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사냥꾼 - 경계심

입력 2010-12-28 14:56 수정 2010-12-28 14:56
어느 겨울,
지혜로운 현자(賢者)로 통하는 여우가 사냥을 나갔지. 능선을 오르다가 고기와 마른 풀잎 냄새를 맡았어. 냄새를 따라 조심스럽게 다가갔더니 소나무 잔가지가 엉기성기 걸쳐있고, 그 중앙에 육포 말린 것이 꽂혀 있었다. 지혜로운 여우(어느 정도로 지혜로운가 하면.. 기상을 읽을 수 있어 눈과 비를 피할 수 있었고, 사냥꾼들의 속셈을 알고 인간들의 계략에 속지 않았고, 20년을 살았지만 윤기 나는 모피 털을 유지할 수 있었지.)는  본능적으로 사냥꾼이 파둔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여우는 사냥꾼이 판 함정에 사냥꾼을 빠트려야겠다는 즐거운 생각을 했지.




여우의 <사냥꾼을 함정에 빠트리는> 계략은 허허실실 전법이었어. 겉으로 보면 여우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연출해서 흥분한 사냥꾼이 다가오면 사냥꾼이 빠지게 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사냥꾼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설계대로 함정 주변을 꾸몄지. 여우가 함정에 빠져 처절하게 몸놀림을 치느라 부유물이 흩날린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자기 털을 뽑아서 함정 주위에 뿌리고, 생명체는 최후에 오줌을 싼다는 과학에 기초하여 오줌을 여기저기 방사하여 냄새를 풍겼고, 함정의 지붕을 위장했던 2개의 기둥 중에 하나를 빼내어, 함정 근처에 사냥꾼이 접근만하면 자동으로 함정에 빠지도록 역학적인 공사를 했지.




다음날, 눈이 펑펑 왔고, 여우는 함정이 궁금했지.  범죄자가 범행 장소가 궁금하여 다시 그 자리로 가보듯, 여우는 사냥꾼을 빠트리기 위해 음모를 꾸민 함정 자리로 갔지.  아,~~  기대한 대로 인간 발자국이 함정 쪽으로 이어졌고, 함정 근처에 당도하니, 함정 주위에 손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는 거야.  손자국의 방향을 살피니 손가락의 끝이 함정 바깥쪽을 향하고 있는지라  여우는 쾌재를 불렀지. 

‘손가락의 방향이 함정 밖을 향한다는 것은 필시 사냥꾼이 빠졌다가 기어 나오려고 몸부림 친 흔적이다. 내가, 사냥꾼을 이겼다. 어디 사냥꾼의 모습을 보자.’




여우는 순간적으로 인간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확신하고, 함정에 빠진 인간의 추한 꼴을 빨리 보고 싶어 함정에 접근했어.  아 - 뿔 - 사, 이게 웬일 ! 여우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거야.




그렇게 꾀가 많던 여우가 함정에 빠져버렸어. 고통을 주려다 자기가 고통을 뒤집어 쓴 꼴이 된 셈이지.  중심을 잃고 함정 바닥에 나자빠진 여우는 한 참 뒤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간의 손가락 방향이 찍혔던 흔적도 함께 무너진 것을 보았어.  손가락 흔적이 함정의 외벽 상단에 찍힌 것이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지.




여우는 자신이 추락한 이유를 분석하고 불행이 발생한 순서를 정리했어.

<사냥꾼이 함정 확인 차 왔겠지. -> 함정 주변의 혼란 상황을 봐서 여우가 걸려든 줄 알았는데 여우가 없자.  -> 사냥꾼은 여우의 소행을 분석하고, 여우를 잡을 연구를 했겠지. -> 마침 눈이 내리자, 사냥꾼은 함정의 지붕 위에 작대기로 인간 손가락 흔적을 그려서 함정의 외곽  선을 위장했겠지. -> 여우인 난, 손가락 흔적이 함정의 지붕위에 그려진 것을 모르고 접근하다가 빠진 거야.>




분석을 끝낸 여우는 사냥꾼이 와서 죽이기 전에 스스로 벽에 부딪혀 자신의 생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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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성공이냐! 실패냐!

