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서관과 시간은행, 당신이 곧 책이다

입력 2011-05-24 05:10 수정 2011-05-25 09:15
사람 도서관은 리빙 라이브러리, 휴먼 라이브러리라 불리는데, 도서관은 도서관이되 책이 아닌 '사람'을 빌려줍니다. 단순한 사람의 노동력을 빌려주는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간형의 모델들을 자원봉사 형식으로 선출하여 그들의 살아온 경험이자 전문성을 그들을 빌린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희귀한 일이나 생생한 경험들을 활자가 아닌 눈앞에 존재하는 사람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중계자이면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 됩니다.
가령, PD가 되고싶어 하는 학생이 사람도서관에 대출을 의뢰하면, 자원봉사로 사람책으로 신청한 PD를 만나 일정시간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이런 실용적 대출 외에도, 특정 종교나 성적 정체성, 인종 등 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편견에 갇히지 않기 위해 관련 사람책을 대출받기도 하지요. 책에서 지식을 얻듯, 사람책을 통해서도 지식과 경험, 조언을 얻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흔히 '내가 살았던 얘길 책으로 쓰면 몇 권은 나오겠다'는 식의 얘길 하는거니까, 앞으로 사람도서관의 사람책이 되어보는 것도 많이 관심가져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사람도서관은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 창안한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여 유용한 정보와 긍정적인 격려를 나누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있지만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 받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자 합니다. 최근에 했던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준비되었던 사람책 제목으로는, 동성애자, 싱글맘, 혼혈인, 남자 간호사 등이었지요.
사람도서관은 사회에 대한 반작용 같은 것입니다. 사회가 각박하지 않고 사람간의 유대가 원만하다면 굳이 이런 사람도서관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러니 이런 트렌드가 확산된다는 것은 그만큼 결핍이 크다는 의미겠지요. 더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사람과 공유하고 유대감을 가지는 트렌드는 계속 생겨날 것입니다.

사람도서관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계속적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명동성당, 성균관대 도서관, 경북대 도서관, 고려대 도서관 등에서 사람도서관을 했거나 또 하고 있지요. 앞으로 시도하려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올해 사람도서관을 시도하는 것이 유행이 될 듯 합니다. 아직은 초창기라서 명사 위주나 이벤트 차원으로 접근한 경우가 많지만, 향후 정보공유이자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확대되면 더욱 활성화될 소지가 높습니다. 특히나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된 우리나라로선 사람도서관 활성화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사람도서관이란게 소셜네트워크 시대와 잘 어울립니다. 사람들과의 사회적 연결이란 의미에선 소셜네트워크를 가상공간에서 현실공간으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되겠지요. 소셜네트워크에서 짧게 주고받는 단편적인 메시지라면, 사람도서관에선 보다 깊고 길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계도 쌓는 것이지요. 소셜네트워크에선 낯선 누구에게도 서로 쉽게 묻고 또 조언도 해주고 정보를 나누고 있거든요. 이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사람도서관을 매개로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의 경험과 인생을 전해듣는다는 것에 더 쉽게 관심가질 수 있겠지요. 반대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나눠주고자 스스로 사람책이 되려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수 있겠습니다. 소셜네트워크에서의 공유와 연결의 경험이 현실 공간에도 적용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사람책이 되어줄 사람을 찾는 데에도 소셜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특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사람도서관에 대한 게 나온다면 보다 더 쉽고, 광범위하게 사람책이 되기도 하고, 사람책을 빌려보기도 할 겁니다.

사람도서관은 은퇴자들이나 노년층들의 사회적 활동 차원으로도 적용가능합니다. 노년층에게는 자신이 가진 경험과 전문성도 나누면서 사회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노년층의 경험과 전문성이자 인생의 이야기를 들을 젊은층에게는 좋은 멘토를 얻는 셈이지요. 물론 이것이 직접적인 비즈니스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공공사업으로는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노년층들의 물리적 노동력보다 중요한게 그들의 경험과 전문성일 겁니다. 방치하면 소멸될 이런 생생한 이야기는 사람책을 통해 공유하고 전수함으로써 되살아나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아주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경험을 나눈다는 것이 보편화되면 그 속에서 고급 경험이나 특별한 전문성에 대해서는 경험대여 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진화할 소지도 높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트렌드에서도 사업기회의 단서나 아이디어를 찾기도 하겠지요.

사람도서관과 비슷한 맥락인듯 한데, 시간은행이라는 것도 있지요. 책이 아닌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사람도서관이라면, 시간은행은 돈이 아니라 봉사활동시간이나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환산해주는 은행입니다. 자신이 봉사한 시간이 저축되는 셈인데,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시간을 도움받을 수 있지요. 헌혈을 하면 나중에 자신이 받은 헌혈증으로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수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도 되겠네요.

포틀랜드 시간은행이 시초인데, 영국이 가장 활성화되어있고 전세계 수십개국에서 시간은행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람도서관보다 좀더 광범위한 것으로, 사실 우리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두레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같은 상호부조이니까요. 시간은행도 사람들 간의 유대관계이자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점점 우리가 각박해지고 치열한 경쟁구도에만 매몰되는데 이제는 사람도서관이나 시간은행에도 관심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직접적인 비즈니스 트렌드는 아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상당히 의미를 가지는 트렌드이고, 이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로서의 삶을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한 사람도서관과 시간은행은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기보다, 트렌드가 꼭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더 큰데요, 충분히 그렇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KBS 1R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수요일 코너 '트렌드 탐구생활'을 제가 하는데,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을 재정리 해서 올립니다 ^^

'칼럼가입'을 눌러 회원이 되시면, 제 트렌드 칼럼을 이메일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향후 회원들과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가상통화의 미래, 어떻게 생각하세요?

  • 현대판 튤립 투기이며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 702명 59%
  •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아 은행 대체할 것 483명 41%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