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 섬

입력 2012-05-26 13:16 수정 2012-05-26 13:16


신 (信: 믿음)

                                                           섬





명심보감 성심편 16장에 보면 자신자 (自信子)는 인역신지(人亦信之) 하나니 오월(吳越)이 개형제(皆兄弟)요 자의자(自疑者)는 인역의지(人亦疑之)하나니 신외개적국(身外皆敵國)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스스로를 믿는 자는 남도 또한 믿어서 오월도 형제가 될 수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의심해서 자기 이외에는 모두 적국이 되느니라는 뜻이다.





존 버닝햄이 쓴 <지각대장 존>이라는 책에 보면 존이 학교에 가는데 악어, 사자, 큰 물이 덮쳐 지각을 한다. 그래서 선생님께 사실을 말하지만 선생님은 안 믿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반성문을 쓰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소통이다.  지금 우리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을 해야 한다. 근데 그것이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생각해 보건데 우선은 사람을 만날 때 자기의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어려움을 만드는 첫번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동화속의 선생님처럼 자기의 상식적인 차원에서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만의 독특한 상황에서 보면 존의 말처럼 정글이 아니더라도 학교를 가는데도 사자나 악어의 출몰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



그리고 나중에는 선생님이 존의 눈앞에서 천장에 털복숭이 고릴라한테 붙잡혀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서도 존은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라고 하면서 가버린다.



이 동화처럼 계속 다른 사람이 거짓말라고 생각한다면 나중에는 진짜 현실을 보여줘도 그 상대방도 안 믿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에게 마음을 얻고 싶다면 일단 내가 먼저 믿어 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래서 이 시에서도 섬은 단절된 인간관계를 이어주어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공간이라면 그 섬은 바로 믿음이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다면 자기만의 기준을 내려놓고 그 사람의 말을 믿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사람도 당신을 믿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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