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 - 남으로 창을 내겠소

입력 2012-01-12 11:21 수정 2012-01-12 11:21


출인간(出人間: 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



- 남으로 창을 내겠소





 명심보감 안분편에 보면 안분음(安分吟)에 왈 (曰) 안분신무욕(安分身無辱)이요 지기심자한(知機心自閑)이니 수거인생상(雖居人生上)이나 각시출인간(却是出人間)이니라 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분수에 편안하면 몸에 욕됨이 없고 세상의 돌아가는 기틀을 알면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나니 비록 인간 세상에 살더라도 도리어 인간세상을 벗어난 것이다라는 뜻이다.



겨울이라 날씨도 춥고 물가는 오르고 있고 올해 경제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보도가 연초에 나오고 있다. 그리고 총선이 얼마 안 있으면 시작되는데 벌써부터 뉴스에 좋은 소식보다는 안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그런데 나는 이런 시가 떠오른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내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고
새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이 시는 우선 1연에서 한참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 단어의 뜻은 잠깐이면 갈 수 있는 논밭의 넓이를 말하는 것으로 전원에서의 소박한 삶을 말하는 시이다. 그리고 자연속에서 살며 새의 노래를 듣고 강냉이를 함께 나눠먹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이것은 화자의 안분지족하고자 하는 소망과 함께 삶에 대한 달관을 보여주는 시이다.



산다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이조시대에 당쟁이 심하던 때, 뜻있는 선비들이 벼슬을 하지 않고 노장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시골에 은거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던 삶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이 시는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노장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분수에 맞게 살아서 몸에 욕됨이 없이 소박한  사는  그런 세상을 그리고 있는 시이다.



이 시처럼 전원에서 소박하고 자연의 이치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사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고만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동안은 어쨌든 모든 일은 평화롭고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세상은 많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사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때 이 시의 구절처럼 “ 왜 사냐건 웃지요”처럼 웃으면서 그 어려운 삶을 관조하고 여유롭게 살다보면 비록 복잡하고 힘든 문제들이 더 쉽게 넘어가고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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