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게 하는 자 - 광해 , 왕이 된 남자

입력 2012-11-04 16:13 수정 2012-11-04 16:13


어아선자(於我善者: 선하게 하는 자)

                                 -광해 , 왕이 된 남자



명심보감 계선편 8장에 보면 장자왈(莊子曰) 어아선자(於我善者)도 아역선지(我亦善之)하고 어아악자(於我惡者)도 아역선지(我亦善之)니라 아기어인(我旣於人)에 무악(無惡)이면 인능어아(人能於我)에 무악재(無惡哉)인저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뜻은 나에게 선하게 하는 자에게 나 또한 선하게 하고 나에게 악하게 하는 자에게도 나 또한 선하게 할 것이다. 내가 이미 남에게 악하게 아니하였으면 남도 나에게 악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하다보면 미운 사람도 많고 부당하게 혼자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이럴 때 이 구절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언제나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잘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나도 잘한다. 하지만 이 구절에서는 나에게 잘못하는 사람에게도 잘하고, 그런 사람도 용서해주고 더욱 선하게 대해 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감화를 받아서 잘못을 뉘우치고, 또한 나에게 선하게 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악한 사람을 선하게 만들며 동시에 나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올해 1000만 관객 돌파, 대종상 15개 부문을 수상 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잘 만들어진 영화로 또는 대선을 앞 둔 시점에서 현실정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은 영화로 이야기 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측면보다는 인간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줄거리는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암살의 위협을 넘긴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나와 용모가 꼭 닮은 자를 구해 오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이 기방에서 광대놀음을 하던 하선이다. 그는 왕과 외모는 물론이고 목소리도 비슷하고 글도 좀 읽을 줄 안다. 그런 하선을 광해군은 종종 자기의 대역 노릇을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본격적으로 광해군을 대신하여 대역을 할 것을 명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허균의 지시에 따라 국정을 다스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은 천민 하선이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하선이 가짜 왕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허균과 조내관뿐이다. 하선은 누구에도 들키면 안된다. 그런데 측근이었던 도부장이 점점 눈치를 챈다. 그리고 결국 하선의 목에 칼을 겨누는데 그때 중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근데 왕은 도부장을 혼내거나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를 아량으로 감싸안는다. 그러자 워낙 심지가 굳은 도부장도 칼을 받든 채 감동에 차 오열하며 충성을 다짐한다. 그리고 하선이 도망갈 때 그들을 쫒아오는 무리들을 향해 ‘당신들에게는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게는 진짜다’ 라고 하면서 자기의 목숨을 바쳐 하선이 살 길을 내준다. 이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한테 베푸는 것이 결국 자기한테 크게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이런 경우가 사월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왕이 된 하선은 귀여워하던 사월이의 사연을 듣고 가족을 찾아주고 싶어했고, 사월이는 그런 하선의 진심을 안다. 그리고 그것은 독살을 당할 위기에 있었던 하선 대신 사월이가 죽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왕이 되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도 하고 조내관에게 과외(?)를 받으며 공부를 하여, 나중에는 대동법을 실시하고 사대의 명보다 내 백성이 더 중요하다고 하며 백성을 위한 왕이 되어가는 하선보다 “나에게 선하게 하는 자에게 나 또한 선하게 하고 나에게 악하게 하는 자에게도 나 또한 선하게 할 것이다. 내가 이미 남에게 악하게 아니하였으면 남도 나에게 악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는 명심보감의 구절이 나는 생각난다. 이것이 이 영화의 흥행비결의 또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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