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과 맨발걷기, 그리고 베어풋화

입력 2011-05-17 11:56 수정 2011-05-17 23:37
원래 신발이면 모두 걷는 것은 기본이었지요. 그런데 걷기 열풍와 올레길 열풍이 거세지면서 국내 한 스포츠브랜드에서 워킹화를 내놓기 시작한 이래 워킹화는 웬만한 스포츠브랜드에서는 다 나오는 신발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급성장한 기능성 신발 시장의 일등공신은 워킹화입니다. 2030 여성시장 공략이 성공하면서 일종의 생활 필수품처럼 되버리는 중입니다. 요즘 가장 몸매 좋다는 여자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워킹화 CF 모델로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뜨거운 시장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걷기 열풍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좀 더 색다른 걷기나, 걷는 것에서 뛰는 것으로도 변화하는 셈인데, 이에 대한 관련 상품이나 비즈니스가 새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걷기에서 파생한 트레킹이 있는데, 트레킹은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과 들, 바다로 떠나는 사색여행을 일컫습니다. 산을 오르는 등반과 걷기 여행인 하이킹의 중간형태가 바로 트레킹인데요. 올레길이나 둘레길 처럼 가벼운 걷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좀 더 험하거나 모험적인 트레킹, 역사유적지나 섬여행 등 테마를 가진 트레킹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가벼운 산책의 수준을 넘어선 걷기와 아웃도어의 본격적 결합이 되지요.

이렇게 걷기 열풍이 아웃도어와 만나면서 다양한 레포츠로 이어지는데, 그중 유행의 조짐이 있는 것이 길이나 오솔길에서 뛰는 것을 말하는 트레일 러닝입니다. 포장된 길은 아니지만 걷거나 뛰기 편안한 길을 자연과 깨끗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걷기나 트레킹 연장선상에서 관심가지는 이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렇듯 새로운 관심사는 곧 새로운 상품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낳게 되는 것이기에 관심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발을 하나의 보조 운동 기구로 인식하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특정 기능을 강조한 기능성 신발이 수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요. 덕분에 국내의 기능성 운동화 시장이 2007년에 1000억원이던 것이 2009년에 3000억원으로, 그리고 지난해에 6000억원대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1조원대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수혜자가 바로 워킹화나 다이어트화 였었지요. 이런 기능성 신발은 신발 바닥에 쿠션 등을 넣는 방식으로 발이 균형을 잡기 어렵게 해 발의 잔 근육을 더욱 많이 사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기능성 신발을 일컬어 신체의 균형을 잘 맞춰준다는 뜻으로 토닝화라고 하는데, 발을 적당히 불편하게 해서 근육사용을 유도해 운동효과나 다이어트 등 여러 기능적인 효과를 얻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기능성 신발에서 탈 기능성과 함께, 오히려 맨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발 시장에서 맨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할 정도지요.

물론 맨발로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아진다면 신발없이 다녀도 나쁘진 않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론 맨발로 다니긴 쉽지 않겠지요. 신발시장에선 가장 두려워하는게 사람들이 신발 안 신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관심이 되고 있는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이라는 의미인 베어풋화는 발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편안함을 최대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맨발이 좋다는 것을 경험하고 찬양하는 이들이 그동안 많았으나, 신발시장에서는 맨발이 관심밖이었지요. 그런데 하버드대 교수팀의 연구를 비롯 여러 연구결과에서 맨발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감소하고, 종아리와 발 근육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맨발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신발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에선 지난해 베어풋화에 대한 열풍이 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열풍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개최되는 맨발 축제도 최근들어 더 늘어나고 있는데요, 대전 계족산에는 길이 14.5Km의 황토 맨발길이 조성돼있고, 맨발축제도 열립니다. 울산 봉대산에는 9Km 가량의 맨발 등산로가 있고, 문경새재에서도 맨발 걷기대회가 매년 열리기도 하고, 과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과 순창 강천산에도 맨발로 걸을 흙길이 있지요. 맨발 축제나 맨발길은 전국의 지자체마다 새롭게 관심가지는 테마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둘레길이나 자전거 길에 가졌던 관심처럼 말이죠.
늘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차를 타고 다니기만 하던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아름다운 길을 사색하며 걷는다는 것은 일상에서 채우지 못하는 결핍에 대한 반작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스팔트와 시멘트 환경에만 살기에 흙길을 만날 일이 점점 희박해지고, 맨발로 걸을 일도 점점 희박해지다보니 이런 결핍에서 새로운 욕구가 나오는 셈입니다. 걷는 결핍을 채운 사람이 맨발에 대한 새로운 결핍에 관심가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맨발 자체에 대한 관심도 걷기 열풍의 새로운 파생효과가 되며, 앞서 말한 베어풋화에 대한 트렌드도 이끌고 있지요. 앞으로 전국에서 맨발 걷기 할 장소도 더욱더 크게 늘어날 것이며, 베어풋 제품도 속속 출시되면서 시장을 키워갈 것입니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KBS 1R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수요일 코너 '트렌드 탐구생활'을 제가 하는데, 방송에서 다뤘던 내용을 재정리 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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