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보는 것이 밝다 -길

입력 2012-11-20 11:19 수정 2012-11-20 11:19


견선명(見善明: 선을 보는 것이 밝다.)

                                                         길





명심보감 성심편 7장에 보면 경행록(景行錄)에 운(云)하였으되 대장부(大丈夫)는 견선명고(見善明故)로 중명절어태산(重名節於泰山)하고 용심정고(用心精故)로 경사생어홍모(輕死生於鴻毛)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기 때문에 명분과 절의를 태산보다 중하게 여기고 마음쓰는 것이 정순하기 때문에 사생을 홍모보다 가볍게 여긴다는 뜻이다.



현대사회가 물질에 너무 치우치고 이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 그런 모습에 대해 선의 미덕을 중시하고 정의의 길을 가는 사람을 대장부라고 칭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말해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길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 시집『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작과비평사,1991)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하여 세속적 가치가 아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쉬운 언어로 쓴 작품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법관이 되기를 바라셨고 어머니는 돈을 잘 벌어오기를 바랬지만 정작 시인은 부모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애들에게 국어나 가르치는 교사와 가난한 시인이 되어 산다. 그래서 나이 사십이 되어도 가난하게 사는 그를 아내마저도 비웃는다.



 그가 바라는 삶은 양심을 지키며 선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그마저도 힘들다. 시인은 세속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사는 현실에 대해 노엽다라고 하는데 “노엽다”라는 단어는 그의 가치관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시인은 어떠한 유혹이나 시련이 닥쳐와도 양심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살고자 하는 구체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그렇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자고 한다.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 돌리지 말”고 살아가는 일 즉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양심을 지키며 살겠다는 다짐은 시인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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