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자란?

입력 2014-07-10 02:51 수정 2016-05-25 11:04
지난 2013년 8월 13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시켰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75개 조항 180개 항목에 이르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장, 정년 61세 연장,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반면 사측의 입장은 노조가 임금, 복지, 고용안정 등의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부 항목들을 살펴보면 사측 뿐만 아니라 국민정서에도 수용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30년 이상 근속자가 차량을 구입할 경우 가격 35% 인하와 40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 대해 금 15돈과 상여금 200% 지급, 자녀의 취업 지원금 1000만 원 지원, 1년 이상 근속 조합원의 전 자녀 대상 대학 입학금까지 등록금 전액 지원 등은 일반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물론 납득할 만한 정연 연장, 퇴직금 누진세, 교대근무 등 생존과 복지에 필요한 항목도 있었다.     


일부 혹자는 노조측이 임금협상과 연계해 협상을 원활히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사측에 일찌감치 실력행사를 보여줘야 한다는 전술이 깔린 것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미끼전술이라고 한다, 이는 원하는 결과를 가져가기 위해서 다양한 미끼를 끼워 넣어 임하는 협상을 말한다. 그렇다. 이건 전형적인 기만전술이다. 그래서 이러한 기만전술은 한계가 있다.


노조측이 이러한 협상을 하고 있다는 여부를 따지려는게 아니다. 이제 중요한건 국제 정세다. 다음의 두 나라(호주, 중국)를 통해 노조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판단해보기 바란다.


한국은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자동차 관세를 철폐시켰다. 그런데 호주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자동차 산업이 대거 몰락했다. 자동차의 대명사인 포드, GM이 호주 현지 공장의 문을 닫았고, 최근에는 도요타 마저도 생산을 포기했다. 2017년이면 호주 내 자동차 메이커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회사에게는 좋을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코 좋지 않다. 주력 수출품목인 자원 가격이 급등하면서 통화가치가 올라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 자원 쪽으로 인력이 몰리면서 인건비가 다락처럼 올랐고, 숙련공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러나 그게 자동차산업 몰락의 전모는 아니다. 


3년 뒤 문을 닫는다는 도요타 호주 공장에선 지금도 매주 금요일 오후면 근로자들이 의무실에 앞다퉈 몰려들어 헌혈을 한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근로자들이 헌혈을 하면 4시간의 유급휴가를 주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헌혈을 하면 곧바로 주말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요일 오후 공장 가동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크리스마스 휴가는 21일이고, 노조 대의원들은 교육을 핑계 삼아 1년에 열흘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다 유급이다. 전환배치는 엄두도 못 낸다. 이런 이유로 놀고 저런 이유로 쉬면서 돈은 돈대로 다 타낸다. 좁은 장소에서 근무한다고, 지저분한 장소에서 근무한다고 수당을 타낸다. 직무와 무관해도 웬만한 자격증에는 다 수당이 따라붙는다. 근무 뒤 샤워를 하는 시간까지 유급이다 보니 샤워 시간은 갈수록 길어진다. 일요근무 수당은 평일 임금의 2.5배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호주의 생산성을 살펴보자. 영국 EIU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국 51개국 가운데 50위로 나타났다. 언스트앤드영의 조사에서는 호주 근로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길지만 생산성은 최저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근로시간의 18%는 생산성이 제로였다. 그런데도 호주의 최저임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결국 최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몰락을 불러온 것이다. 


그래도 현대자동차는 이 정도는 아니니깐 안도해도 되겠는가? 아니다. 문제는 중국이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부터 베이징의 세 공장에서 가동중이다. 최근에는 충칭시와 협약을 맺고 4개 공장에 연간 30만대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시점은 2016년이며 생산능력은 기존1,2,3 공장을 합쳐 135만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생산능력을 소화해 낼 중국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얼마나 될까? 현대 측 추정에 따르면 울산 현대차 공장의 10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생산성은 어떨까? 임금이 낮으니 생산성이 떨어질거라고 판단되는가? 지난해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에서 차 한대를 만드는데 들어간는 시간(HPV)은 28.4인 데 비해 중국 공장은 17.8에 불과했다. 국내 공장에서 차 한대를 만드는 동안 중국에선 차 2대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가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내수 시장이 포화되면 중국에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해야 되는 상황이 도래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현재 울산 현대차 공장의 근로자는 어떤 싸움을 해야 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호주처럼 정부와 짜고 큰 소리 치면 될까? 그래도 호주는 자동차산업이 없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자원과 농축산물 대국이다. 하지만 한국은 제조업을 빼면 아무 것도 없는 나라다.​ 다 잃고 싶지 않다면 기득권만 따져서는 안된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by.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 / www.vcm.or.kr


정인호는 경영학박사 겸 경영평론가다. 주요 저서로는 『협상의 심리학』,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화가의 통찰법』등이 있으며 협상전문가, HR 컨설턴트, 강연자, 칼럼니스트, 경영자, 전문 멘토, 작가로 활동 중이다.
http://www.gg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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