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 !

입력 2012-05-31 09:35 수정 2012-05-31 10:07
  디미트리스 흐리스툴라스는 약사였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약국을 운영해왔다.

그는 약국을 경영하면서 35년간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냈다. 



덕분에 8년전 약국을 처분하고, 연금으로 생활해왔다.

그런데 그에게 뜻밖의 곤란이 닥쳐왔다.




 그리스정부의 긴축정책이 그의 연금을 박탈해 가버린 것.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살길이 없어진 그는 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4월4일 아침 9시, 아테네 신타그마광장 나무숲아래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다.

그는 죽기전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쳤다.



“나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다”




 그리스 정교회는 자살을 허용해주지 않는다. 

자살자에 대해선 장례도 치러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자살>을 하면서도 <타살>이라고 주장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의 유서를 보면 그가 죽음을 <타살>이라고 말한 건 

종교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울분> 때문이었다. 




<그리스 촐라코글로우(Tsolakoglou)정부는 내 삶을 좌절시켰다.

성실하게 지난 35년간 부어 온 연금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더 이상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지 않겠다.

 미래를 잃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곧 무장을 한 뒤
 그리스의 반역자(긴축정책추종관료)들을 이 신타그마 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할 것이다>




  그가 유서에서 지적한 <촐라코글로우 정부>는 제 2차 대전 중 나치가 그리스를
 점령했을 때 부역한 <친나치 정부>를 말한다. 

 이는 최근들어 독일이 지나치게 그리스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가 죽은 신타그마 광장의 ‘Syntagma’는 고대그리스어로 <약속>을 뜻한다.
현대 그리스인들은 <헌법>이란 뜻으로 쓴다. 그리스 정부가 헌법적 약속을
어겼다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그는 이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 아테네 신타그마광장, 그는 오른쪽 나무밑에서 자살했다. <사진 이치구>




             

 이 광장 바로 위는 국회의사당이다.

이 국회의사당 벽엔 한국전쟁 때 참전한 그리스병사들을

모시는 글귀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흐리스툴라스가 자살한 이후 그리스에서 28세의 실직교사,

 23세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자살신드롬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나라였는데

올 들어 자살률이 40%나 급증했다. 



그리스 긴축정책 이후 매일 40만명이 거리에서 배식을 받고,

2만명이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유로존 국가와 IMF, EU, ECB(유럽중앙은행) 등에서
그리스에 요구하는 것을 보면, <그리스정부>가 <실직자>에게 긴축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로존 언론들도 똑같이 그리스가 책임감이 없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도 “유로존을 탈퇴하지 마라”고 윽박지른다.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면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말 그럴까?




 결론을 내리기 앞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문제를

우리는 EU본드발행을 반대하는 <독일>의 편에서 보지 말고,

<그리스>의 편에서 한번이라도 살펴보자.
 

 우리도 <IMF사태> 라는 뼈아픈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한국이 <원화통화>를 쓰지 않고 <달러통화>를 썼다면

그렇게 단기간에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을까?




 그리스의 국가 빚은 올해말 GDP대비 198%에 이를 전망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그대로 남아 긴축정책을 편다면

앞으로 2020년에 가야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것이

유럽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그리스는 앞으로 8년간 혹독한 긴축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리스가 지금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스는 유로화를 쓰지 않고,

 옛날화폐인 <드라크마>를 다시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정부는 일단 드라크마를 찍어 급박한 곳부터 막게 되고  

이로 인해 그리스통화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통화가치의 하락은 그리스경제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원산지>이고,

<서양신화의 원산지>이며,

<서양예술 및 학문>의 원산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제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리스는 아르헨티나와 다르다.

그리스는 해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수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다.

그들이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배운 역사의

현장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학생들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여름만 되면 산토리니, 크레타, 미코노스 등 지중해 섬들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요즘 그리스의 관광지는 썰렁하다. 

관광객이 급감한 이유는 잦은 시위와 정세 불안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여행비용이 비싸서다.

국민소득수준에 비해 호텔 식당 등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리스정부가 다시 드라크마를 발행하게 되면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 중국 등 환율 우위국가들의 관광객들이

아테네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드라크마의 상대적 가치절하는 관광수입급증에 이어

그리스 경공업품의 수출길도 뚫어줄 것이다. 

이 덕분에 그리스인들의 실질 임금을 상승하게 되면 

국내 소비촉진으로 이어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드라크마로 되돌아가면 그리스경제는 2020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얼마가지 않아 경제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탈퇴를 반대하는 건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닌지 모른다.

 실제 정치적 속셈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갈수록 세력이 강해지는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유로존 가입을 저지해온 것이
그리스여서다. 그리스와 터키는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대립관계.   






 자, 이제 우리는 런던의 시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

그리스를 보지 말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그리스를 내려다보자.

그리스의 국가자산을 재평가해보자. 




 아테네를 1주일만 돌아다니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지난 1백년간 그리스를 얼마나 지독하게 침탈해왔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파르테논의 조각상은 영국박물관에 있고,

비너스상은 루브르박물관에 있지 않은가.

또 얼마나 죄 없는 그리스 사람들을 전쟁통속으로 몰아넣었던가....

 



지금부터라도 그리스인들을 유로존이라는 울타리에서 풀어주자.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자유롭게 해주자.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는 <흐리스툴라스>처럼 신타그마 광장에서

자살(=Default)을 선언하고 말 것이다.





                              --  소크라테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사진 이치구> 











 
대학 4학년 2학기 때 지하철역에서 난생 처음 '한국경제신문'을 샀는데, 거기에 난 '기자모집'이란 걸 본 게 팔자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그로부터 '기자'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오히려 '중소기업전문'이란 딱지를 하나 더 붙여서....어언간 36년이란 세월을 흘려보내고...그 산전수전 이전구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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