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빼고 인생을 논하는 것은 abc를 모르고 영어를 말하는 것과 같다.
술은 인간의 몸과 정서, 후손의 유전자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술은 인류 노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기원전 5,000 년경, 맥주를 만드는 기록을 남긴 메소포타미아의 비석, ‘고구려인은 멥쌀로 술을 빚었다.’는 <고구려 전>, 영조 임금은 ‘전국에 금주령을 내렸고, 철종은 막걸리를 좋아했다.’는 조선조 실록, 정철의 술을 권하는 시조인 장진주사가 있다. 일설에 의하면 술은 최초 원숭이가 원시림의 산딸기나 산포도가 자연 발효된 액체를 마시고 흥겹게 노는 꼴을 보고 인간도 따라서 마신 것이 술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믿음 지수는 높지 않다. 노동요와 시조 속에도 술 관련 내용이 많고, 혁명의 현장에도 술이 있었다. 술은 인류에게 약일까? 아니면 독일까? 정확한 규명도 없이, 지금도 인간은 술을 마신다.

주세법(법률 제60호 제 2조)상의 술은 알코올 성분 1도 이상의 음료(약사법에서는 알코올 성분 6도 미만은 제외)라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성분을 함유한 음료를 술이라고 하는데, 술은 제조과정에 따라 전분을 발효시켜 술을 빚는 양조주(釀造酒), 발효시킨 술을 증류기로 증류하는 증류주(蒸溜酒), 과일. 향료. 약초 따위를 첨가한 혼성주인 재제주(再製酒)로 분류된다. 술의 종류는 달라도, 술은 불기운을 품은 액체로, 일단 액체 상태로 몸에 침투하여 뜨거운 환희와 즐거움을 준 뒤에 정신의 줄과 이성의 끈을 끊고 긴 고통과 혼란을 준다. 술을 다스리지 못하면 술로 인한 인생 위기가 온다. 술은 어떤 속성이 있기에 행복을 깨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술은 친구가 아니라 악마다.

술 예찬론자들은 술은 인생의 친구, 피곤한 심신을 달래는 액체, 용기를 주고 어색한 기운을 제거하는 윤활유, 인간 갈등을 풀어주는 외교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마취제, 대화를 부드럽게 조성하는 무색∙ 유색의 물방울, 세상을 부드럽게 하고 활기를 주는 약이다. 술이 있기에 살맛이 나며, 술이 없는 세상은 꽃이 없는 정원이다. 석잔 술까지는 술은 인간의 친구일 수가 있다. 그러나 술이 개인 주량을 초과하면 술은 악마로 변한다. 지나친 술은 비만증. 간질환. 위장병. 시력 저하 등 육체를 병들게 하고, 술은 영적인 인간을 동물로 변모시키는 위험물질이며, 말실수와 참았던 비밀을 터트려 대인관계를 깨트리는 시한폭탄, 혈관을 확장하여 집중력과 업무수행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감정의 급변과 정서의 장애를 일으켜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술에 취한 자리는 성범죄를 일으키고, 음주 후에 운전까지 한다면 전혀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이다.

2) 술은 스트레스 치유제가 아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양하다. 축하와 단합이라는 목적을 띤 술자리도 있지만, 대다수의 술은 목적이 없는 습관성 음주다. 술을 즐기는 애주, 습관적으로 매일 마시는 중독,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폭음,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속주 등 음주에 목적이 없으면 술잔이 거듭되면 자기기분에 취하여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운 인간을 험담하고, 술기운이 끌어올린 서러움과 분노에 취하여 싸움을 하고, 크게 취하면 소변기에 절까지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마신 술에 취하면 영혼의 다락방에 악마가 침투하여 심신을 망가뜨리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목적 없는 술은 스트레스 치유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강화제로 작용한다.
3) 술은 몸과 정신을 분리하여 인간의 개체성을 파괴한다.

술은 목을 축이면서 피로를 풀고, 기분이 좋아질 때 까지는 몸과 정신을 이롭게 하지만, 술이 거듭되면 술은 몸과 정신을 분리한다. 술을 권하는 한국의 집단 음주 문화는 몸과 정신을 빠른 속도로 분리한다. 잔 돌리기는 개인보다 조직, 인간보다 생산을 앞세우고, 함께 고난을 이겨 가려는 동반의식을 앞세워 개인의 의지를 묵살하고, 폭탄주는 빨리 취하여 쌓인 스트레스를 빨리 풀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음주 방식이지만, 술을 통해 정을 나누고 동지가 되는 장점보다. 집단 최면에 빠져 함께 망가지고 쑥스러운 죄를 범하게 한다. 집단의 권위와 분위기로 술을 권해도 내가 절제하면 된다. 강제로 술을 먹이는 사람은 없다. 음주 집단이 망가지는 쪽으로 가면, 기분 좋게 석 잔만 하고 일어설 수 있는 왕따가 되라. 술로 절제력을 잃고 망가지면 자기라는 개체성이 사라진다. 이제 감성 시대에 맞게 한 잔 술도 나의 의지로, 목적을 갖고 마시고, 술을 매개체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4) 술은 많은 것을 잃게 한다.

살면서 술로 인해서 많은 것을 잃는다. 체면과 인품, 돈과 사람, 향기와 고고함, 때로는 양심과 도덕까지 잃는다. 나의 의지로 마신 술이든, 조직의 일부로 마지못해 마신 술이든, 술은 어떤 형태로든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준다. 술은 잠시 동안의 기쁨을 주지만 술이 지나간 몸에는 고단함과 스트레스가 남고, 표현할 수 없는 공허감과 함께 행복을 깨는 액체다. 세상에 공짜 술은 없다. 음주에는 돈과 시간이 들고, 공짜 술을 마시더라도 술은 몸과 마음고생을 요구한다. 술에 취하면 정신과 혼이 흔들려 주어진 기회와 복을 잃는다. 술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줄이려면 절주(節酒)해야 한다.

5) 술은 낭비를 낳고 행복을 파괴한다. 

목적이 없는 습관성 음주, 석잔 이상의 술, 불필요한 과음으로 망가지는 음주, 술자리가 이어지는 2차 음주는 정서를 파괴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한다. 술과 행복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며, 지니친 술은 행복을 파괴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음주하더라도 과음 후에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은 로또 1등 당첨확률(1/840만)보다 낮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술을 끊자고 말하면, 주당들이 반기를 들고, 술 제조회사들과 술로 먹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비난할 것이고, 인간 DNA에 잠재된 술기운에 대한 기억 때문에 술이 있는 한 술을 끊을 사람도 적을 것이다. 인류와 술이 앞으로도 공존하려면 불필요한 술을 줄이자. 그리하여 술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영혼이 상처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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