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이란 본디 실상이 없다.- 완득이

입력 2011-11-10 12:08 수정 2011-11-10 12:11


시비무실상(是非無實相: 옳고 그름이란 본디 실상이 없다)- 완득이





명심보감 계성편에 보면 우탁생진노(愚濁生嗔怒)는 개인리불통(皆因理不通)이라 휴첨심상화(休添心上火)하고 지작이변풍(只作耳邊風)하라 장단(長短)은 가가유(家家有)요 염량(炎凉)은 처처동(處處同)이라 시비무실상(是非無實相)하여 구경총성공(究竟摠成空)이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어리석고 못난 자가 성내는 것은 다 이치에 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 위에 화를 더하지 말고 다만 귓전을 스치는 바람결로 여겨라. 장점과 단점은 집집마다 있고 따뜻하고 싸늘한 것은 곳곳이 일반이다. 옳고 그름이란 본디 실상이 없어서 마침내는 모두가 다 빈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성내지 말고 남과 시비를 가리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한참동안 틱낫한 스님의 『화-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 예를 들면 출근 시간 전철 안에서, 매일 맞부딪치는 직장 상사에게서, 혹은 옆 사람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한 가지에도 많은 화가 나기도 하고 또는 사회적 문제 때문에 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 그렇지만 다 화를 내고 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계속 참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 구절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음을 다스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완득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 구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완득이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줄거리는 완득이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로 아버지는 꼽추이고 캬바레에서 춤추는 사람이고 삼촌이 있는데 그 삼촌은 혈연관계가 아니라 아버지를 따르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어느 날 아버지가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다. 그런 완득이가 고2때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헤어졌던 어머니도 만나고 인생에 대한 희망도 배우고 같은 반 일등 여자아이와 사랑도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완득이 입장에서 보면 그는 온통 화를 낼 일 밖에 없을 것 같다. 우선 그의 가족은 가난하다. 아버지는 장애인이고 어머니는 필리핀 사람이고 어머니의 존재도 선생님을 통해서 안다. 그런 부분들이 처음에는 완득이를 친구하나 없고 싸움질이나 하는 아이로 만들었기도 하지만 영화속에서는 그런 것들을 담임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속에서 완득이를 깨우치게 하고 차츰 변화되게 만들어 세상을 긍정하고 성실히 살아가는 아이로 만든다.





그것을 통해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바람결과 같은 것으로 화만 낼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그가 처한 환경은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편견이라든가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완득이와는 반대로 아버지가 부자이지만 거의 인연을 끊고 가난하게 옥탑방에 산다. 그것은 아버지가 소위 말하는 악덕 기업가이고 담임선생님은 불법체류이민자들을 도우면서 살기 때문이다. 근데 선생님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화를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내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며 문화센타까지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준다.



이 영화는 완득이라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많은 것들을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시선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도 영화속의 시선만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들도 화만 내거나 시비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선과 서로 도와주겠다는 마음,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의지를 갖고 성실히 살다보면 다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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