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에 있어 재물을 논하는 것 - 숲의 전설

입력 2012-07-13 17:47 수정 2012-07-14 21:31


혼취이론재( 婚娶而論財: 혼인에 있어 재물을 논하는 것)



                                                            - 숲의 전설



명심보감 치가편 제 8장에 보면 문중자왈 (文仲子曰) 혼취이론재( 婚娶而論財)는 이로지도야(夷虜之道也)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혼인에 있어서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의 길이다는 뜻이다.



요즘 결혼이 위기라고들 한다. 이혼율은 급증하고, 결혼 연령도 점점 늦어지고 독신자들도 늘어나고 거기다가 혼수라든가 돈 문제 때문에 결혼이 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이 명심보감 구절에서는 돈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선녀와 나무꾼이 생각났다. 선녀와 나무꾼은 사는 세계부터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천상계의 인물이고 한사람은 지상계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들이 우연히 만났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가난했을 것이고 현실적인 조건은 하나도 안 맞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만나서 한 결혼생활은  행복했을까? 그런 그들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시가 한편 있다.



숲의 전설

하재봉



하늘님의 아내를 닮은 나는 새벽이슬과 함께
이 숲에 왔다 언제나 나뭇잎은 부드러웠고
맛있는 열매가 번갈아가며 열렸으므로
무엇보다 나를 원하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그는 나무그늘 아래 누워 도끼를 놓고
땀을 씻고 있었다 내 투명한 옷은 아름다웠다

 

나는 안다 아직 내가 그를 충분히 길들이지 않았음을
공기만 먹고 살았는데 햇빛만 입고 살았는데
내가 나뭇잎을 보고 말을 건넸을 때
수런거리던 뿌리들의 마음처럼 그가
바위뒤에 숨어 내 옷을 눈여겨 보고 있음을
나는 모두 투명하게 안다

 

두 아이를 잠재운 이 저녁
오막살이의 낮은 자리에 누워, 한때 내
나비처럼 살던 곳을 바라본다 모르는 사람이
오늘은 무척이나 많이 죽어 어지럽게
푸른 별이 켜지고 덩달아 달도 크게 웃는데
말못하는 나무 부둥키고 나는 울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내가 옷을 벗어
나무에 걸어 놓고 맨살에 찬물을 끼얹을 때
왜 마른 번개가 숲을 태우고 천둥이
말 달리며 구름위를 지나갔는가를
내가 그의 몸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 투명한 살이 다른 그 무엇으로 변해버렸음을

 

나는 모른다 늙은 열매만 툭 툭
발등 위로 떨어져 내 몸은 자꾸 무거워지고
별들은 별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내 귀는
나무껍질처럼 두꺼워져 알아들을 수 없다
숯장수인 내 애인은 밤새도록
불타는 아궁이속으로 나무뭉치를 집어넣는다

 

날이 새면 그는 허리춤에 도끼를 꽂고
더 높은 나무 찾아 나간다 날개달린 짐승들
고함질러 다른 숲으로 몰아내고 사정없이
밑둥을 찍어간다 그의 여자인 나는
태양보다 뜨겁게 숯가마에 불을 지펴야 하지만, 별아
네가 다시 내 뜰의 공기돌이 될 수만 있다면

 

구름아, 새야, 내가 다시 너의 잔등에 엎드려
서 있고 누워 있는 산이랑 들판이랑 굽어볼 수만 있다면
좀먹고 색바랜 궤짝속의 날개옷나
는 날 수가 없구나 돌같은 아이들 품에 안고
옛날의 우물곁에 다시 서 본다 나무짐을 진 그가
돌아오기 전, 푸른 물속을 굽어본다

아직도 두레박은 있을 것이다

 



하재봉 시인의 시로 선녀와 나무꾼이 결혼해서 사는 삶의 모습을 선녀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는 시이다. 이 시는 숯장수인 남자를 만나 내가 얼마나 가슴 설레이고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지 않고 결혼을 했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래서 아이를 둘 낳고 산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남편은 내 맘대로 안되고 그래서 옛날의 하늘에 살던 모습을 그리워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삶의 모습은 다 같은 것일 거라는 시인의 상상력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녀라고 하면 아름답고 착한데 그런 그녀가 “나는 안다 아직 내가 그를 충분히 길들이지 않았음을” 에서 보이듯 남편에게 순종하는 인물이 아니라 남편을 길들이고 싶어한다. 또한 “ 나는 날 수가 없구나 ”에서 알 수 있듯 예전의 처녀시절의 모습을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아마 그때보다 늘어난 몸무게하며 삶속에서 무기력해지며 감각이 없어지는 그런 모습을 보며 다시 선녀였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면서 선녀도 살다보면 다 아줌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처음부터 결혼은 여자에게 불리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녀도 별 수 없이 아줌마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녀에게는 궤작속에 좀이 먹고 색이 바랬지만 날개옷이 있다.




 여러 종류의 아줌마들을 만난다. 그런 아줌들을 만나면서 이외로 내가 느끼는 것은 그 아줌마들의 행복지수라든가 만족감은 어쨌든 자기가 창조해 나간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편은 그다지 좋은 남편은 아닌데 참 좋은 남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잘 살고 있는 아줌마도 있고 그 반대인 아줌마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부관계는 부부만 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것을 보면서 날개옷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날개옷을 꺼내 다시 손질도 하고 , 시 속의 선녀는 한탄을 하는데 다시 그 옷을 입을 수 있게 살도 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생각하는 것은 처음에 선녀냐 나무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하나 선녀와 나무꾼은  사슴의 보은으로  만났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도 낳고 물론 선녀가 버리고도 떠나는 위기도 있었지만, 나무꾼은 재회를 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그리고 그런 나무꾼을  선녀는 사랑하고 행복하게 산다.이렇게 그들이  천상계와 지상계를 넘나들며 온갖 고난과 역경과 헤어짐을 겪어도 그래도 그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한번쯤 선녀와 나무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만을 믿고 가야 하지 않을까 .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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