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사귐 - 춘향 유문

입력 2011-11-24 11:48 수정 2011-11-24 11:52


군자지교(君子之交: 군자의 사귐)       -춘향유문



 명심보감 교우편에 보면 군자지교(君子之交)는 담여수(淡如水)하고 소인지교(小人之交)는 감여례(甘如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군자의 사귐은 맑기가 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가 단술 같으니라 는 뜻이다.



 이것은 군자의 사귐은 의리로써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다정함이 겉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깊이가 있고 변함이 없다. 반대로 소인의 사귐은 이로울 때는 말이 달콤하고 친하게 하지만 불리하게 될 때는 냉정하게 돌아서 버린다는 것으로 우리는 마땅히 의리있는 벗을 가리어 사귀어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연히 춘향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춘향에 관련되는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메뉴라서 식상한 부분도 있고 사랑밖에 몰랐던 여자 내지는 한 남자를 위해 절개를 지킨 여인 그냥 남들이 다 하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혁명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이 일단 애매하다. 퇴기의 딸, 그냥 대충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정절을 지키겠다고 매를 맞고 거의 죽음에 문턱에 이른다. 이 시는 서정주가 죽음을 앞둔 춘향이 사랑하는 도련님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서의 형식으로 쓴 시인데 아마 이런 심정이지 않았나 싶다.




춘향유문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예요.






 1연에서는 춘향이가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고 그 다음 2연에서는 행복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3연에서부터 죽음을 초월한 춘향의 영원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조하며 4연은 구체적으로 춘향이가 죽어서 저승을 흐르는 “검은 물”이나 “구름”이 되어도 영원히 도련님만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고 그 “구름” 이 다시 소나기가 되어 도련님 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죽음을 초월한 영원 불멸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춘향이의 모든 행동들은 절대적 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혁명적이었다고 생각한 부분은 춘향이는 모든 인권은 평등하다고 말한다. 신관사또가 부임하여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하는데 그때 못하겠다고 하자 아전이 “창기배에게 수절이 무엇이며 정절이 무엇이냐”고 할 때 “충효 열녀에게 상하가 어디 있소 자상히 들으소서” 하며 정절을 지킨 많은 기생들의 이름을 쭉 나열하며 그를 가르치고 다시 본관사또에게 요즘 말로 맞장을 뜬다.



 춘향이는 단지 사랑밖에 몰랐던 여자가 아니라 사랑도 잘 알았던 여자이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그 당시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여 올바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명심보감의 구절처럼 여자지만 군자의 사귐을 알았던 사람으로 신의와 의리를 지켰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속의 인물이지만 세월이 지나도 춘향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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