여 아우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다.



밝은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봐라. 50년 전에 면회 오신 아버지가 나의 손을 잡으시면서 ‘너만 군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다 마음이다. 세상을 밝게 보라. 추워서 추운 게 아니다. 춥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라고 하시면서 밝은 마음으로 참아주길 당부를 했단다. 그 때부터 형은 모든 행동은 마음에 달려 있고 밝은 마음으로 임하면 고통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45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밝고 선한 마음으로 행동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신조로 삼았단다. 숫자 1 앞에 ‘0’가 있듯, 먼저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기듯, 마음이 밝으면 행복한 일이 생겼고, 문제는 기회가 되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행복을 만드는 재료는 성공과 기쁨이 아니라 불행과 고통이다. 행복은 기쁨과 희열로 만드는 비단 옷이 아니다. 슬픔과 고통을 원단으로 삼고, 밝고 유쾌한 가위로 재단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삼베옷이란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겨라. 아버지는 수시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되, 나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운명으로 받아들여서 즐겨라. 이미 아닌 것을 잡고 미련을 떠는 짓은 우둔한 일이다.’라고 하셨다. 기대와 반대로 가는 일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은 큰 힘이 되었단다. 불행은 큰 행복을 주려는 전조 현상이다. 행복은 마음에 있지만, 행복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불완전한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고, 운이 나쁘면 억울한 불행도 겪는다. 중요한 것은 이미 다가온 불행을 즐길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을 갖는 것이다. 불행은 악마의 발톱처럼 떼어내려고 하면 더 달라붙는다. 불행을 이기려고 몸부림치면 불행은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처럼 행복의 길을 더 추하게 하고, 불행을 모면하려고 하면 또 다른 불행을 초대하여 남아 있는 여유와 평화의 공간마저 덮어버린다. 불행은 징징거린다고 물러가지 않는다. 불행을 수용하되 단호하게 대처하면 불행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행복한 일부터 먼저 해라.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아우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다. 세상은 새로운 일자리를 주는데 인색하단다. 이미 구축된 틀을 깨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우에게 필요한 것은 오기도 도전도 아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부터 해라. 인간이 보내는 24시간은 모두 일이다. 잠자는 것도 일이다. 일은 물질과 정신이 만나고 교류하는 시공(時空)이며, 일은 영혼을 느끼는 감각이며,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 일이 즐겁지 못하면 행복은 없다.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일이 즐거워야 한다. 일이 즐거우려면 밝은 마음으로 일을 찾고, 일로써 마음을 즐겁게 해야 한다. 우리는 마음의 선택을 놓고 수시로 갈등한다. 선택 이후에 고민하지 않도록 어떤 일이 우선적이고 행복할 것인가를 따져서 선택하면 실패가 적을 것이다.



밥벌이와 행복이 충돌한다면 돈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기쁘게 하는 일을 먼저생각하고, 놀이를 하듯 일을 해야 한다. 때로는 싫은 일도 즐겁게 해야 한다. 말이 길었다. 새로운 세상에 던져진 아우가 잘 적응하겠지만, 다시 어둠을 느끼더라도 밝은 마음으로 희망의 공간을 찾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남보란 듯이 일어서길 바란다. - 너를 아끼는 형이 -



아주 어렵던 시절의 형님 편지는 큰 위로가 되었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회인으로 지켜본 인간 세상은 깊고 묘했다. 마음이 몸을 끌고 가는데,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서 하나도 없었고, 아닌 자에게 돈은 가지만 행복은 따르지 않는 등가(等價)성도 있고, 하나가 지나치면 둘이 부족했다. 주인 된 자는 행복을 만들고, 끌려가는 자는 스스로 만든 불행으로 힘겨워 했다.

환희(歡喜)여! 당신은 시원하게 탁 튀인 하늘이며, 마냥 기분 좋게 하는 꽃향기입니다. 세상은 이미 아름다운 환희의 공간임을 알면서도 마음 1도를 바꾸지 못해 흔들리고 괴로워하였습니다. 행복은 이미 행복해서 기쁨을 느끼는 자동사(自動詞)가 아니라, 행복은 악조건을 이겨서 남까지 기쁘게 하는 타동사(他動詞)임을 알게 하소서!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밝고 건강한 심신이 만드는 것임을 알고 이왕이면 즐겁게 살게 하소서! 좋은 환경이 주는 행복의 선물이 없더라도,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정신으로 감사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기쁨을 찾는 자아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서 행복이 나를 찾아오게 하자. 매사에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여 고통도 기쁨의 환희로 탈바꿈하게 하자.



밝음이여! 당신은 걸림 없는 바람이며 스스로 열과 빛을 내는 태양입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밝은 무대를 허락하셨지만, 제 마음이 부실하여 깜박이는 전등처럼 밝고 어둠을 반복했습니다. 행복은 기준도 절대 성역도 없는 무계급의 존재임을 모르고 나만 불행하다고 궁상을 떨었습니다. 행복은 좋은 여건과 행운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밝고 고른 마음으로 만드는 것임을 알게 하시고, 꿈과 희망의 끈으로 우주에 떠도는 행복의 기운을 잡게 하소서! 밝은 자아여, 태양 닮은 밝은 빛을 품자. 밝은 빛으로 밝은 생각을 하고 밝은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뜨거운 행동을 하자.



깨우침이여! 당신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기적이며, 고통을 기쁨으로 다듬는 조각입니다. 마음 하나 밝게 잡으면 세상이 편하다는 것을 모르고 마음 어두운 무대에서 고독하고 억울하게 살았습니다. 자아를 알고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것이 행복을 만드는 기본 공식임을 모르고, 나만 불행하다고 불평하였습니다. 행복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임을 알게 하시어, 나를 알고 나를 응원하면서 고난의 장벽을 웃음으로 돌파하게 하소서! 요행과 행운으로 만드는 행복은 일시적 쾌감에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준비와 노동으로 나의 행복을 창조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위대한 일에 동참하게 하소서! 깨우침을 얻고 싶은 자아여, 밝고 강한 마음으로 행복을 창조하고, 내 본성만큼의 행복을 담자. 아직도 불행하다면 생각을 바꾸고, 이미 행복하다면 행복을 나누어서 즐거움을 확대하자.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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