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끊고 재래시장 가는게 유행이라고?

입력 2010-12-14 10:36 수정 2010-12-14 11:59
대형마트에 점점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재래시장에는 발길이 급격히 늘어간다. 편리와 효율이란 이유로 선호되던 대형마트 대신, 보다 인간적인데다 스토리까지 풍부한 재래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뜬금없는 트렌드는 아니다.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사는 트렌드의 연장선상인데다가, 친환경 소비의 일환으로 로컬푸드를 먹고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덕분에 재래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거기서 생계를 유지하던 서민들의 웃음이 많아지게 되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의 성장세는 주춤거리게 되었고, 골목상권 장악하러 들어왔던 대기업의 SSM 들도 재래시장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생각만 해도 좋지 않은가? 사실 앞의 얘기는 아직 현실은 아니다. 대형마트를 끊고 재래시장에 발길을 돌린 젊은 소비자들이 생긴건 분명하지만, 아직은 하나의 친환경 소비운동이자 사회적 소비운동의 일환이지 보편화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도 그동안 대형마트만 이용하다가 6개월 전부터 과감히 끊었다. 불편하거나 어색한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대신 재래시장을 가면서 달라진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소비가 줄었다. 상대적으로 뭔가를 덜 사게 된다. 시장에서 파는 농산물이 싼 것은 당연하고, 공산품에서도 별 차이 없다. 간혹 더 싸기도 한다. 농산물은 절반까지 싼 것도 봤다. 물론 품질이 괜찮은 물건 중에 말이다. 그동안 대형마트가 꽤 이익을 취하고 있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걸어서 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차를 타는 횟수도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차를 가져가도 요즘 재래시장 근처에 주차할 곳도 꽤 있어 그리 불편함은 별로 없다. 로컬푸드를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형마트에는 채소 중에 미국에서 온 양상추를 비롯해 다국적 채소를 쉽게 봤는데, 재래시장에선 주로 국산을 더 많이 본다. 싼건 중국산이긴 하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철에 나는 채소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을 사면서 대화도 한다. 대형마트에선 물건만 산다. 그런데 재래시장에선 인사도 자연스럽게 건네고 덤을 받기도 하고 에누리도 하기도 한다. 인간적인 면모나 삶의 이야기꺼리를 들을 기회도 많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대기업이 아닌 주변의 서민 혹은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이자 행복추구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에 맘이 편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마트 대신 재래시장가는걸 재미있고 시크한 일이라 여기는 트렌드가 생기길 유도하고 싶다. 일종의 의도된 트렌드 조작이랄까. 물건 사는게 아니라 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사는 트렌드의 일환이기에 아주 억지스런 것도 아니다. 우리 한번 트렌드 조작, 아니 좀더 점잖은 표현으로 '트렌드 유도' 한번 해보자. 이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선택하는 상상만이라도 먼저 해보자. 뭐가 불편할지, 대신 뭘 더 얻을 건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일부는 그 상상을 현실로 옮겨보자.

재래시장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전국에 크고작은 재래시장이 1200여개가 된다. 2003년에는 2100여개가 있었다고 하니, 그동안 매년 100개의 재래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직접 장사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1백만명은 되지 않을까?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재래시장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들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다. 하여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일이다. 대기업은 이미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넘칠만큼 버는 대기업에 더 이익을 만들어주기 보다, 생계가 달린 이들에게 최소한의 이익을 만들어주는데 기여하는게 더 멋지고 가치있는 소비다. 이런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세련되고 시크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페어트레이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프라이탁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탐스슈즈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이런 소비를 하는 것의 이유와 우리가 재래시장에 관심가져야하는 이유는 상당히 비슷하다. 결국 젊은층에서 재래시장에 발길을 할 충분한 시기가 된 셈이다. 그러니 조금만 부추기고 동조하면 진짜 트렌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트렌드 중에는 진짜 트렌드도 있고, 가짜 트렌드도 있다.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유도하고 조작하는 트렌드도 많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유도하고 조작하는 트렌드도 많고, 미디어를 활용해서 대대적으로 유도 공세를 펼치면 어느새 그게 트렌드인양 되어있기도 하다.

사실 트렌드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지지해주기만 한다면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다. 모두가 원한다는데 트렌드가 안될게 뭐있겠나 말이다. 트렌드를 만들어내거나 앞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을 트렌드 리더 혹은 트렌드 이노베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유명인이나 미디어 관련자들이 이들의 영향력을 가지고 트렌드를 만들고 퍼뜨리는데 앞장선다. 하지만 이젠 일반인들도 충분히 트렌드를 만들고 퍼뜨릴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참여로 한번 트렌드를 만들어보잔 거다. 이왕 유도하고 조작할 거라면 재래시장을 트렌드의 중심으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거다. 하나둘씩 모이고 모여, 자꾸 퍼뜨리고 동조하고 참여하다보면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재래시장 가는게 하나의 문화 트렌드이자 소비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주에는 대형마트 대신 집 근처의 재래시장 한번 찾아보는게 어떨까? 우선 근처에 어떤 시장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다음엔 산책삼아 한번 가보기라도 해보자. 나는 남대문시장과 영천시장엘 종종 간다. 둘다 집에서 걸어갈 정도로 가깝기 때문인데, 혹여 시장에서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하자. 그리고 재래시장 가는게 유행이 될 상상을 하면서 이 글을 여기저기 퍼뜨려보자.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유쾌한 트렌드 조작 들어간다! 우리 모두 유쾌한 트렌드 조작단이 되는거다.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www.digitalcrea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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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부터 2015년 시기에 부각될 트렌드 68여가지와 트렌드를 활용하는 전략을 담은 <트렌드 히치하이킹 : Trend Hitchhiking (김용섭 저, 김영사)>은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안겨줄 책이기에 많은 기대와 성원 바랍니다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에서 연구와 저술, 컨설팅, 강연/워크샵 등 지식정보 기반형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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