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과 근심의 문 - 실음(失音)

입력 2011-10-05 00:15 수정 2011-10-06 01:44




화환지문(禍患之門: 재앙과 근심의 문 )



- 실음(失音)



명심보감 언어편에 보면 군평(君平)이 왈(曰) 구설자(口舌者)는 화환지문(禍患之門)이요 멸신지부야(滅身之斧也)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 뜻은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며 몸을 죽게 하는 도끼이다라는 뜻이다.

이 구절은 말 한마디 잘못으로 근심을 불러오고 재앙이 몸에 미치며 심지어는 생명을 잃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어느 때보다도 말이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한다 프리젠테이션 수업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우선 하는 말이, 사고 싶다는 말을 한다. 말 잘하는 것이 경쟁력과 연관되는 시대다. 그러나 그런 만큼 말을 잘 해야 하는 시대이다.





실음(失音)

                                          정철



하늘이 나의 말 많음을 싫어하시는가
목구멍에 풍(風)이 끼어 목소리 걸걸하네
거의 가을 매미 울다 잠깐 쉬는 듯하더니
또한 병든 까치의 혀가 갓 멈춘 듯
시비 가리며 떠들던 습관을 정히 뉘우치느니
열고 닫음이 바야흐로 천기의 흐름임을 알겠네
말이라 소라 불러도 도무지 반응 없나니
새달이 서산을 넘을때까지 누워서 바라보노라



이 작품은 목이 쉬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말이 많았음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작품으로 시비를 따지며 목소리를 높였던 과거의 생황을 반성하면서  달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 정철의 시이다.



송강 정철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어려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고 명종과 친했다고 한다. 그는 높은 벼슬에도 올랐었고 유배를 가서 살기도 하였고 ,서인의 영수로서 당쟁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 배웠던 주옥같은 작품인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지었던 사람으로 윤선도와 함께 가사 문학의 대가이다.



그런 정철이지만 그의 직설적인 성격과 화법은 원수를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절친한 친구였던 율곡 이이는 그에게 '제발 술을 끊도록 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을 없애라'고 충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가 나온 아닐까?



많은 명예와 권력을 가졌던 정철이 깨달은  지혜를 담고 있는 시이다.  여기서 우리도 그를 배워서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지, 그 말 때문에 내가 혹은 다른 사람이 곤경에 빠지지 않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한 후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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