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쓰고 차트 역주행, 크레용팝이 가져온 의미

입력 2013-08-20 10:57 수정 2013-08-21 17:09


형형색색 트레이닝복에 헬멧. 누가 봐도 독특한 컨셉의 이들이 걸그룹이다. '크레용팝'
이름만으로도 독특한 이들이 최근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걸그룹과는 차별화된 컨셉으로 색다른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다가서고 있다. 6월 20일 발매한 음원 '빠빠빠'는 약 두 달이 지난 8월 15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 1위 후보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두 달이면 활동을 접어야 할 시기인데 오히려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다. 최근 앨범을 발매하는 가수들의 활동기간이 길어야 두 달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느리지만 놀라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크레용팝이 기존의 걸그룹들과 다른 점은 천편일률적인 '팬티패션'에서 벗어나 성공(?)을 이뤘다는 점이다. 그동안 걸그룹의 의상을 되짚어보면 대부분 초미니, 핫팬츠, 시스루 일색으로 항상 선정성 논란을 만들었다. 그룹 라니아는 전신에 걸친 착시 시스루 의상을 입었고, 달샤벳은 치마를 풀어헤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선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결국, 이들은 공중파에서는 의상의 변경하거나 안무를 일부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위-라니아, 아래-달샤벳>
이런 걸그룹들 사이에서 나타난 크레용팝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크레용팝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의상 컨셉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데뷔 당시에도 트레이닝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이슈를 만들지 못한 채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 크레용팝이 다시 떠오른 것은 변함없는 독특한 컨셉과 더불어 안무가 대중들의 눈에 신선한 자극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싸이가 말춤으로 세계적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통통 뛰는 크레용팝의 '5기통 엔진춤'은 새로운 광풍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무대에 서면 팬들은 노래에 맞춰 안무를 같이한다. 현장에서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나는 상황이다. 공사장 헬멧에 야광봉, 야광띠를 두른 건장한 청년들이 폴짝폴짝 뛰는 상황.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또 이 춤은 방송인 김구라, 정준하 등의 연예인이 패러디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위=크레용팝 오기통 엔진춤, 아래=음악프로그램에서 춤을 따라추는 팬들>'팝저씨'이라 불리는 크레용팝의 팬은 단순한 응원에 그치지 않는다. 한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생방송 중에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MC석 뒤에서 '오기통 엔진춤'을 추기도 했고, 크레용팝이 리허설에 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신 리허설을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크레용팝은 단순히 걸그룹을 좋아하는 삼촌팬들을 '활동하는' 삼촌팬들로 만들었다.


<신인 걸그룹 와썹>새로 데뷔한 걸그룹의 경우 대부분 선정성을 무기(?)로 등장한다. 최근 데뷔한 그룹 와썹의 경우는 파격적인 의상은 물론이고, 자극적인 안무에 '19금' 판정받은 뮤직비디오까지 선정성 논란을 달고 다닌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기자의 눈에는 그냥 한 걸그룹의 데뷔로만 보였다.

대중의 눈도 다르지 않을 거라 본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많은 그룹이 이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크레용팝의 성공은 천편일률적인 컨셉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특함으로 승부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긍정적인 사례로 볼 만 하다.


<위부터 브라운아이드걸스, 걸스데이, 씨스타, 타히티>일 년에도 수많은 가수가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비슷비슷한 컨셉의 그룹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그들이 좀 더 자극적인 의상, 안무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치자.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다. 기존 가수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아이돌 위주로 변해버린 음악 프로그램이 가요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시도, 다른 장르와의 결합 등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은 본 글의 논조와 맞지 않아 언급하지 않습니다.

주로 연예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사진에 보이지 않는 오해와 진실들...그리고 단순히 지나쳐버리기엔 조금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칼럼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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