이는 인간들의  생존 화두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불완전한 인간 세상에는 속고 속이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이윤을 위한 속임수, 좋은 의자에 앉기 위한 승진 위장술,  일단 사랑을 얻기 위한 사탕발림, 모면을 위한 둘러치기 등 생존을 위해 속이는 것은 선과 악을 초월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 안에는 내가 아닌 것도 있다. 눈으로  확실하게 믿기 전에는 일단 경계해야 한다. 불확실 시대에서 일단 경계했다가 믿음으로 가는 것은 흠이 아니다. 일을 도모하기 전에 무조건 경계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한다.

경쟁과 이윤이 있는 곳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경계(警戒)는 불확실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함정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살피고 지키는 활동이다. 성장과 승리는 반드시 아픔과 고난을 요구한다. 중력에 거역하며 지상으로 나간 나무의 줄기는 바람과 싸우고 먼저 자리 잡은 큰 나무와 다투면서 이겨야 산다. 자만과 욕심을 경계하지 않으면 싹도 피기 전에 죽기도 한다. 세상의 이치는 욕심이 지나치면 원점으로 가고, 힘이 든다고 멈추면 퇴보하고,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 가진 것을 잃고, 승리했다고 만용을 부리면 응징 당한다. 어려울수록 자존심보다 여유와 웃음을 챙기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차분하게 대응하여 실수를 줄이고, 말보다 행동을 사랑해야 한다.




행복을 위해 경계해야 할  3대 요소   

내가 나를 경계해야 한다. 남이 보는 나의 가치보다 내가 보는 내가 존경스러워야 한다. 나의 라이벌은 나이기 때문이다.  두뇌가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눈으로 직접 보고, 손과 발로 확인하기 전에는 일단 의심하라. 확인 한 뒤에 결심해도 늦지 않다. 정글 세상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은 ‘나’ 밖에 없다.
조건이 좋을수록 경계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나의 주변에는 나를 돕는 천사보다 나를 뜯어먹으려는 악마가 우글거린다. 시장은 큰 글씨로 유혹하고 작은 글씨를 방어한다. 조건이 좋다는 것은 나를 유혹하는 포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의 소유를 경계해야 한다.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무리한 소유는 생명을 단축시키고,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은 영혼을 추하게 만들고, 작은 것을 버리지 못하는 욕심은 성장을 방해하고 아픔만 준다. 상처 많은 가지에 열매가 열린다. 진정한 소유자는 정당한 노력과 따뜻한 영혼으로 마음을 소유한다.




경계심으로 자기행복 확대 법 <우화 법률 103조 9항>

1. 먼저 생존 후에 번창을 모색하라. 일단 산 뒤에 뻗어나가는 바둑처럼..

2. 여유와 웃음은 서비스가 아니라 험한 세상을 이기는 방어수단이다.

3. 일단 진정한 자기를 찾고, 내가 보는 내가 참모습이 아니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거짓으로 인한 고통과 혼란은 모두의 짐으로 발전한다.

4. 생존이 버거운 자에게 자유는 사치다. 생존 이후에 자유를 구하라.

5. 평생의 동지인 동반자와 다투는 것은 자기 밥통을 차는 짓이다.
박필규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1984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88년 '국방일보' 호국문예 수필 분야 당선, 2004년 중령으로 예편, 월간『시 사랑』을 통해서 등단, 2004년부터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인문학과 군사학을 접목한 새로운 집필 영역 개척, 2014년 '군인을 위한 행복 이야기', 2013년 '버리면 행복한 것들' , 2012년 '군인을 위한 경제 이야기', 2009년 '경제형 인간' , 2008년 '행동언어' , 2004년 '마주보기 사랑' 출판. 현재 파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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